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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넷플릭스 주가 급락에 흔들리는 스튜디오드래곤…올해 가동률은 역대급

중앙일보

입력

최근 종영했지만, TV와 안 친한 저도 늦바람 든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란 작품인데요. 펜싱 여자 국가대표 선수와 펜싱 담당 기자가 된 '훈남 오빠'와의 로맨스. (남들 다 아는데 저만 모르는 결말)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게 한국 드라마의 매력이죠. 개성 강한 캐릭터와 혼을 빼놓는 스토리텔링, 거기에 아날로그 감성까지. 한국 드라마만이 가진 강점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에서도 먹히고 있죠.

오늘 고른 종목은 스튜디오드래곤입니다. 2016년 CJ ENM 드라마사업부문이 분사해 설립된 곳인데, 드라마 팔아 버는 수익이 절반 이상(56.6%)을 차지하죠. 앤츠랩에서도 이미 작년 3월 다룬 적이 있지만, 또 다룬 이유가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스튜디오드래곤이 공동 제작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tvN

스튜디오드래곤이 공동 제작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tvN

하나는 타이밍. 지난달부터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1분기 가입자 20만명 감소(전 분기 대비) 실적을 발표한 뒤 폭락했는데요. 이 때문에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도 덩달아 내렸는데, 이게 단기 매수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두부 장사가 잘되면 콩 장사도 잘되듯,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세계 1위 OTT 넷플릭스 주가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편. 간혹 다른 방향성을 보이기도 하죠. 스튜디오드래곤 드라마를 사주는 곳이 넷플릭스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이 종목에 투자한다고 넷플릭스 주가만 쳐다보기보다는, 콘텐트 시장 전체 판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등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경쟁 과열로 좋은 콘텐트를 서로 모시려는 상황.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스튜디오드래곤도 올해엔 '인해 전술'을 준비 중입니다. 무려 한 해 전보다 7~9편 많은 사상 최대 드라마 제작 계획(32~34편)을 밝힌 거죠.

공장으로 따지면, 가동률을 역대급으로 끌어올린 상태이니, 이익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겠죠?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38.9%, 내년에도 25.5%로 계속해서 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리딩투자증권)도 나옵니다.

올해 제작하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만큼만 해준다면?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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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규모 드라마 제작이, 예상 밖의 대규모 적자로 돌아오기도 하니까 주의! 드라마만 만든다고 모두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드라마 제작사 실적의 핵심은 단연코 양보다 질입니다. 콘텐트 제작사 재무제표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특징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죠.

콘텐트 제작사의 재무상태표에선 유독 '판권'이란 이름의 무형자산이 많습니다. 판권이란 어떤 저작물을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말하죠.

'돈키호테'를 쓴 미겔 데 세르반테스도 돈이 궁한 나머지, 판권은 출판사에 넘기고 원고료만 받고 글을 썼습니다. 세계 명작을 남기고도 변변한 수익은 구경도 못 했죠. 예나 지금이나 콘텐트 시장은 판권을 누가 갖느냐가 참 중요합니다.

돈키호테와 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기념우표. 셔터스톡

돈키호테와 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기념우표. 셔터스톡

그럼 드라마 제작사 재무제표에 나타난 판권은 어떻게 생겨나는 거냐. 다른 곳에서 제작한 작품의 판권을 사오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제작한 드라마의 제작비 일부가 판권이란 무형자산으로 잡히기도 합니다.

제약·바이오 회사가 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데 쓴 돈 중 일부를 단순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개발비 자산'으로 잡기도 하는 것과 비슷하죠.

판권은 제작한 드라마가 방송국·OTT 등으로 방영될 때, 방영 계약 기간으로 나눠 비용 처리(상각)합니다. 제조업체가 기계설비 투자비를 기계 수명에 따라 나눠 감가상각하는 것과 비슷하죠.

독점 판매 권한인 판권은 드라마 제작비 일부를 자산화해 생기기도 한다. 셔터스톡

독점 판매 권한인 판권은 드라마 제작비 일부를 자산화해 생기기도 한다. 셔터스톡

일반 개미투자자가 여기까지 알아야 해?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걸 이해하면 왜 드라마 제작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드라마 흥행 여부에 왜 더 민감해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자, 제조업체가 공장을 지으면 30년은 너끈히 쓸 수 있죠. 1000억원짜리 건물을 30년에 걸쳐 감가상각비로 반영하면 되니까, 매년 상각처리 비용이 크진 않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방영 기간이 길어야 몇 달이죠. 그러니 제작비 1000억원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이 짧은 기간에 모두 비용으로 털게 됩니다. 판권, 넌 스쳐 가는 자산일 뿐. (제작사들은 무려 22년간 방영한 '전원일기' 시절이 그리울 듯)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렇게 짧은 기간에 큰 비용이 나가는 게 드라마다 보니, 제작사로선 이를 뽑아 먹고도 남을 만큼 드라마가 흥행해 줘야 합니다. 흥행만이 살길!

정말 안타까운 건 캐스팅한 연기자도 화려하고 영상미도 넘치는데, 스토리가 너무 재미가 없거나 어이없어서 폭망하는 작품도 흔히 봅니다. 이런 작품을 줄줄이 내놓는 제작사라면, 재무제표도 보나 마나 폭망. 적자 잔치가 벌어져 있지요.

그러니까 드라마 제작사 투자자들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 드라마 제작 계획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할지를 잘 관찰해야 하는 겁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엔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리들의 블루스 등 최근 내놓는 작품들은 나름대로 순항 중.

넷플릭스 가입자 감소, 스튜디오드래곤 주가엔 언제까지 영향줄까.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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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넷플릭스 주가가 급락한 뒤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 투자가 걱정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텐데요.

좋은 쪽으로 보자면, 넷플릭스 가입자가 전체적으론 20만명 줄었지만, 아시아 가입자는 오히려 110만명이 증가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 상대적으로 애정을 보이는 가입자가 늘었다는 건 희소식. 여기에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디즈니+·애플TV+ 등 다른 OTT에 들어가는 콘텐트 공급도 빠르게 늘고 있는 건 희망적이죠.

글로벌 OTT 시장은 그야말로 진검승부의 시대가 열렸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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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증권가에선 모회사 CJ ENM이 지난달 신설한 제2 스튜디오 '스튜디오스'와 스튜디오드래곤의 역할이 겹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형제가 많아지면 부모 관심도 덜해질 수밖에 없지 않냐는 거죠.

하지만 두 형제는 '안 닮았고 하는 짓도 다르다'는 것으로 정리. 스튜디오스는 새로운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하고 신생 플랫폼 개척에 나서고, 스튜디오드래곤은 기존에 하던 일을 잘하면 된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한국 드라마 말고는 볼 게 없네. 나만 그런가? 

※이 기사는 5월 9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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