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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방] 의제:본 의회는 조기 유학의 유익이 폐해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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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진(청담중3)

조기 유학의 정의를 내려보자면 중등 과정의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유학이라 하겠다. 나는 이 '조기 유학'의 유익이 폐해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먼저 선진국의 교육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강의식 수업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지만 선진국 교육 방식은 토론 위주라 학생들의 참여가 많고 자유롭다. 더 많은 창의력과 사고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교육은 현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둘째, 조기 유학을 통해 독립심을 갖게 된다.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는 걸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이에겐 '이별은 언젠가는 겪게 될 성숙의 과정'이라 여기고 좀 더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라고 권하고 싶다. 조기유학을 통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재, 더 나은 교육으로 이 시대의 인재가 되려는 이들이 많다. 선진국의 교육 방식을 통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고 독립심까지 기를 수 있는 조기 유학의 유익이 폐해보다 많음을 주장한다.

이서현(청담중2)

조기유학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자 유행이 돼 버렸다. 그러나 그 유익이 폐해보다 반드시 크지는 않다.

첫째,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조기 유학을 다녀 온 친구에게 "이건 영어로 뭐라고 해"라고 물으면 70%에 이르는 학생이 "그땐 알았는 데 생각이 안 나네"라고 답한다. 영어를 점점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둘째, 자아정체성 형성이 어렵다. '자기가 누군가'는 자라나면서 깨닫게 되고 그 와중에 애국심도 길러진다. 한 기사에서는 "정체성은 주변 환경에 따라 적절히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에서 비롯되며 이것은 명확한 자기인식에서 생긴다"고 했다.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길은 유학이 아니란 걸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이다. 외국에서 자란다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힘들다.

조기 유학은 대세에 따라서가 아니라 진정한 교육의 의미와 효과, 자아정체성 형성에 대해 신중히 생각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

총평

두 학생 모두 ARE(주장.근거.증거)의 형식을 잘 갖춰 의견을 제시했다. 해석이 각자 다를 수 있는 '조기 유학'이란 단어를 정확하게 정의해 토론에 불필요한 혼란을 없앴다. 그러나 의제는 조기 유학의 유익과 폐해의 '비교'다. 각각의 입장에서 유익 혹은 폐해만 열거하는 건 불충분하다. '대립'(clash)이 결여돼 의견이 평행선을 걷게 됐다.

찬성 측이라면 조기 유학의 상대방이 말하는 폐해보다 유익이 왜 더 중요한지 증명하거나 폐해라고 알려진 내용이 도리어 '유익'임을 증명해야 한다. 조예진양의 두번째 근거, 이서현양의 첫째 근거가 이런 방식을 조금 시도하려 했으나 부족했다.

각 학생의 증거자료를 살펴보자. 조양은 명확한 사상과 탄탄한 구조이지만 추상적 사상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학생은 근거와 함께 증거를 제시했지만 공식적인 증거가 되지 못했다. (70%라는 계산은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 또 기사를 인용할 때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조슈아 박 한국토론협회장.광운대 교수

*한국토론협회 조슈아 박 교수가 진행하는 '찬반 토론방'이 격주로 중학교를 찾아갑니다. 토론교육을 희망하는 학교는 중앙일보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를 통해 신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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