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합시다" 尹제안에, 민주 "16일 어렵다 했는데…예의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13 18:02

업데이트 2022.05.14 00:18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나흘 만에 여야 3당에 ‘식사 정치’를 제안했으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이 13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지도부에 오는 16일 만찬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16일로 예정된 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 연설 후 여야 3당 대표·원내대표와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며 김영태 국민소통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도부에게 16일 만찬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며 김영태 국민소통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도부에게 16일 만찬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의 이번 만찬 제안에는 인사청문회·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경색된 정국을 ‘원샷’에 풀어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단순 상견례를 넘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한동훈·정호영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 코로나 손실보상 추경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하겠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16일 만찬은 민주당 측이 일정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성사가 불발됐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미 며칠 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제안에 ‘16일은 어렵다’는 뜻을 전해 일정을 조율 중이었는데 오늘 또다시 16일 얘기를 꺼냈다”며 “예의 없는 경우 아닌가. 일정은 재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의당 측은 “날짜까지 제안받진 못했다”며 “우리도 대통령에 할 얘기가 있다. 일정이 확정되면 참석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윤 대통령의 첫 여야 만찬 제안이 무산 분위기로 흘러간 데는 이 날 있었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이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재송부 시한을 만찬일로 제안한 16일로 설정했다. 한편에선 임명 강행 수순을 밟으면서 다른 한편에서 대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때문에 이날 오전 국민의힘에서도 “회동이 열려도 큰 성과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수도권 초선 의원)”이란 반응이 나왔다.

성비위 사과 다음날 공세 전환 나선 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의혹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바로 다음날 강경모드로 돌아섰다. [뉴스1]

박지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의혹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바로 다음날 강경모드로 돌아섰다. [뉴스1]

전날 박완주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민주당은 하루 만에 대여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3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소수자 혐오 등 막말 논란과 성비위 징계 이력”을 거론하며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과 윤재순 총무비서관에 대한 해임을 촉구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국정원에 보훈처까지 검찰 측근을 기용하는 모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민주당은 인준 부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퇴와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을 연계해 보는 시각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측 바람일 뿐”이라며 “오는 20일쯤 한 총리 후보자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이 열리는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추경과 한 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 등에 관한 당론의 모을 예정이다.

‘여당 고차방정식’ 갇힌 국민의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이자 후안무치의 극치(허은아 수석대변인)”라며 박완주 민주당 의원 성추행 의혹을 부각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속내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외에도 5월 안에 코로나 추경과 국회의장단 선출 등 민주당과의 합의 없이는 처리할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임기가 29일까지라 법령상으론 임기만료 5일 전인 24일이 새 의장 선출일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의장 표결과 추경을 함께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관례대로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을 하고, 원 구성 협의는 별도로 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6월부터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던 ‘21대 국회 원 구성 합의’에 대해서도 원점 재협상을 요구 중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추경은 처리하되 6월부터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한 ‘21대 국회 원 구성 합의’를 민주당이 지키는 전제로 국회의장 선출 협의를 원하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6일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강탈 시도는 후안무치의 극치”라며 “굳이 법사위원장직을 차지하겠다면 국회의장 자리를 양보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법사위원장을 절대 민주당에 내줘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했다. 법사위원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법사위원장은 협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은 힘자랑을 하고, 윤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국민의힘 입장에선 지금 민주당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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