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전용

'기업 성적표' 손익계산서, 뜯어 보면 주가가 보인다[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4.29 07:00

주린이를 위한 재무제표 특강 두 번째 시간. 오늘은 '기업의 성적표'로 불리는 손익계산서 보는 법을 ABC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주식에 1도 모르는 왕초보라 해도, 기업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정도는 살펴보려 하죠. 성적이 좋은 학생이 미래 소득도 높다는 건 노동경제학이 증명해 온 진리.

기업도 이익을 잘 내는 기업이 주주들에 더 많이 베풀 수 있으니 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합니다. 주가란 이익의 방향과 함께 가기 마련. 손익계산서조차 보지 않고 주식 투자를 하는 건 내비게이션도 켜지 않고 운전부터 하는 격이죠.

손익계산서는 기업의 성적표! 셔터스톡

손익계산서는 기업의 성적표! 셔터스톡

손익계산서, 그래서 기업이 얼마를 벌었다는 걸 알려주는 재무제표 아냐?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만 알면 절반만 아는 거고요. 개미가 오해하기 쉬운 부분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주린이들은 손익계산서에 매출액이 100만원이라고 찍히면, 기업 통장에 100만원이 들어왔다고들 착각합니다. 그래서 어제까지 흑자를 내던 기업이 갑자기 적자가 났다고 하면 멘붕에 빠지죠.

아니, 어제까지 흑자였는데...왜! 대체 왜! 셔터스톡

아니, 어제까지 흑자였는데...왜! 대체 왜! 셔터스톡

물론 매출액이 100만원이 찍히면, 이 돈이 나중에 기업 주머니로 들어올 '가능성'이 큰 건 맞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손익계산서에서 '매출액이 얼마다'라고 기록하는 시점은 판매 행위가 '발생한 시점'이지, 현금이 들어온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걸 회계에선 발생주의라고 합니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앤츠랩마트가 ㈜안동제리찜닭에 간편식 찜닭 100만원어치를 주문하고 대금은 한 달 뒤에 주는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안동제리찜닭은 이 찜닭 간편식 상품을 납품하는 시점에 매출액을 기록합니다. 그러니까 매출액은 100만원이 생겼는데, 대금은 아직 못 받은 상황이죠.

찜닭은 팔았는데, 대금은 못 받았네? 셔터스톡

찜닭은 팔았는데, 대금은 못 받았네? 셔터스톡

이건 매우 중요한 얘기입니다.기업 활동은 대부분 외상 거래로 이뤄지는 데, 상품을 주문한 곳이 부도가 나 대금을 못 주는 경우도 곧잘 있죠. 이런 일 때문에 매출액이 손실로 돌변해 흑자 기업이 하루아침에 적자 기업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죠.

반대로 일단은 대금부터 주고, 물건은 나중에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안동제리찜닭이 ㈜앤츠랩마트로부터 대금을 미리 받았다고 해서, 이게 매출액이 되는 건 아닙니다. 아직은 간편식 찜닭을 만들어 넘겨줘야 할 의무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건 매출액이 아니라 부채(선수금·선수수익)가 됩니다.

아직 갚지 못한 그것이 돈이든 물건이든, 반드시 해 줘야 할 의무가 남아 있다면 그건 빚인 거죠. (마음의 빚이 너무 많아도 '마음 자본'이 잠식돼 우울증에 걸리죠)

돈은 들어와서 좋은데, 뭘 해줘야 할게 이리 많아? 셔터스톡

돈은 들어와서 좋은데, 뭘 해줘야 할게 이리 많아? 셔터스톡

특히 개인 사업 하시는 분들이 이걸 헷갈려하는 데요. 가령 헬스클럽 개업 직후부터 몰려들어 온 회원비로 2호점·3호점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회비가 많이 들어오는 건 물론 박수칠 일이지만, 이걸 매출액으로 착각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 큰코다치게 됩니다. 규모가 너무 커진 나머지 헬스장 임대료·관리비·강사료 등을 감당 못 해 회원 서비스조차 못 할 지경이 되면 결과는 처참해지죠.

위메이드가 2000억원대 게임 코인을 판 돈이 매출액으로 공시했다가, 이게 회계감사 이후에 부채(선수수익)로 뒤집어지면서 개미들이 봉변당한 사건도 아주 최근에 있었습니다.

매출액인지 부채인지 구분 못하고 사업하면 이런 꼴. 셔터스톡

매출액인지 부채인지 구분 못하고 사업하면 이런 꼴. 셔터스톡

정리하면, 돈이 들어오고 나오는 건 상관없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시점이 매출액이 발생하는 시점!

