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기 프레임 갇힐 수도” 선거 현실론 먹혀

중앙선데이

입력 2022.05.21 00:20

업데이트 2022.05.2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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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04면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208표로 가결됐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208표로 가결됐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 방침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2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3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다. 윤석열 정부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강경론’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현실론’이 거세게 맞붙으면서다. 민주당 내부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는 두 시간 연기됐고, 민주당은 세 차례 거수투표 끝에야 ‘인준 찬성’ 입장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당초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한덕수 부결’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민주당이 반대하던 인사들이 줄줄이 임명되는 상황에서 소속 의원 다수가 ‘부결’을 주장한다는 게 근거였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지난 이틀간 사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키자는 의원은 61명, 가결시키자는 의원은 34명이었다고 한다.

지도부 입장대로 의원총회 초반엔 강경론이 우세했다. 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간사였던 강병원 의원은 한 후보자의 부적격 사유를 열거하며 “총리 후보자 인준 반대를 우리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 인준안을 부결시켜야 지방선거 결과가 좋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그렇잖아도 이미 우리 지지층이 실의에 빠져 있는데 총리 인준까지 해주면 지지자들이 아예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내 대표적인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자유발언을 통해 “눈치 보지 말고 어깨동무하고 연대해서 가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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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노웅래·김민석 등 다선 의원들은 “지지층만 챙기는 정치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중도층도 생각해야 한다”며 반론을 폈다. 지방선거에서 ‘새 정부 발목 잡기’ 프레임에 갇힐 수 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총리를 인준해 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2002년 이후 총리 후보자 인준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적이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거론됐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인준 투표를 연기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통령실이 ‘총리 후보자 인준 전까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정 후보자 지명 철회 없이 표결했다간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보류해 온 정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지명 철회를 요구해 왔다.

이날 의총에선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영진 의원도 토론에 나섰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 인준 투표를 부결하면 즉사하는 것이고, 연기하면 고사하는 것”이라며 “아예 가결 투표로 당론을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6·1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현실론이었다.

결국 의원총회에선 ‘이재명계’의 주장이 당론으로 관철됐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등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인준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의원총회 직후 “(광역단체장) 후보들 의중까지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론 결정은 세 차례 거수투표를 거친 뒤에야 가까스로 이뤄졌다. 그만큼 강온 양론이 팽팽했다. 민주당은 우선 이날 인준 표결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 첫 투표를 실시했고 다음엔 당론으로 정할지 말지를 두고 투표했다. 마지막엔 당론을 가결로 할지, 부결로 할지를 두고 투표가 이뤄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가결·부결이 거의 엇비슷한 숫자였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선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밀어붙이는 등 강경 모드로 일관했던 민주당이 인준 찬성으로 선회한 데는 최근 급락하는 당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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