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만났다. 이날 저녁 7시 20분께 윤 대통령 주최 국빈 만찬이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입구에서 김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을 영접했다.
흰 정장에 흰 장갑, 바이든과 악수
김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를 한 뒤 함께 박물관 내부를 관람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김 여사가) 만찬 전 현장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를 잠깐 나누고 가는 그런 아주 간단한 과정이 있을 것 같다"고 예고했다.
김 여사는 흰색 재킷과 스커트 정장에 검은색 스틸레토 힐(앞코가 뾰족하고 굽이 얇고 높은 구두)을 신고 흰 장갑을 꼈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갔다가 퍼지는 디자인의 재킷과 종아리 길이 스커트는 프랑스의 전설적 디자이너인 크리스찬 디올이 유행시킨 '뉴 룩' 스타일이었다. 뒤통수를 한껏 부풀린 올림머리와 함께 우아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김 여사는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여사의 '카운터파트'인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는 상호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카운터파트'가 없는 김 여사가 공식 일정인 만찬에 참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짧은 비공식 만남이라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사하는 한국식 환대 또는 내조를 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美 퍼스트 레이디, 홀로 중남미 순방
그렇다면 질 바이든 여사는 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방한하지 않았을까. 바이든 여사는 지난해 6월 바이든 대통령 유럽 순방에는 동행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함께 왔다.
바이든 여사는 지금 홀로 중남미 3개국을 순방 중이다. 18일부터 23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에콰도르, 파나마, 코스타리카를 방문한다. 오는 6~10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미주정상회의(Summit of the Americas)를 앞두고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AP통신에 따르면 1994년 출범 이후 미국이 처음으로 주최하는 이 회의가 초청국 명단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하는 동안 미국 정부는 미주정상회의를 "구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바이든 '비밀병기' 아내는 미션 수행 중
바이든 대통령의 '비밀병기' 질 바이든 여사가 출격해 '미션'을 수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가 정상회의에 초대받지 못하면 회의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자 이탈을 막으려는 노력이다.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가 권위주의 정권을 문제 삼아 세 나라를 초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이달 초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세 나라가) 초대되지 않는다면 나는 가지 않겠다"고 불참을 선언했다. 볼리비아가 동조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질 바이든 여사를 급파한 모양새다.
실제로 바이든 여사를 맞이한 뒤 길레르모라쏘 에콰도르 대통령은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발표했다. 방문 기간 중 바이든 여사는 에콰도르 영부인과 함께 어린이 센터와 학교 밖 청소년 시설 등을 방문해 어린이 영양과 교육 문제를 논의했다.
각국 영부인들과 청소년·여성·에이즈 환자 만나
파나마에서는 파나마 영부인과 미국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에이즈 환자 생활시설 '굿 사마리탄 홈'을 방문했다. 백악관은 "질 바이든 여사는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에이즈 환자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이 나라 영부인과 함께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여성 창업 및 경제적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시찰하고, 국립어린이병원에서 미국 정부 지원 암 퇴치 프로그램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