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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군대 투입하라” 코로나 방역 특별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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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인민군을 투입해 안정시키라는 특별명령까지 하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15일 또다시 비상협의회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의약품들이 약국들에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현 실태를 분석했다”며 “인민군대 군의(軍醫) 부문(의무부대)의 강력한 역량을 투입해 평양시 안의 의약품 공급사업을 즉시 안정시킬 데 대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특별명령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의약품 취급 및 판매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정적 현상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지적했다”며 “엄중한 시국에조차 아무런 책임도,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중앙검찰소 소장의 직무 태만 행위를 신랄히 질책했다”고 전했다.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재기와 사적인 불법 유통 현상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군까지 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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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무상의료체계가 사실상 무너졌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여파로 의약품 수입 역시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도 “기침이 나면 꿀을 먹어라” “금은화나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으라”는 등 민간요법 소개에 집중하는 것 역시 열악한 의약품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국가가 조달하는 의약품들이 약국을 통해 주민들에게 제때에 정확히 가닿지 못하는 것은 내각과 보건 부문 일꾼(간부)들이 현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가지지 못하고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 정신을 말로만 외우면서 발 벗고 나서지 않고 있는 데 기인된다”고 지적했다.

북, 의약품 부족에 사재기 급증 … 김정은 “약 제때 공급 안돼”

김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평양 대동강 구역의 한 약국을 직접 방문해 의약품 공급과 판매 현황을 살피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약국들이 자기 기능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게 꾸려져 있지 못하고 진열장 외에 약품 보관장소도 따로 없는 낙후한 형편”이라며 “판매원들이 위생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실태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위생환경 문제도 지적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조용원 당 조직담당 비서와 김덕훈 내각 총리 등 다른 수행원들과는 달리 마스크 2장을 겹쳐 쓰고 현지 지도에 나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북한 매체들은 14일 오후 6시부터 하루 사이 유열자 39만2920여 명이 새로 발생했고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진단키트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확진자나 감염 의심자 대신 유열자로 표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매체들은 지난 4월 말부터 전국적으로 유열자가 121만3550여 명 나왔고 5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코로나19 유열자 규모는 12일 1만8000명, 13일 17만4440명, 14일 29만6180명, 15일 39만2920여 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6일 북한이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실제 공개된 것보다 5~6배가량 많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사망자 수가 최대 300명 안팎이란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사망자 숫자를 믿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북한이 발표한 누적 확진자를 감안할 때 사망자가 50명이라면 코로나19 치명률은 0.004%인데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 접종을 마친 남측도 0.13%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급박한 상황에도 남측의 지원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11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한 실무 접촉 제안을 담은 대북 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으나 북측이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통지문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로 돼 있고 수신인은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이다.

통일부는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 도구 등을 제공하고, 우리 측의 방역 경험 등 기술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한편 이를 위한 남북 간 실무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의료·방역 등 인도적 협력에 있어서 어떠한 정치적 상황과도 연계하지 않고 조건 없는 협력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며 “북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민 피해를 막는 데 협력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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