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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프로 이직러' 취직 기쁨을 함께, 원티드랩

중앙일보

입력 2022.04.28 07:00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일자리도 다시 늘어날 조짐입니다. 지난달 실업률은 1999년 통계 작성 이래로 가장 낮았다고 하죠. 그만큼 여기저기서 사람 구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얘기. 그렇다면 임금도 올라가겠죠?

흔히 노동자 임금이 오르면 기업은 울고, 노동조합은 웃는 상반된 모습이 연출됩니다. 그런데 노동조합 틈에 섞여 같이 웃는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채용 매칭 플랫폼 업체 원티드랩입니다.

이젠 채용도 인공지능 시대. 셔터스톡

이젠 채용도 인공지능 시대. 셔터스톡

'강력 매수(Strong Buy)' 투자의견(KTB)도 심심찮게 보일 만큼 증권가에선 핫한 종목인데요. '앤츠랩 재무제표' 특유 분석 툴로 이 회사 투자 매력은 어떨지 살펴보겠습니다. 구독자 cop****@naver.com께서 의뢰해 주셨습니다.

취업 사이트라고 하면 잡코리아·인크루트·사람인 같은 곳은 많이 들어 봤을 텐데요. 원티드랩은 다소 생소하다고 느끼는 분이 많은 이유는 2015년에 설립된 신생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취업 매칭 플랫폼 원티드랩. 사진: 원티드랩

인공지능 취업 매칭 플랫폼 원티드랩. 사진: 원티드랩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죠. 전체 플랫폼 이용자 중 구직 성공자의 70%가 IT 개발자들이었는데요. 최근 개발자 구인난 속에서 고속 성장한 것이죠.

이 회사의 매출 인식 방식은 독특합니다. 인크루트·잡코리아 같은 채용 기업들은 주로 기업 취업 광고를 유치해 매출을 올리는데요. 이곳은 회원으로 가입한 구직자가 취업에 성공하면, 입사할 때 연봉의 7%를 기업으로부터 받습니다. 연봉이 오를수록 정해진 비율로 매출도 느니까, 양대 노총이 임금 인상 투쟁에 열을 올릴수록 주가도 오르는 셈.

광고 매출이 아니라 채용 매칭 수수료로 먹고산다는 점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변화하는 채용 시장 트렌드에 발맞춘 이 회사 최대 강점이니까요.

원티드랩의 사업 부문별 매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원티드랩의 사업 부문별 매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과거 인력 채용은 대규모 공채 위주였습니다. 채용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고, 많게는 수백명씩 뽑아 그룹 계열사별로 인력을 분류하죠. 마치 북한의 집단체조처럼 신입사원에 매스게임을 시키기도.

2006년 삼성 하계수련대회 매스게임. 유튜브 캡쳐

2006년 삼성 하계수련대회 매스게임. 유튜브 캡쳐

광고로 사람을 뽑는 시스템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곳저곳에 광고도 많이 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명'을 뽑는다고 광고 해도 수천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판국에 채용 담당자들이 밤을 새워도 이력서를 꼼꼼히 살펴볼 시간이 없죠.

그래서 요즘엔 대대적인 신입 공채보다, 필요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솎아 뽑는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재 선별 작업을 채용 플랫폼이 대신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을 아낄 수가 있죠.

이 많은 사람 중에 일잘러를 어떻게 찾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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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헤드헌팅 회사도 합니다만, 헤드헌터들은 원티드랩보다 비싼 수수료(합격자 연봉의 15~25%)를 요구합니다. KTB투자증권 계산 결과, 연봉 5000만원인 경력직 3명을 뽑을 때 채용 포털 광고나 헤드헌터를 이용하면 3000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원티드랩에선 이를 1050만원으로 줄일 수 있죠. 사업하는 데만 해도 인력과 자금을 풀 가동해도 모자란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은 솔깃한 소리. 실제 원티드랩 기업고객의 75%가 200인 이하 작은 기업들입니다.

아무리 사업성이 좋아도, 재무제표가 엉망이면 투자하기 망설여지죠. 이 회사 재무제표에 나타난 특징 3가지 정도를 짚어보겠습니다. 2021년 결산 재무제표에선 '사상 최초'로 나타난 특징들이 많았으니까요.

원티드랩의 눈에 띄는 재무제표 항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원티드랩의 눈에 띄는 재무제표 항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드디어 흑자 전환, 역대 최대 실적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해 영업 실적. 원티드랩의 2021년 매출액은 317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영업이익도 만년 적자생에서 탈출.