성경에는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고 합니다만, 손익계산서의 태초엔 매출액이 계십니다. 기업 이윤의 가장 근원이 되는 게 매출액이죠. 뭘 팔아야 나눠 먹을 게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 매출액으로부터 매출에 기여한 순서대로 나눠주고 남는 것들을 기록한 장부가 바로 손익계산서입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아래 표를 한번 보시죠.

손익계산서의 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손익계산서의 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맨 위에 매출액이 있죠. 그 아래에는 생산에 직접 기여한 원·재료비, 공장·기계장치의 감가상각비, 생산직 노동자의 인건비 등을 모은 매출원가가 있습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면 매출총이익이 됩니다.

이렇게 생산한 생산물을 시장에 판촉을 하고, 그런 기업 조직을 관리하는 데 비용이 또 나갑니다. 접대비, 광고비, 관리직 노동자 인건비 등이 모여 판매비와 관리비가 됩니다.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빼면 영업이익이 되죠.

여기까지는 실제로 기업이 장사하면서 번 돈과 장사할 때 필요한 돈을 빼는 과정을 보여주는 구간이라고 해서 흔히 '영업단'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은 본업을 잘해야 돼. 셔터스톡

기업은 본업을 잘해야 돼. 셔터스톡

뭐니뭐니해도 기업은 장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니까,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이익 지표로 쓰는 것도 영업이익입니다.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을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이라고 부르죠. '얼마 팔아서 얼마를 남겼느냐'를 살펴보는 지표이니까, 이게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 투자에 유의 하셔야 합니다.

영업이익 밑으로는 영업과 상관없는 비용과 수익들을 더하고 빼 나가게 됩니다. 이자로 번 돈, 주식 투자로 번 돈 같은 영업 외 수익은 더하고, 이자를 갚느라 나간 돈, 주식 투자로 잃은 돈과 같은 영업 외 비용(혹은 손실)은 빼는 거죠. (물론 금융투자회사라면 이게 본업이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제조업체를 가정하고 설명하는 겁니다)

이렇게 영업이익에서 영업외손익을 더하고 빼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나옵니다. 세금을 내기 직전에 남는 돈이 이 정도다~ 라고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여기서 세금까지 몽땅 다 내고 남는 게 당기순이익입니다.

㈜안동제리찜닭의 사례로 한번 살펴볼까요?

안동제리찜닭손익계산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안동제리찜닭손익계산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자, 안동제리찜닭은 찜닭 간편식 납품해 매출액을 올렸습니다.

여기서 원재료 생닭과 생산직 요리사 비용, 조리용 기계 감가상각비 등을 매출원가로 빼면 매출총이익.

그리고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생 일당과 전단지 인쇄비 등을 판매비와 관리비로 빼면 영업이익.

남는 시간에 앤츠랩 읽고 주식 투자해서 번 돈은 영업외수익으로 더하고, 은행에 빌린 대출 이자는 영업외비용으로 빼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여기서 세금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주주 몫인 당기순이익이 되죠.

물건 팔아 주주 몫이 남는 과정, 손익계산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셔터스톡

물건 팔아 주주 몫이 남는 과정, 손익계산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셔터스톡

그러니까 기업이 생산 활동으로 만든 부를 노동자·협력사·채권자·국가가 나누는 과정이 이 손익계산서에 담겨 있죠.

갈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점 강조되는 건 바람직한 현상입니다만, 사실은 장사를 잘하는 게 가장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일일 수 있다는 건 손익계산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뭘 많이 팔아야 사회에 나눌 것도 많아지니까요.

회사의 주인이 주주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주주는 기업이 만든 성과와 위험을 모두 부담하고 맨 마지막에 남은 당기순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이죠. 당기순이익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주주의 것이니까, 주주들의 '최후의 만찬'인 배당 잔치도 이 돈으로 하게 됩니다.

주주들은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을 좋아하는데요,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에서 얼마나 배당하는 데 썼느냐를 살펴보는 지표(배당금/당기순이익)죠. 돈을 잘 버는 기업이 배당도 늘릴 수 있으니, 이런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배당 좀 많이 주세요~ 셔터스톡

배당 좀 많이 주세요~ 셔터스톡

자, 두 번에 걸쳐 정말 주린이를 위한 재무제표 읽기 특강을 진행하면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현금흐름표 역시 아주 중요한 재무제표인데, 이건 156호 레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재무제표도 안 보고 투자하는 건, 등기부 등본도 안 떼보고 전세 계약하는 것처럼 위험합니다. 이제 기초를 잡으셨다면, '앤츠랩 재무제표' 코너가 다루는 개별 기업 사례로 응용해 나가시면 좋겠네요! 그럼 안녕~

by.앤츠랩
※이 기사는 4월 2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관련기사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