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파도가 일렁이듯…한해 40만명 찾아온다, 고창 청보리축제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2.05.11 05:00

업데이트 2022.05.11 17:09

전북 고창 학원농장에서 이달 15일까지 청보리밭축제가 열린다. 드넓은 보리밭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전북 고창 학원농장에서 이달 15일까지 청보리밭축제가 열린다. 드넓은 보리밭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방역 해제와 함께 축제도 봇물이 터졌다. 지난 2년간 바짝 움츠려 있던 전국 축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표적인 봄 축제인 전북 고창 청보리밭축제도 3년 만에 재개했다. 약 40만㎡(12만 평) 연둣빛 보리밭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풍경을 보기 위해 상춘객이 고창으로 몰리고 있다. 3일 축제 현장을 다녀왔다.

급하게 준비한 축제

청보리 축제는 흔하다. 보리가 가장 먼저 익는 제주도 가파도에서 테이프를 끊은 뒤 호남 지방 곳곳에서 축제 바통을 이어받는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여느 축제가 그랬듯이 올봄 청보리 축제 대부분이 취소됐다. 행정안전부가 축제를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하라고 권고한 까닭이었다. 이 와중에 고창 청보리밭축제는 3년 만에 축제를 열었다. 고창군과 마을 주민 70명으로 구성된 축제위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이 완화하는 추세를 보며 물밑에서 준비했다.

고창 청보리밭축제가 열리는 학원농장은 경관농업의 선구자다. 진영호 대표가 약 30년 전 귀농해 보리밭을 일궜고 2004년부터 축제를 개최했다.

고창 청보리밭축제가 열리는 학원농장은 경관농업의 선구자다. 진영호 대표가 약 30년 전 귀농해 보리밭을 일궜고 2004년부터 축제를 개최했다.

원래 고창 청보리밭축제는 4월 중순부터 3주간 진행했다. 올해는 4월 30일부터 시작해 5월 15일까지 개최한다. 방역 상황이 불안정해 최대한 늦춰서 준비했다. 축제 기간도 16일로 짧게 잡았다. 청보리밭축제위원장을 맡은 학원농장 진영호(73) 대표는 “청보리가 진한 초록색을 띠고 유채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이 가장 아름답지만, 올해는 어쩔 수 없이 늦췄다”며 “준비 기간도 짧았던 터라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 등을 예년처럼 준비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고창 학원농장을 운영하는 진영호 대표. 올해 봄축제 상당수가 취소됐지만 방역 상황을 주시하며 준비한 결과 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고창 학원농장을 운영하는 진영호 대표. 올해 봄축제 상당수가 취소됐지만 방역 상황을 주시하며 준비한 결과 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축제 시기를 늦췄고 체험·문화 행사가 예전 같지 않아도 축제의 주인공인 청보리밭은 변함이 없었다. 다른 볼거리나 놀 거리가 아니라 보리 자체가 사람을 이끄는 축제인 만큼 관광객도 마스크를 벗고 드넓은 보리밭을 산책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축제 기간에 약 3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관 농업의 선구자

축제 개최지인 학원농장은 한국 경관 농업의 선구자다. 30년 전 귀농한 진 대표가 17대 국무총리인 아버지 진의종씨에게 물려받은 땅에 보리를 심었다. 2004년 처음 보리밭 축제를 열었고 이후 해마다 40만 명이 농장을 찾았다. 학원농장이 전국 명소가 되자 진 대표는 2013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전국에서 경관 농업을 배우기 위해 학원농장을 찾았다. 처음부터 보리로 성공하리라 기대한 건 아니었다. 수박 농사를 실패한 뒤 손이 덜 가는 작물을 찾다가 보리를 심었다. 진 대표는 “2000년대 들어 보리농사가 사양세에 접어들면서 보리밭을 보기가 힘들어지자 도리어 우리 농장이 주목받았다”며 “경관 농업으로 큰돈을 벌진 못해도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이달 3일에 촬영한 고창 청보리밭축제 현장. 유채꽃은 대부분 졌지만 초록빛으로 일렁이는 보리밭은 볼 수 있다.

이달 3일에 촬영한 고창 청보리밭축제 현장. 유채꽃은 대부분 졌지만 초록빛으로 일렁이는 보리밭은 볼 수 있다.

예년보다 축제가 늦어지면서 진초록 보리밭과 샛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진 풍광은 보기 어렵게 됐다. 이달 3일에도 유채꽃은 대부분 진 상태였다. 보리 이삭도 조금씩 익어가며 누렇게 변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탁 트인 밭을 공짜로 누빌 수 있는 공간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진 대표는 “주변 지역에도 더 넓은 보리밭이 있지만 완만한 구릉과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광만큼은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보리밭축제에서는 트랙터 관람차를 타고 보리밭을 누빌 수 있다.

청보리밭축제에서는 트랙터 관람차를 타고 보리밭을 누빌 수 있다.

축제 기간 학원농장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유채와 보리가 어우러진 입구 쪽 밭이다. 이곳이 전부는 아니다. 차 없는 거리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적하고 드넓은 보리밭이 또 나온다. 트랙터 관람차(어른 편도 5000원)를 타고 '마중길'을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광주에서 온 서애림(65)씨는 "보리밭을 거닐다가 원두막에서 쉬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무엇보다 마스크 벗고 광활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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