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미국 바이오주는 좀 다를까? 요즘도 버텨내는 '애브비'[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늘은 앤츠랩 구독자 eung******@gmail.com님이 게시판에 제안해 주신 미국 바이오 기업 애브비(ABBV)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도 글 남기시려면 게시판은 여기]. 회사이름이 앱비(AbbVie), 좀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 19세기말에 시카고에서 설립된, 역사가 긴 제약-의료기기 회사 Abbott Laboratories에서 2013년에 분사한 신약개발 바이오 회사 입니다.

미국 시카고 인근 애벗파크에 위치한 Abbott, Abbvie 본사. 셔터스톡

미국 시카고 인근 애벗파크에 위치한 Abbott, Abbvie 본사. 셔터스톡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건선 하면 휴미라~ 할 정도로 세계적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요. 2003년 (모회사 Abbott이) 출시한 이후 작년말까지 1930억 달러(약 246조원)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작년 한 해엔 173억 달러.

그런데 이 휴미라에 대한 애브비의 미국 특허가 내년에 종료됩니다. 휴미라의 복제약품을 너도나도 팔 수 있게 되는 거죠.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등 국내업체도 도전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발표 때 “휴미라 특허 종료로 내년 실적이 20% 감소할 수도 있다” 막 이런 얘기가 나오면서 애브비 주가가 6% 급락하기도 했어요. (S&P500도 4% 하락, 그냥 장이 안 좋은 측면도 있었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주입하고 있는 한 환자. 셔터스톡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주입하고 있는 한 환자. 셔터스톡

가만, 애브비에 대한 얘기를 너무 부정적으로 시작한 것 같은데요. 애브비 주가는 지난 1년간 약 40% 상승했고요.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14% 상승.) 배당률 3.8%로 대표적인 고배당주이기도 합니다. 지금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휴미라에 집중돼 있어서 이 레터를 휴미라로 시작은 했지만, 사실 애브비는 2020년에 보톡스를 개발한 회사 앨러간을 인수해 미용∙치료용 보톡스 시장의 강자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보톡스는 앨러간의 고유 상표이고, 다른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의 일반명사는 보툴리눔 톡신 입니다.)

그럼, 1분기 실적발표를 토대로 애브비의 경영 상황을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1분기 순매출은 135억 달러(약 17조247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습니다. 주당순이익(EPS)도 9% 증가해 시장 기대치에 대체로 부합했습니다.

상품별로 보면 백혈병 치료제 임브루비카 매출이 7.4% 감소한 게 상당한 실망감을 줬습니다. 항암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작년 한 해 임브루비카 판매가 사실상 정체 상태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됐던 일입니다. 애브비 경영진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동종 약품 캘퀀스에 점유율을 좀 내줬다고 털어놨는데요. 대신 애브비의 또다른 백혈병 치료제 벤클렉스타도 약진했다고 합니다.

애브비의 백혈병 치료제 임브루비카. 셔터스톡

애브비의 백혈병 치료제 임브루비카. 셔터스톡

그리고 대망의 휴미라.. 애브비 경영진은 특허 종료에 대해 담담한 편입니다. 현재 매출에서 휴미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역대 최저치이고, 휴미라 판매가 정점을 찍은 것은 2018년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특허가 종료된다고 매출이 제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오리지널 약품이라는 명성에 힘입어 어느 정도 지위를 유지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양입니다.

애브비는 또 휴미라 특허 종료로 줄어드는 매출분을 건선 치료제 스카이리지(Skyrizi)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린보크(Rinvoq)로 메우겠다는 계획입니다. 2025년 스카이리지와 린보크를 합한 판매 가이던스를 150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1분기 이들 약품 매출은 전년비 각각 50% 성장해 낙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애브비의 건선 치료제 스카이리지. 사진 애브비

애브비의 건선 치료제 스카이리지. 사진 애브비

미용과 신경계 분야도 기대주 입니다. 코스메틱 보톡스와 필러 제품인 쥬비덤 판매가 작년 1분기보다 20% 늘었습니다. 애브비는 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필러 시장 중 하나인데 전쟁통에 악영향은 있겠으나 “가이던스를 조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신경계 분야도 치료용 보톡스와 우울증 치료제 브레일라(Vraylar)의 1분기 합계 매출은 10억 달러로 전년비 20% 증가했습니다. 애브비는 올해 브레일라 매출만 40억 달러를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요. 이밖에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개발 중입니다.

보톡스 시술을 받고 있는 한 여성. 셔터스톡

보톡스 시술을 받고 있는 한 여성. 셔터스톡

그래서 종합하면 1분기 실적은 대체로 기대치에 부합했고요. 휴미라 특허 종료 영향에 시장이 좀 민감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습니다. 애브비 실적이 꾸준히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휴미라 특허가 종료돼도 아무 영향이 없을 거라고 너무 큰 기대감을 가졌다가 경영진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달까요. 또 요즘 섹터를 불문하고 워낙 증시 분위기가 안 좋은 것도 영향을 준 듯 합니다.

애브비는 Abbott 시절까지 포함하면 50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배당왕(Dividend King) 입니다.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불안할 때 바이오주는 방산, 소비재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애브비 시설. 셔터스톡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애브비 시설. 셔터스톡

워런 버핏 할아버지가 지금 몇 분기째 애브비 주식을 팔고 계신데요. 특히 2021년 4분기에는 갖고 있던 애브비 주식의 79%를 팔아치우셔서 '아, 이거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2년 넘게 갖고 계셨던 걸로 알고 있고요. 무조건 워런 버핏 따라한다고 좋은 건 아니니까요 흠흠..

특허가 종료돼서 휴미라가 아무리 경쟁이 심해져도 수십억 달러는 안정적으로 벌어들일 것이고, JP모간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목표주가 18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애브비 매출의 80%가 미국에서 발생해서 강달러 영향도 적다는 분석도 있네요.

다만 휴미라가 애브비 매출의 35%를 차지해, 휴미라를 대체 보완한다는 스카이리지, 린보크 매출의 8배, 10배나 되고, 또다른 대표상품인 백혈병 치료제 임브루비카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서.. 휴미라와 임브루비카의 감소분을 스카이리지, 린보크가 메운다는 가설이 어느 한 분기라도 삐끗하는 순간 애브비 주가엔 악재가 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애브비보다 증시 자체가 훨씬 더 불안하다

※이 기사는 5월 1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널리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