이는 코인을 만지작 댔다거나, 다른 사업에 기웃거린 게 아니라 순전히 채용 매칭 서비스 본업에 충실한 결과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이 회사가 공을 들인 개발자 몸값이 크게 뛴 덕을 봤죠. 개발자 품귀는 2025년에도 여전할 것이란 전망(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도 있는데요. 앞으로 실적 전망도 밝다고 해석할 수 있죠. 증권가에선 올해 영업이익도 2배 성장을 예상합니다.

이익이 정말 이렇게 늘었네. 셔터스톡

이익이 정말 이렇게 늘었네. 셔터스톡

'물 들어온다~ 노 젓자~' 영업활동 현금흐름 플러스 전환
손익계산서에 보이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통장에 돈이 들어왔느냐'가 더 중요한데요. 이 역시 작년부터 영업으로 들어오는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보통 신생기업은 사업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해 영업으로는 현금을 모으는 재주가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이 회사도 2021년 전까지는 그랬죠. 그런데 이게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말은,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드디어 장사해서 현찰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셔터스톡

드디어 장사해서 현찰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셔터스톡

자본잠식 탈출하니 현금 유동성도 넉넉~

2020년까지 사업 밑천을 깎아 먹던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이건 작년 8월 코스닥 상장 전에 전환상환우선주(RCPS) 형태로 투자한 기관들이 상장 차익을 실현하려고 보통주로 전환했기 때문이죠. RCPS는 말 그대로 나중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고, 채권처럼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도 있고, 배당도 '우선'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입니다.

보통주로 전환하기 전에는 채권 형태로 있으니 기업 재무제표에선 '부채'로 분류돼 있었는데, 이게 몽땅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200억원 가까운 부채가 홀랑 빠지고 자본금은 확 늘어서 자본잠식이 일거에 해소된 거죠.

자본잠식, 요렇게 탈출~ 셔터스톡

자본잠식, 요렇게 탈출~ 셔터스톡

RCPS들은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로 분류돼 있었는데, 이게 사라지니까 유동성도 확 좋아졌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공부한 유동비율 기억나시죠?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인데요, 이게 2020년엔 18.9%였다가 작년엔 무려 632.7%가 됐습니다.

유동비율이 100%가 안 되면 1년 내 갚아야 할 빚보다 1년 내 현금으로 마련할 자산이 더 적어서 유동성에 빨간불 들어온 기업이라고 했었죠? 이런 문제도 단박에 해결됐죠. 현금이 풍부해지면,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쉬워지니까 회사 입장에선 좋은 기회를 잡는 일만 남은 거죠. 원티드랩도 서비스에 결합할 데이터 업체 등을 물색 중입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기업, 어디 없나? 있다면 인수할꺼야. 셔터스톡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기업, 어디 없나? 있다면 인수할꺼야. 셔터스톡

재무제표도 확 좋아졌겠다, 채용 시장도 트렌드도 바뀌겠다, '프로 이직러'도 늘겠다, 원티드랩 입장에선 돈 벌기 참 좋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너무 좋은 얘기만 썼으니, 위험 요인도 살펴봐야겠죠?

사실 '사람'으로 기회를 얻은 회사인 만큼 가장 큰 리스크도 '사람'입니다. 이 회사 재무상태표의 자산 현황을 보면 공장이나 기계 이런 유형자산도 없고 거의 인터넷 되는 사무실이 전부입니다. 이 말은 개발 인력이 가장 큰 경쟁력이란 것.

이직이 늘면 돈을 버는 회사이지만, 이 회사에서 일하는 숙련 개발자가 이직할 경우엔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겠죠. 회사도 지난 2월 투자설명회 자리에서 "개발자 확보 경쟁에 우리조차 채용이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람으로 돈 버는 회사는 사람 관리가 핵심. 셔터스톡

사람으로 돈 버는 회사는 사람 관리가 핵심. 셔터스톡

개발자 품귀 현상이 언제까지 갈 지도 관건. 개발자 몸값이 뛰면, 개발자 꿈나무들이 늘어 언젠가 노동 공급 과잉 상태로 변할 지 모르죠.

노동시장에도 '수요-공급 모형'이 작동하니까, 가격이 뛰면 공급이 느는 건 모든 직종이 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개발자가 좀 특이하게 '특수'를 맞았지만, 경제 전반에선 '고용 없는 성장'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거대한 트렌드가 돼 있지요.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는 건 진리. 셔터스톡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는 건 진리. 셔터스톡

원티드랩도 현재는 개발자 채용 시장에 강점이 있지만, 앞으로 금융권·제조업·미디어·전문직 등 산업 전반으로 시장을 넓히려는 전략을 내놔야 하겠고요. 모은 채용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해 어떤 돈 되는 사업을 할 수 있을 지도 고민해야 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강력 매수' 의견, 아무 기업에나 내는 건 아닌듯
※이 기사는 4월 2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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