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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카뱅 시총이 너무 높다고?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4.27 07:00

업데이트 2022.04.27 08:23

돈 잘 벌어, 이익 빠르게 성장해, 안정적인데다 외부환경까지 좋아져. 조건은 완벽(?)한데 주가는 2018년 수준을 아직도 회복 못 한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은행업(금융지주). 지난주 앤츠랩이 우리금융지주를 분석하며 ‘(은행업은) 스포츠로 치면 중요한데 관심 떨어지는 육상’ 같다고 했죠. 과연 은행주는 다시 재미있어질 수 있을까요? 은행 애널리스트만 27년째 하고 계신 구경회 SK증권 연구위원을 만나 얘기 나눴습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위원은 1995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해 1996년 10월부터 은행업 리포트를 써왔다. 장진영 기자

구경회 SK증권 연구위원은 1995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해 1996년 10월부터 은행업 리포트를 써왔다. 장진영 기자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로 IMF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다 겪으셨는데요. 그동안 은행산업은 많이 레벨업 됐는데, 주가 측면에선 그렇지 못하죠.
“요즘 투자자들은 이해 못 하시겠지만,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은 은행주가 주식시장의 ‘아웃퍼포머’였죠. 이전엔 없던 가계대출이란 새로운 시장이 생긴 데다, 2000년대 들어 금리가 꾸준히 내려가고 돈이 많이 풀린 덕분이었죠. 그렇게 은행업이 호황을 누리다가 금융위기(2008~2009년) 때 살짝 어려움을 겪었고, 2013~2014년부터 다시 회복됐어요. 문제는 이익 늘고 수익성 좋아지는데 주가가 재미없는 시대가 돼버렸어요.” 
2010년대 중반부터 생겨난 현상이군요.
“은행주 가치 평가는 주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쓰는데요. 업계 톱 은행도 PBR 0.5배가 될까 말까예요. 한마디로 지금 당장 은행을 청산하면 남는 금액이 1주당 10만원인데, 주가는 5만원인 거죠. 2008년 이전엔 대체로 1배가 넘었거든요. 은행의 자기자본은 꾸준히 오르는데 PBR은 떨어진 게 지난 10년간의 변화예요.”
금융지주 순이익이 5~6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올랐죠. 연간 당기순이익이 4조원대(KB금융, 신한지주)까지 나왔고요. 이 정도로 이익이 늘어난 산업이 별로 없을 텐데요.
“만약 지난 5년간의 이익 성장세를 쭉 이어갈 거라고 주식 투자자들이 생각한다면 은행주 주가는 지금의 두 배 정도이겠죠. 그런데 그게 확실히 아니라고 투자자들이 보는 거죠.”
구경회 연구위원은 최근 '잘못된 은행주 투자상식' 보고서를 연이어 냈다. 은행주는 더이상 '경기민감주'가 아니라 '금리민감주'이며,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사진 장진영 기자

구경회 연구위원은 최근 '잘못된 은행주 투자상식' 보고서를 연이어 냈다. 은행주는 더이상 '경기민감주'가 아니라 '금리민감주'이며,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사진 장진영 기자

