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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환율 오르면 기업도 손해? No! 웃는 기업이 더 많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20 07:00

환율이 1달러 당 1300원을 터치할 듯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17일 환율은 1275원까지 올라 한 해 전보다 12.3%나 상승했죠. 환율에 미치는 변수는 수백가지가 넘는다고들 합니다만,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의 긴축 정책 여파가 컸습니다. 미국이 돈 값인 금리를 올리니까 원화값이 상대적으로 싸져서 이렇게 됐죠.

환율이 오르면 국산 제품은 이전보다 싸게 팔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고, 수입품은 비싸게 사야 하니 물가도 오르는 건 상식.

환율이 변하면 기업은 가만히 앉아서도 손실을 보거나 이익이 생긴다. 셔터스톡

환율이 변하면 기업은 가만히 앉아서도 손실을 보거나 이익이 생긴다. 셔터스톡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엔 좋고, 수입을 많이 하는 기업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인데요. 사실 국내 기업은 수출 기업이 많아서 환율이 오르면 웃는 곳들도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 땐 기업을 살리겠다고 일부러 고환율 정책을 쓰기도 했죠.

환율이 변하면, 평소와 똑같이 영업을 하는 데도 재무제표 상 이익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어떤 기업은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보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하는 거죠. 환율이 바뀌면서 생기는 이익이나 손실은 영업과는 상관 없기 때문에 손익계산서에선 모두 '영업 외 손익'으로 반영합니다. 마치 자동차회사가 투자한 주식이 오르거나 내려서 생기는 손익처럼 영업이익엔 영향을 주진 않고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을 주게 되죠.

먼저 지금처럼 환율이 오를 때를 생각해 볼게요. ㈜안동제리찜닭이 미국 한인마트에 찜닭 간편식을 1달러에 수출했다고 쳐요. 1달러가 1000원일 땐 1000원의 매출액이 생기지요. 아직은 대금은 받지 못하고 물건만 넘겨준 상황이라 이 회사는 1000원짜리 매출채권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연말 회계 결산일에 환율이 1200원이 되면, 매출채권 가치도 1200원으로 오릅니다. 이렇게 생기는 이익을 외화평가이익(외화환산이익)이라고 합니다.

안동찜닭. 셔터스톡

안동찜닭. 셔터스톡

자, 그런데 미국 한인마트가 대금을 결제하려고 보니 결산 시점에 1200원이던 환율이 1300원까지 뛰었네요. 그러면 이전에 1200원 하던 매출채권은 1300원의 현금으로 바뀌겠죠? 이렇게 현금으로 실현된 이익은 외환차익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매출채권 가치가 떨어져서 외화평가손실(외화환산손실)이 생기겠죠. 대금 결제할 때 환율이 또 떨어지면 외환차손이 생기게 됩니다. 수입업체는 수출업체와 반대로 생각하면 되겠죠. 그러니까 환율이 오를 땐 수입을 많이 하는 곳이 손해.

그럼 지금 고환율 상황에서 내가 투자하는 국내 기업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물가가 오르니 서민들은 고통을 호소합니다만, 사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웃고 있거나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뭘 보고 이런 소릴 하느냐. 국내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한국신용평가의 연구원들이 업종별로 정리해서 '달러 강세,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은?'이란 보고서를 냈거든요.

달러가 비싸져도 이득을 보는 기업이 참 많다. 셔터스톡

달러가 비싸져도 이득을 보는 기업이 참 많다. 셔터스톡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표 수출 역군 조선·반도체·디스플레이·해운·석유화학·자동차 업종은 오히려 환율이 오르는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철강이나 정유, 음식료, 유통업체들은 원자재나 상품을 많이 수입하는 업종이긴 하지만, 최종 상품 가격에 전가하기 쉬워서 영향을 받더라도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죠.

다만 항공업체들은 부정적입니다. 수입하는 기름값이 오르면 유류할증료로 가격 전가를 할 순 있지만, 고객 입장에선 여행을 아예 포기해버릴 수도 있지요. 예전엔 1000원만 내면 해외 나가서 1달러짜리를 살 수 있었는데, 환율이 오르면 1200원, 1300원씩 줘야 하니까 그냥 '집콕'해 버리게 되죠.

그래픽=김은교

그래픽=김은교

그럼 지금 같은 환율 상승세는 언제까지 계속될 거냐. 시장에선 상반기엔 고공 행진을 계속하다 하반기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금은 미국 금리 인상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환율이 떨어질 변수가 잘 안 보인다는 겁니다. 다만 하반기로 가면 국제 정세 불안이 다소 누그러지고, 글로벌 공급망 경색도 좀 풀리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죠. 환율 예측은 참 어렵습니다만.

우리 개미들 입장에선 환율 상승은 내 주머니를 소리 없이 뺏어가는 날강도처럼 느껴지지만, 수출 기업엔 효자 노릇. 그래도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니, 좀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by.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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