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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파장' 덕 본 국힘 '박완주 맹폭'…차유람까지 거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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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꽤 오랫동안 ‘보수의 몰락’이라는 평가에 시달렸다. 2017년 대선 패배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제외한 14개 시·도지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급기야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가져가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현실의 참담함보다는 미래의 탈출구가 안 보이는 게 더 무섭다”는 절망섞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국민의힘이 수렁을 빠져 나온 계기가 ‘박원순·오거돈 성추문’ 사태였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부산 보궐시장 선거에서 연패 사슬을 끊어냈고, 어수선했던 당의 진열을 재정비해 올해 대선까지 승리하며 집권당이 됐다.

윤호중(왼쪽),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저녁 국회 당대표실에서 성 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호중(왼쪽),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저녁 국회 당대표실에서 성 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12일 민주당에서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이 터지자 국민의힘에서는 “박원순·오거돈 사태가 떠오른다”(당 핵심 관계자)는 반응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두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민주당의 민낯을 드러냈듯 이번 성추문도 전국 지방선거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13일 약속이라도 한 듯 민주당을 총공격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기현 의원은 선대위 회의에서 “박원순·오거돈·안희정을 관통하는 ‘성범죄 DNA’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성범죄 전문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의원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말 민주당 대표였던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저격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당시 송 후보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확실히 밝혀야 한다”며 “박 의원 성범죄 사건도 심각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2차 가해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에 입당한 당구선수 차유람씨도 “여성으로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참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민주당을 저격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여성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 오거돈 전 부산시장(가운데)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성비위 의혹이 불거진 박완주 의원을 제명한 것을 계기로 성추문 사태가 떠오르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사태'를 거론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연합뉴스·뉴스1]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 오거돈 전 부산시장(가운데)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성비위 의혹이 불거진 박완주 의원을 제명한 것을 계기로 성추문 사태가 떠오르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사태'를 거론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연합뉴스·뉴스1]

 국민의힘에 입당한 당구선수 차유람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열린 입당 환영식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차씨는 이날 박완주 성비위 의혹 등에 대해 "여성으로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참담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에 입당한 당구선수 차유람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열린 입당 환영식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차씨는 이날 박완주 성비위 의혹 등에 대해 "여성으로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참담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특히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 사태가 충남지사 선거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승조 지사와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충남지사 선거는 주요 격전지로 꼽힌다. 당초 박완주 의원은 양 지사 캠프에서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박 의원의 지역구 천안을은 충남 전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핵심 지역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안희정 사태에 이어 충남에서 또다시 민주당발 성추문이 터진 만큼 지역 주민들이 여론이 곱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사태 수습 과정에서 민주당이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날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박 의원을 제명한 뒤 대국민 사과를 하자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사과 좀 그만하라”, “당의 부정적 이미지만 키운다”는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에 대해 “박원순 사태 직후 민주당에서 나온 ‘피해호소인’ ‘무공천 뒤집기’ 논란과 비슷한 비상식적인 반응”이라며 “의혹 단계인 2차 가해 논란도 향후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경계도 적지 않다. 이날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에서 한 참석 의원은 1996년과 2012년 성비위 문제로 검찰에서 인사 조처를 받은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거론하며 “성추문을 비판하려면 우리부터 깨끗해야 하고, 윤 비서관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 여성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동성애 및 위안부 피해자 비하 논란을 빚은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의 거취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공세만 퍼부을 것이 아니라 성범죄 근절이나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을 확립하는 게 민주당과 진정으로 차별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기신도시 주건환경개선 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참석한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박 위원장은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삽납 의혹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기신도시 주건환경개선 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참석한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박 위원장은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삽납 의혹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박지현 위원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징계해야 한다”고 맞붙을 놨다. 박 위원장은 경기 수원의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그나마 수술 중이지만, 국민의힘은 지금도 숨기는 중”이라며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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