그래도 은행 실적은 금리에 민감하니까, 앞으로 1-2년 금리가 더 오른다면 실적 자체는 좋아질 수밖에 없겠죠?
“지금 추세대로라면 3년쯤 뒤 대형사는 연간 5조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겁니다. 은행 입장에선 ‘수익을 내기에 적정한 금리 영역’이 있어요. 예컨대 예금금리가 10%인 나라에선 대출금리 15% 매겨도 욕먹지 않지만, 일본처럼 예금금리가 0%대이면 가산금리를 엄청 많이 붙여도 대출금리가 2%가 채 안 되거든요. 그래서 금리가 너무 낮으면 은행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이 줄어들어요. 팬데믹 초반은 은행 입장에선 너무 낮은 금리였고, 이젠 적정구간으로 올라가고 있죠. 그런데 만약 금리가 막 8%로 치솟는다면? 은행주 주가는 떨어집니다.”
적정금리 수준을 넘어서서요?
한국 경제성장률이 2%, 물가상승률이 2%이면 대략 4%가 적정금리인데요. 은행 대출금리가 8%라면 4%포인트는 신용위험, 즉 은행이 돈을 떼일 거란 가정이 들어갔단 뜻이죠. 그런 경제상황이라면 은행주를 팔아야죠. 과거 2008년이 그랬는데요. 물론 지금은 1~2년 새 그렇게 갈 것 같진 않고, 적정선에서 오를 겁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금리가 오르니 대출받아 투자하긴 어려워졌네요.
“2월 은행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88%이었는데요. 서울 강남의 30억 아파트 월세가 400만~500만원이니까 월세 환원율이 2% 안팎인 거예요. 지금은 돈 빌려서 주택에 투자하기엔 굉장히 비효율적인 금리 수준이죠.” 
구경회 연구위원은 은행주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구경회 연구위원은 은행주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과거와 비교하면 국내 은행은 상당히 건전해졌는데요. 최근 보고서에서 ‘자산건전성이 개선돼 은행 실적의 경기민감도가 낮아졌다’고 분석하셨죠.
“요즘 은행 대손비용률이 0.3%밖에 안 돼요. 100억원을 빌려줘도 1년에 3000만원밖에 손실이 안 난다는 거죠. 경기가 더 좋아진다고 한들 이게(대손비용률) 얼마까지 가겠어요. 0.2%로 낮아져도 고작 1000만원 더 버는 거죠. 그렇게 된 건 저금리 효과인데요. 저금리로 은행이 담보로 가진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면서 돈 떼일 염려가 줄었죠. 애널리스트들도 여전히 자산건전성을 체크는 하지만 핵심 요인이 아니에요.”
은행 주가엔 예대마진이 중요하지 경기나 건전성은 주요 변수가 아니군요.
“사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2000년대 초반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땐 주가 등락폭도 크고, (은행주 주가를) 나쁘게 전망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많았던 시절이죠. 당시엔 경기가 나빠지고 부실여신이 많아지면 은행주 주가가 많이 빠졌고요. 반대로 바닥일 때 잘 추천하면 (애널리스트가) 칭찬도 받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나쁜 요인이 있어도 은행주 주가가 크게 떨어질 이유가 없고, 좋은 게 있어도 딱히….” 
올해 실적을 생각했을 때 금리 인상이 은행주 주가엔 호재라고 보시는 거죠?
“경험으로 볼 때, 은행주 주가가 상반기 중엔 강세로 가다가 예금금리가 빠르게 올라오면 지지부진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게 한 8~9월 정도가 될 거예요. 2분기 실적까진 괜찮을 텐데 그 이후엔 ‘계속 순이자마진(NIM)이 올라갈까’라며 주춤할 겁니다. 사실 은행한테 가장 좋은 건 금리가 서서히 올라서 고객들이 대출금리 올라가는 걸 잘 못 느끼게 올리는 건데요. 지금은 워낙 시장금리가 빨리 올라가서, (은행주 주가엔) 만점짜리 환경은 아닙니다.
구경회 연구위원은 KB나 신한이 모바일에서 '슈퍼 원앱' 전략을 펼치는 것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인터넷은행과 핀테크로부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진 장진영 기자

구경회 연구위원은 KB나 신한이 모바일에서 '슈퍼 원앱' 전략을 펼치는 것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인터넷은행과 핀테크로부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진 장진영 기자

인터넷은행이 등장하고 카카오뱅크는 쑥쑥 크는데 기존 은행은 변화가 너무 느린 것도 주가가 덜 오르는 이유 아닐까요.
카카오뱅크가 높은 시가총액에 상장되면서 기존 금융지주 경영진이 조금 각성한 계기가 됐어요. 잘 된 변화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들이 마음 속으로는 아직 못 받아들이지만요.”
‘어찌 저런 인터넷은행 따위와 비교해’라는 거겠죠.
“시가총액은 지금 당장 이 기업을 청산하면 나오는 가치가 아니고, 영속적이라는 걸 가정하거든요. 저는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이 너무 높다고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100년 후엔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25년 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국내 1, 2위 은행이 될 것’이라고 했으면 대형은행들이 콧방귀를 뀌었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앞으로 일은 모르고, 토스뱅크가 1등하게 될 수도 있는 거죠. 고평가냐 저평가냐를 함부로 논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카카오뱅크는 상장 전에 목표주가 2만원대를 제시한 증권사도 있었죠.
“제가 상장 전에 제일 높게 썼죠. 6만4000원. ‘아저씨인데 의외로 과감하게 높이 썼네’라는 평가를 해주셨죠(웃음).” 
주가가 좀더 오를 만한 은행주는 뭘까요?
“은행 업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성과가 더 좋을 걸 고르는 건데요. 사실 큰 성과차이가 없거든요. 다만 트렌드를 볼 때 가장 활발하게 M&A와 주주환원정책을 해온 곳은 KB금융이고요. 남들보다는 지방은행을 좋게 봅니다. 지방과 수도권의 (경제)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공기업 지방이전에 준하는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면에서 지방은행은 좀 장기로 투자하기 괜찮아 보여요.” 

by.앤츠랩
※이 기사는 4월 2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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