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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따상상상’ 전설 썼던 그 회사는 2년 뒤 어떻게 됐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2.05.02 07:00

청약 경쟁률 323대 1, 증거금 31조원. 2020년 여름 국내 공모주 청약 시장의 새 역사를 쓴 SK바이오팜의 데뷔 모습이었죠. 상장은 더 드라마틱. 첫날 ‘따상’ 포함 3거래일 연속 상한가(소위 따상상상)! 7월 2일 공모가(4만9000원)→7월 6일 주가(21만4500원). ‘내가 왜 청약을 안 했을까’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이들이 쏟아졌죠. 팬데믹 이후의 엄청난 유동성과 맞물려 빅히트(하이브), 카카오게임즈,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로 이어지는 청약 열풍의 시발점이기도.

뇌 이미지. 셔터스톡

뇌 이미지. 셔터스톡

결론부터 말하면 그때 팔았어야 했습니다. 상장 5거래일째인 7월 8일 최고점(21만7000원)을 찍은 뒤엔 가파른 내리막길. 이후론 20만원대를 볼 수 없었죠. 그리고 상장 약 2년이 지난 지금은 상장 첫날 시초가 (9만8000원)보다도 아래에 머무는 중. 1월 27일엔 7만3200원까지 하락했으니 최고점 기준 3분의 1 토막(고등어도 아니고)이네요. ‘대박과 미끄럼틀’ 공모주 투자의 양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

희망적인 건 반등 조짐이 보인다는 점. 금리 인상 여파로 성장주, 특히 바이오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던 1월 이후 오히려 SK바이오팜은 선방했는데요. 상장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거품론’을 걷어 내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이때까지만 해도 축포였는데. 연합뉴스

이때까지만 해도 축포였는데. 연합뉴스

사실 거품이 낄 만했습니다. SK바이오팜의 거둔 성과가 엄청난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요. 자주 말씀드리지만, 신약 개발의 최후 고비는 미국 FDA의 승인. 국내 제약사가 이 바늘구멍을 뚫은 사례가 물론 있지만, 대부분 글로벌 빅파마와 손을 잡았기 때문(그만큼 어렵단 얘기)입니다. SK바이오팜은 2019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로 FDA의 품목 허가를 받았는데 후보 물질 발굴, 임상, 신약 허가 신청(NDA), 영업망 구축까지 자체적으로 해낸 첫 사례.

국내 최초 자체 역량으로 FDA 최종 관문 통과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판매 3년차 순항
점유율 1위 빔팻 특허 만료, 좋은 기회 될 듯

예전엔 간질이라 불렸던 뇌전증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가 흥분해 반복적인 경련이나 발작이 나타나는 병. 세노바메이트는 그중에서도 성인의 부분 발작 치료제(전신 발작 등으로 확대 위한 임상 진행 중)인데요.

세노바메이트는 발작 빈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경쟁 치료제보다 ‘발작 완전 소실률’이 높다(20~28%)는 게 강점입니다. 아시다시피 뇌전증 환자는 발작이 언제 일어날지 몰라 정상 생활이 쉽지 않은데, 약을 먹는 동안에는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상당한 의미가 있죠.

엑스코프리.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SK바이오팜

현재로썬 ‘SK바이오팜=세노바메이트’의 등식이 성립합니다. 매출의 93.1%를 차지하니까 시작도 끝도 세노바메이트의 성공에 달렸다는 얘기죠. 지난해 SK바이오팜은 4186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2020년 260억원이었으니 증가율 계산이 잘 안 되네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효과인데요. 미국 내 제품 매출은 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증가! 속도의 문제일 뿐 지금이 출발점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일단 시장이 매우 큰데요. 글로벌 뇌전증 시장 규모는 약 61억 달러(2018년, Frost & Sullivan). 물론 경쟁은 치열하지만 리리카, 빔팻 같은 기존 약의 특허가 만료돼 지형이 좀 변했습니다. 특히 뇌전증 치료제 점유율 1위인 빔팻(2020년 18.3%)은 올해 3월 특허가 끝났는데 빈틈을 파고들 좋은 기회! 가까운 시기에 임상 3상에 진입하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빔팻의 자리를 잘 채운다면 7~8년 정도는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죠.

뇌 이미지. 셔터스톡

뇌 이미지. 셔터스톡

뇌전증 치료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미국인데요. 미국 병원은 특히 대면 영업이 중요한 곳(아직 올드함!)이죠.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는 당연히 영업과 마케팅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위드 코로나’의 시작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SK바이오팜은 초기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직접 팔겠다며 현지 법인(SK라이프사이언스)을 만들었는데 판매만 계획대로 늘어준다면 몇 년 후엔 쏠쏠한 이익률도 기대할 만.

일단 회사의 판매 목표는 올해의 2배가량인 1600억원인데요. 가능하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 다만 올해 전체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입니다. 지난해엔 유럽 지역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나 중국과 캐나다 업체로부터 받은 기술 이전 계약금이 많이 반영됐는데요. 이런 용역 매출이 2021년 약 3300억원에서 올해 약 530억원(추정치)으로 많이 줄어듭니다. 당연히 적자도 피하기 어렵겠죠. 용역 매출이야 어차피 왔다 갔다 하는 거니까요.

제약 이미지. 셔터스톡

제약 이미지. 셔터스톡

어쨌든 올해 최대 관심 포인트는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판매량. ‘기대 이상 or 기대 이하’ 여기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미국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또 하나의 큰 시장인 유럽으로 무대를 넓히는 중인데요. 독일·스웨덴·영국 등에서 이미 출시(유럽 제품명은 온투즈리)했고,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도 출격 대기 중입니다. 한·중·일에서의 임상 3상 진행 상황, 남미와 중동 등 새로운 기술 수출 소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듯.

현재는 세노바메이트 원맨쇼가 펼쳐지는 중이지만 그것밖에 없는 회사는 또 아닙니다.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소아, 전신 발작)를 위한 다국적 임상이 진행 중이고, 희귀 소아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임상 3상에 진입. 다른 제약사와 손잡고 항암 신약 물질 발굴에도 속도를 내는 중인데요. 2025년 정도엔 뚜렷한 파이프라인 리스트가 나올 듯하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혼자 FDA를 뚫어본 경험, 이건 돈으로도 못 사는 것.

이 기사는 4월 29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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