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이번주 코스피 올라? 내려? AI는 요즘 이걸 보고 예측한다

이번주 코스피는 오를까, 내릴까. 공모주에 청약하면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오를까, 내릴까. 주식 투자자들이라면 당연히 궁금해하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들이죠. 그 답을 AI(인공지능)로 찾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서 일하는 김규진 책임연구원.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투자전략이란 좀 새로운 분야인데요. 그가 만든 AI 기반 예측모델은 지금의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1992년생인 김규진 책임연구원은 2019년부터 NH투자증권에서 일해왔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전자공학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를 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AI를 활용한 코스피 예측모델에 대한 보고서를 내셨죠. 그 예측모델이 내는 코스피 예측을 매주 고객들에게 문자로 발송하고 있고요. 자, 그럼 지금(12일) 국면에서 코스피는 어떻게 예측되나요?

“여기(AI 코스피 예측모델)에 투입되는 변수는 세가지예요. 경제변수, 기업 실적을 포함한 재무변수, 그리고 저희 리서치센터 주간투자전략을 분석한 감성변수. 그런데 최근 한달 동안은 기업실적 중요성이 낮아지고, 경제데이터 중요성이 가장 높아졌어요. 감성점수 영향력도 어느정도 높아지고 있고요. 따라서 지금은 기업실적보다는 경제지표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요즘 경제지표가 너무 별로인데요.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

“미국 CPI 지표도 좋지 않았으니, 이번주도 코스피지수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단 판단입니다.” 

세 가지 변수(경제·재무·감성)의 비중을 얼마로 할지는 AI가 학습해서 그때그때 알려주는 거죠?

“네. 예를 들어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재무점수(기업실적)가 가장 유의미했고 감성점수는 영향력이 없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직후인 2020년부터는 감성변수가 굉장히 높은 정확도를 보였죠.”

김규진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보고서를 2개 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AI와 대체데이터를 활용한 코스피 예측 모델'과 올 3월 낸 'AI를 활용한 공모주 투자전략'이다. 두 AI 예측모델이 내놓는 결과치(이번주 코스피 예측과 공모주 종목별 상승확률)는 매주 월요일 오전에 사내 직원과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 김경록 기자

보통 감성지표로는 SNS나 뉴스 데이터를 많이 쓰는데, 왜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보고서를 쓰세요? 혹시 리서치센터 홍보용?

“SNS가 모든 사람의 심리를 대변한다면 사용하기 좋은 데이터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고요. 뉴스는 이미 대중에게 제공이 돼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시장에 후행하는 측면이 있어요. 이에 비해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코스피’라는 주제가 아주 명확하고, 누구나 접근 가능하지는 않죠. 그런데 SNS데이터가 무의미 한 건 아니에요. 지금 SNS데이터를 활용한 투자 전략을 연구 중인데 테스트해보니까 어느 부분에선 활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어떤 SNS데이터를 활용해서 뭘 예측하는데요?

“트위터, 유튜브, 그리고 미국 레딧의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에 상장된 시총 상위 100개 종목의 상관관계를 뽑아내서, 그걸 기준으로 투자하는 방법론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SNS로 종목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가 뽑아지던가요?

“예를 들어 SNS에 ‘내가 엑스박스를 샀는데,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좋더라’라는 식의 피드백을 하잖아요. 이걸 추출하면 MS와 소니가 연관성 있는 기업이라는 걸 추출할 수 있죠.” 

올 3월엔 AI를 활용한 공모주 수익률 예측모델 보고서를 내셨죠. 실제 보고서에서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상승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던 공모주(지투파워, 세아메카닉스 등)는 실제로도 올랐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공모주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는데요. 공모주 시장의 수요가 꺼져가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시나요?

“제가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만 해도 주로 상승확률이 높게 나왔는데요. 이제는 상승확률이 낮게 나오는 종목들이 눈에 띄고 있어요. IPO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거죠. 사실 작년엔 공모시장이 굉장히 과열됐고, ‘공모주 청약에 참가만 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쏠림현상이 발생했는데요. 그걸 방지하고, 상승할 만한 공모주에 효율적으로 투자하라는 뜻으로 이 예측모델을 만들었죠.” 

