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은 선결제, 文은 외상…확연히 다른 '한미정상회담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2022.05.20 16:08

업데이트 2022.05.20 16:45

“한·미 동맹을 더 넓고 튼튼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관계가 더 튼튼해지고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동맹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관계가 더 튼튼해지고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동맹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취임후 첫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새 정부 출범 11일 만에 열리는 초단기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할 기회를 마주한 셈이다. 미국 측도 “(조 바이든 대통령) 순방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여기에 우리의 동맹을 위해 왔다는 것”(20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며 한·미 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IPEF 참여, 사드 기지 정상화 나선 尹

동맹 강화는 한쪽의 요구만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양측의 의지가 맞물려야 하고,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필요하다. 동시에 외교의 기본 원칙인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주고받기)’가 전제돼야 한다. 동맹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우선 한국 측이 먼저 내어줄 수 있는 카드, 즉 '기브'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기지 정상화’를 공식화한 게 대표적 사례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IPEF 참여와 사드 기지 정상화를 공식화했다. [AP=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IPEF 참여와 사드 기지 정상화를 공식화했다. [AP=연합뉴스]

IPEF의는 미국 주도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PEF가 공식 출범 전 참여국을 모으는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주도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기 위한 소다자 연합체로 평가된다.

이 같은 성격의 연합체에 한국이 원년 멤버로 참여한다는 점은 미·중 공급망 경쟁에서 미국 측으로 무게추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한국·일본·호주 등 사실상 IPEF 참여가 확정된 10여 개국의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중국의 두 배 규모다. 특히 그간 미·중 경쟁 국면에서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던 한국의 IPEF 참여는 미국 입장에서 상징성과 실효성을 모두 충족하는 결정일 수 있다.

美 불만 가져온 성주 기지 '반쪽 운영' 

사드 포대가 배치된 경북 성주 기지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드 기지로 향하는 군 물자 반입을 막으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는 모습. [뉴스1]

사드 포대가 배치된 경북 성주 기지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드 기지로 향하는 군 물자 반입을 막으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는 모습. [뉴스1]

사드 기지의 정상화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깜짝 선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는 사드 포대가 배치된 성주 기지가 ‘반쪽 운영’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한·미 동맹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사드 포대는 2017년 4월 배치됐지만 성주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정상적인 부대를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성주 기지에 소속된 400여 명의 한·미 장병 역시 컨테이너 막사에서 생활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 이에 지난해 3월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기지를 지금과 같은 상태로 방치할 것이냐. 동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을 정도로 사드 기지 문제는 미국 측이 불만을 가져온 사안이다.

'청구서'로 날아온 文 정상회담 성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윤석열 정부가 동맹 강화를 위한 대가를 ‘선결제’하는 모습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과 대비된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공동성명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남북 판문점 선언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주력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적인 지지를 확보한 셈이다. 또 미국은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제공을 약속하며 당시 한국의 ‘백신 기근’ 해소에 힘을 보탰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 전통적 갈등 사안에 더해 신기술 분야 등에서도 무게중심을 미국 쪽으로 옮기는 입장으로 화답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이 국제적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중대한 도전에 대처한다”고 약속했다.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선물을 건네긴 어렵지만 향후 각종 국제 이슈에서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며 빚을 갚아 나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바이든 방한, 한·미 동맹 판도 바꿀 것"

하지만 정작 정상회담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미국의 관심 사안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눈을 감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창기 미국이 주도한 대러 제재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또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눈을 감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나섰을 때도 한국은 “외교적 보이콧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윤석열 대통령은 줄곧 '한국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강조했고, 한·미 관계에 있어서도 동맹이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주도적으로 조성하자는 입장”이라며 “미국 역시 역할과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한국의 입장에 적극 호응해주고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의 판도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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