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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 가진 김종국 감독 "피하고 싶은 선수였죠"

중앙일보

입력

29일 광주 SSG전에서 홈런을 터트리는 KIA 나성범. [연합뉴스]

29일 광주 SSG전에서 홈런을 터트리는 KIA 나성범. [연합뉴스]

가장 상대하기 싫은 타자가 내 편이 됐다. 감독으로서 이보다 행복한 일이 있을까. 나성범(33)을 품은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 이야기다.

KIA는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외야수 나성범을 영입했다. 좋은 선택이었다. 나성범은 30일 기준 49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30(185타수 61안타), 8홈런 35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6위, 홈런 8위, 타점 4위로 전부분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리그 특급 타자들의 상징인 '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도 유지하고 있다.

나성범의 올 시즌 활약은 세이버메트릭스로 보면 더 화려하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은 2.94(스탯티즈 기준)로 호세 피렐라(삼성·3.74)에 이은 전체 2위다. 스포츠투아이 제공 WAR(3.20) 역시 2위를 달리고 있다. 타격 결과로 팀 승리 확률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비교하는 WPA에서도 전체 6위(1.63)에 올랐다.

김종국 감독은 "다른 팀에 있을 때 나성범은 불안한 선수였다. '피해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타자였다. 지금은 너무 잘 해주고 있다. '꼭 해줬으면' 할 때 잘 해준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김선빈이 주장인데 성범이도 야수 리더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성범은 꾸준히 리그 톱클래스 기량을 보여왔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볼넷은 적고, 삼진이 많다는 것이었다. 매년 100개 이상의 삼진을 당한 반면, 2015년(67개)을 제외하고는 50볼넷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호랑이 가면을 쓰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는 나성범. [연합뉴스]

호랑이 가면을 쓰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는 나성범.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데뷔 후 가장 볼넷 비율(11.8%, 통산 7.9%)을 기록하면서 삼진 비율(9.9%, 통산 22.2%)은 가장 낮다. 스트라이크 존 변경으로 투고타저 경향이 강한데,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김 감독은 볼넷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아마도 뒤에서 소크라테스와 황대인이 잘 해주다 보니 '내가 꼭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10년 정도 프로 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타격이 완성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나성범은 "특별히 타석에서 접근법이 달라진 건 아니다. 기술적으로도 큰 변화를 주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사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만 볼을 더 본 건 아니다"라면서도 "좋은 결과이고,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하다"고 했다.

FA 선수에게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은 '덕분에 팀 성적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나성범이 온 KIA는 지난해와 달라진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성범은 "KIA 선수들이 너무 반겨줬고, 도움도 많이 준다. 감독님 말씀도 감사하다"며 "내 성적이 좋은 것도 만족스럽지만, 팀이 함께 잘 하고 있어 좋다. 끝까지 잘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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