뭘 사느냐 못지 않게 공모주를 언제 팔 것이냐도 중요한데요. 보고서를 보면 AI가 상승할 거라고 예측한 공모주는 실제 시초가는 많이 오르지만, 그 이후엔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네요. 그럼 청약한 공모주는 무조건 상장 첫날 아침에 팔아야 하나요?

“통계적으로 봤을 땐 상장 당일 파는 게 가장 수익률이 좋죠. 만약 공모주를 상장 이후에 사려고 한다면 통계적으로 한달 뒤에 투자하시는 게 가장 좋다고도 나오고요. 그런데 다 그렇진 않아요. 시초가가 별로 오르지 않은 공모주 중엔 ‘포스트 IPO 투자(상장 직후 매수)’를 하는 게 수익률이 더 좋은 종목도 있죠. AI 예측모델을 활용하면 그런 종목을 선별할 수 있어요.”

김 연구원은 "AI가 어렵다고 하지만, 도구가 빠르게 발전되고 있어서 5년 안에 일반인도 AI를 한번 만들어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제가 실직할 수도 있겠다"며 웃었다. 김경록 기자

투자자들 중엔 경험과 감으로 무장된 뛰어난 사람들도 있는데, AI가 투자 성과에서 그런 사람을 앞설 수 있을까요?

“물론 AI가 인간을 이기지 못하는 분야는 분명히 있죠. AI는 굉장히 학습을 많이 한 인간의 뇌를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훈련이 많이 된 인간의 뇌를 모두가 갖고 있진 않잖아요. 달리 보면 내가 세계 최고의 펀드매니저가 되지 못한다면, 최소한 평타 이상 치는 AI를 만드는 게 더 좋은 전략이죠.” 

세계적인 헤지펀드는 부자들 돈만 맡아주니까, 그런 서비스를 대중화한다는 데 AI가 의미 있겠군요. 그런데 AI 예측모델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지 않나요?

“페이스북, 구글 같은 초대형 기업이 만들고 있는 AI 모델은 엄청난 비용이 들죠. 학습하는 데 뉴욕시 한달 전기비용이 든단 말도 있을 정도인데요. 금융사가 그걸 따라갈 순 없죠. 그런데 완벽한 100%짜리 모델이 아니더라도 70~80% 퍼포먼스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하거든요. 예를 들어 주식시장을 55%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면 수익률이 그렇게까지 크진 않지만 예측률이 57%가 되면 수익률이 굉장히 높아져요. 그래서 저희는 완벽을 기하기보다는 적당히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도를 목표로 하죠.”

보고서에서 ‘주가지수에 40년 동안 투자할 때 그 중 가장 성과가 나쁜 10일 제외하면 투자성과가 150% 높아지고, 가장 좋은 10일을 제외하면 성과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어요.

“변동성이 큰 국면에 잘 대응하는 게 투자성과에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AI 예측모델은 변동성이 작은 국면보다 변동성 큰 국면에 더 민감하게 잘 대응하도록 설계가 됐고요.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이 ‘요즘 시장이 변동성 높은데 참고할 지표가 없다’고 고민될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겁니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AI가 ‘오늘의 코스피 예보’를 매일 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일기예보처럼요.

“당일 예측은 사실 많이 어려워요. 그리고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저라면 발표를 안 할 것 같아요. 발표 안하고 펀드를 모아서 제가 운영하겠죠. 아깝잖아요? 그렇게 대단한 걸 만들었는데.(웃음)” 

본인은 재테크를 어떻게 하는지 좀 공개해줄 수 있나요?

“약간 퀀트기법을 쓰는데요. 퀀트로 봐서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고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은 종목, 즉 저평가됐는제 돈을 잘 버는 종목을 찾아서 투자하는데 그게 가장 성과가 좋아요. 월말에 한달에 한번만 매수·매도를 하죠. 그게 아니라 제가 그냥 ‘이 기업 좋을 것 같아’라고 해서 산 건 성과가 안 좋더라고요.” 

by.앤츠랩

※이 기사는 5월 16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