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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성장 한계? 시장 안 커져도 돈 벌 기업은 잘만 벌더라

중앙일보

입력 2022.05.17 07:00

업데이트 2022.05.17 08:20

 리오프닝주, 개인적으론 다루기를 좀 주저하게 되는데요. 지난해 봄 리오프닝 기대감이 치솟던 시절, 관련주를 소개했다가(한세실업, 클리오, 강원랜드) 이후 오미크론에 뒷통수 제대로 맞은 기억이 있어서죠(그땐 진짜 곧 마스크 벗는 줄 알았음...).

오늘 볼 종목은 리오프닝 수혜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수 실적주’ 면모가 강해서 들여다 보게 됐습니다. 자고로 금리인상기엔 실적주인데, 중국 경제가 워낙 흔들리니 수출보단 내수주에 주목한 건데요. 한섬입니다.

한섬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 마인(MINE). 한섬 홈페이지

한섬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 마인(MINE). 한섬 홈페이지

타임(TIME), 마인(MINE), 시스템(SYSTEM)이란 브랜드 들어보셨나요? 웬만한 백화점 매장엔 입점해있는 여성복 브랜드인데요(모두 ‘노세일(No Sale)' 브랜드라서 백화점보단 아울렛에서 사게 되긴 하지만). 셋 다 한섬의 브랜드입니다. 1987년 설립된 전통의 여성복 명가이죠. 타미힐피거, DKNY, 캘빈클라인도 아시죠? SK네트웍스가 하던 이 패션사업도 2017년 한섬이 인수했습니다. 현재 브랜드 수 30개, 매장 수 1389개.

2012년 현대백화점 그룹에 인수됐습니다(최대주주는 현대홈쇼핑). 과거 오프라인, 특히 백화점 매장이 중요했던 시절 한섬의 여성복 브랜드 파워와 백화점 유통채널의 결합이 ‘윈윈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더랬죠. 지금은 어떨까요?(뒤에서 설명할게요~)

 한섬의 효자 브랜드 중 하나인 타미힐피거. 한섬 홈페이지

한섬의 효자 브랜드 중 하나인 타미힐피거. 한섬 홈페이지

‘국내 패션산업은 2014년 이후 연평균 0.2%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섬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고작 0.2%?! 패션, 그 중에서도 내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한섬은 돌파구가 꼭 필요하죠.

그리고 돌파구를 어느정도 찾았습니다. 바로 온라인. 한섬은 자체 온라인몰이 3개입니다. 더한섬닷컴(타임·마인 같은 여성복과 랑방 등 해외 고가브랜드), H패션몰(타미힐피거·DKNY) 그리고 EQL(패션큐레이션플랫폼).

한섬은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쭉쭉 올라 지난해 21%를 차지했습니다. 불과 4년 전(2017년) 고작 7%에 그쳤는데 엄청 늘었죠. 특히 온라인 중에서도 무신사 같은 외부 플랫폼이 아니라, 더한섬닷컴 같은 자사몰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게 핵심 포인트.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거 다 코로나 영향 아니냐고요? 사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그런 줄 알았죠. 올해는 다시 오프라인 판매가 늘어나고 대신 온라인은 제자리걸음 할 줄 알았는데요. 1분기 실적을 열어보니 웬걸. 올 1분기에도 온라인 매출액이 껑충 뛰면서(+25%) 전체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22.4%)은 더 커졌습니다(서프라~이즈!). 덕분에 각 증권사들이 올해 실적 전망치 높이기 바쁨.

온라인, 특히 자사몰은 아주 큰 장점이 있죠. 수수료가 적게 들어서 마진이 크다는 점인데요. 사실 패션업체의 가장 큰 비용요인은 수수료입니다. 10만원짜리 옷 팔면 백화점에 3만원 넘게 떼어줘야하죠. 무신사 같은 온라인 플랫폼도 수수료율이 20% 넘고요. 그런데 자사몰은 이 아까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것. 그 돈으로 쿠폰 뿌리고 마케팅하면 충성고객을 모을 수 있으니 훨씬 이익이죠.

결국 과거엔 백화점과 ‘윈윈’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탈 백화점(=자체 유통)’이 살 길인데요. 탄탄한 브랜드 덕분에 한섬이 그걸 아주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오에라의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맨왼쪽) 세트. 50㎖짜리 한통에 125만원, 30㎖짜리는 78만원. 오에라 홈페이지

오에라의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맨왼쪽) 세트. 50㎖짜리 한통에 125만원, 30㎖짜리는 78만원. 오에라 홈페이지

또다른 돌파구도 모색 중인데, 바로 화장품입니다. 한섬이 자회사(한섬라이프앤) 통해 화장품 만드는 거 잘 모르시죠? 지난해 8월 첫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했는데요. 50㎖짜리 크림 한통에 125만원(ㄷㄷ)이란 고급화 전략을 쓰는데, 매출이 얼마인지는 아직 안 알려주는 걸 보니 크진 않은 듯. 그래도 최근 현대백화점의 경쟁사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하는데 성공한 데다, 좀더 싼 신제품 라인이 조만간 나온다니 성장을 살짝 기대해 볼 만합니다.

또 4월엔 ‘리퀴드퍼퓸바’라는 이름의 향수편집숍을 론칭했죠.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1호점 열었고, 서울 청담동에도 대형 단독매장 내기로. 이른바 ‘니치향수’라고 부르는 프리미엄급 향수가 불티나게 팔리는 요즘 트렌드에 올라타려는 거죠.

자, 그래서 한섬 화장품이 대박을 낼 것이냐! 솔직히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화장품 시장 경쟁이 진짜 엄청 치열하거든요. 경쟁사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야심차게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도 생각보다 그렇게 막 급성장하진 못하는 걸 보면 참 쉽지 않은 시장. 대신 향수 매장 새로 내고 화장품 신제품 마케팅하는 데 돈 들여야 해서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만 못할 거라는 건 확실하죠.

한섬 '리퀴드 퍼퓸바' 매장에서 니치향수를 소개하는 모델들. 연합뉴스

한섬 '리퀴드 퍼퓸바' 매장에서 니치향수를 소개하는 모델들. 연합뉴스

‘화장품이 돌파구 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입니다. 그래도 국내 화장품 시장은 2015년 이후 연 평균 4%씩 꾸준히 성장합니다(패션산업 0.2%에 비하면 엄청 고성장). 성공이 보장된 건 아니지만, 본업으로 돈 잘 벌고 있는 지금 치고 나가야 하는 건 맞습니다.

패션기업이 리오프닝 덕을 볼 종목인 건 다들 아실 겁니다. ‘모임 약속은 잡히는데, 2년 동안 재택을 했더니 입고 나갈 옷이 없네?!’ 저뿐 아니라 다들 이런 상황일 테니까요. '기왕이면 좀 고급진 옷으로 사자'는 수요가 많을 수록 고가 브랜드가 많은 한섬엔 땡큐.

하지만 마냥 수혜만 있는 건 아닐 지도. 왜냐면 다시 해외여행이 시작될 거거든요. 안 그래도 다들 여행가고 싶어 들썩거리는데, 해외여행 확 풀리면 ‘옷 사지 말고 유럽 여행 가서 명품가방 사자’로 흐름이 바뀔 위험이 있습니다. 고로 리오프닝 기대감은 있지만 하반기 달라질 흐름까지 생각한다면 너무 설레발 치는 건 곤란.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왜 이렇게 온라인 쿠폰 많이 주나 했더니, 한섬은 다 계획이 있었다!

※이 기사는 5월 16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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