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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도자 가뭄…"얼치기 프로"|답보하는 경기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한국 프로야구는 말만 프로지 아직도 세미 프로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력 부문, 선수들의 의식은 더욱 그렇다.
82년 출범이후 한국 프로야구는 타격 이론·투수 조련법 등이 미국·일본으로부터 도입돼 나름대로 아마의 수준보다 많은 발전을 이뤄온게 사실이다.
또 지도자들도 더러는 유학이나 구단에서 초청한 외국인 코치 등을 통해 주마간산식이나마 선진 프로야구의 기법을 익혀 국내 무대에서 활용코자 노력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단편적인 노력·기술 이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프로야구의 경기력은 일본·미국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어 TV나 VTR를 통해 선진 프로야구의 묘미를 이미 알고 있는 팬들의 요구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보다 50∼l백년 앞서 프로야구를 시작한 미국·일본 등과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다만 프로라면 어제보다는 좀더 나은 경기, 활기찬 플레이를 보여 팬들의 기대를 조금이나마 채워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아직도 세미 프로의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실력과 지도력을 겸비한 지도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짧은데다 아무도 지도자 육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 출범당시나 지금이나 감독·코치 등 지도자는 거의 변함이 없다.
해마다 프로 구단들이 연례 행사처럼 고민해 온 것도 지도자 문제다.
올해도 최하위를 차지한 OB가 미국에서 야구 수업을 했다는 이재우 감독을 영입했고 5위 태평양은 감독→해설가를 거친 박영길씨를, 6의 롯데는 전 감독이자 현 빙그레 코치인 강병철씨를 다시 불러들이기로 했다.
이들 세 구단은 팀 성적이 하위로 처진 책임을 물어 감독을 바꾼 것이다.
성적이 나쁘면 감독을 바꾸고 코칭 스태프를 개편해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려는 구단의 의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보다 앞선 미국이나 일본도 성적이 하락하면 시즌 중이라도 가차없이 감독을 바꾸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지도자 빈곤 때문이다.
프로의 기반이 허약한 한국 풍토에서는 아직도 감독·코치 등이 선수들에게 야구 기술을 가르쳐야 하고 프로 정신까지 함양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도자들조차 프로 정신이나 프로급 기술에 본격적으로 접해 본 경험이 없는 탓에 이같은 요구는 발상부터가 무리인 셈이다.
최근 들어 국내 각 구단이 다투어 일본·미국에서 활약중인 프로 코치들을 불러들여 선수들의 기술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외국인 코치들이 한국인 지도자들의 눈총 속에서 간간이 전해준 기술로 한국 프로야구는 그나마 이 정도의 수준을 이룩할 수 있었던 셈이다.
지도자의 절대 빈곤 문제는 이제 심각한 상황에 와 있다.
한국 야구 위원회 (KBO)는 지금이라도 정례 코치 아카데미 등의 제도를 만들어 각 구단이 별개로 진행중인 지도자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일정 기간 수업을 통과해야만 코치자격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 제도도, 병행 실시, 실력과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올 프로야구는 3백18만9천여명의 관중을 끌어 모아 흥행 면에서는 성과가 있었으나 경기력 면에서는 답보 상태가 계속됐다는 팬들의 지적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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