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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고민 많은 카카오, 카카오톡에 손댄다 “가벼운 글로벌 서비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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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4월 6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4월 6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 남궁훈 대표가 카카오톡 대수술을 예고했다. 4일 남궁 대표의 취임 후 첫 실적발표(1분기) 자리에서다. 남궁 대표는 카톡을 50억명 사용자가 쓰는 가벼운 서비스로 진화시키겠다는 그림을 내놨다. 지난 3월 김범수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 퇴진 후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이란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첫 적용 대상을 ‘한국인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잡은 것.

왜 중요해?

● 출시 12년 차인 카톡은 카카오의 핵심이다. 5000만명이 쓰는 카톡을 지렛대 삼아 모빌리티, 결제, 금융,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카톡의 확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국내에선 더 모을 사용자도 없는 포화상태다. 게다가 수익모델 기대주였던 톡비즈(카카오톡 내 광고) 성장세도 주춤하다. 지난 1분기 톡비즈의 매출은 4610억원으로 전 분기(4750억원) 대비 3% 줄었다. 이날 남궁 대표는 '카카오톡의 한계'라는 말을 5번이나 언급했다.

● 골목상권 침해, 플랫폼 갑질 등의 비난에 카카오가 내놓은 답은 '글로벌 진출'이었다. 카카오 공동체 내 웹툰과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해외진출 선발대로 낙점했지만, 카톡 같은 강력한 플랫폼 없이는 해외에서 쉽지 않다. 남궁 대표는 “한국어 사용자 5000만명은 전 세계 50억 인구의 1%에 불과하다”며 “(카톡 사용자를) 1%에서 99%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카톡 개편은 카카오 메타버스 전략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메타버스는 카톡 안에서 또 다른 자아로 살아가고 연결되는 가상 세상”이라며 “카톡의 오픈채팅을 확장된 (메타버스) 공간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문화, 사회적 활동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4일 실적발표 자리에서 카카오톡의 향후 개편 방향성을 설명했다. 카카오.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4일 실적발표 자리에서 카카오톡의 향후 개편 방향성을 설명했다. 카카오.

어떻게 바뀌나

남궁 대표는 "앞으로 카카오톡은 바쁜 출근길에 메시지만 보내는 서비스가 아니라 퇴근 후 여유롭게 즐길 때 쓰는 비(非)목적성 서비스로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메시지 확인 중심의 목적형보단 가겹게 즐기는 비목적형 서비스를, 원래 알던 지인 관계보단 관심사 중심 커뮤니티를 지향한다는 의미. 궁극적으로 틱톡이나 당근마켓처럼 사용자가 앱 안에서 노는 체류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남궁 대표는 “(지난해 도입한) 뷰·쇼핑 탭의 트래픽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건 카톡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목적성 커뮤니케이션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며 “사용자들이 더 여유롭고 재미있게 카톡을 사용해야 커머스나 광고 등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 카톡 프로필, 친구, 대화 영역부터 바뀔 예정이다. 남궁 대표는 “프로필에서 나만의 캐릭터 펫을 키우거나, ‘힘들다’는 상태 메시지를 올려두면 사람들이 하트 메시지를 보내고, 기분 전환용 방향제를 선물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 오픈채팅을 중심으로 관심사가 비슷한 사용자들이 모여 노는 커뮤니티를 구현하려 한다. 멜론 서비스에서 걸그룹 아이브 음악을 듣는 사용자들이 링크를 통해 오픈채팅에 모여 커뮤니티화하는 식. 남궁 대표는 “관심사 기반의 이용자를 잘 연결하면 카톡이 텍스트 기반 서비스라는 한계를 넘어 이미지, 영상을 포괄하는 서비스로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오픈채팅 유료화 등 새로운 수익모델 가능성도 있다. 이날 배재현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투자총괄은 “카톡의 확장전략과 함께 향후엔 비(非)인간 간 선물 주고받기가 전체 커머스 거래액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1분기 실적은 어땠어?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조 6517억원, 영업이익은 15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0.8% 늘었지만, 증권가 전망치 평균(매출 1조 7403억원, 영업이익 1616억원)에 못 미쳤다. 비대면 특수가 끝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광고 경기가 나빠진 영향이다. IT업계 인건비 상승도 영업이익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의 인건비는 지난해 1분기 2929억원에서 올해 1분기 4200억원으로 43%나 급증했다.

● 광고와 커머스가 포함된 톡비즈 등 플랫폼 주축 사업은 성장세가 둔화했다. 톡비즈의 매출(4610억원)가 전 분기보다 3% 줄었고,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등 신사업 서비스 매출도 3110억원으로 전 분기(3990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 믿을 구석은 콘텐트였다. 콘텐트 부문 매출은 1분기 7657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원작 드라마 ‘사내맞선’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일본 픽코마의 가파른 성장세로 스토리 부문만 역대 최대인 240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카카오측은 콘텐트 사업의 글로벌 확장으로 올해 해외 매출이 지난해 대비 40%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으로는

● 당장은 주가 회복이 숙제다(4일 종가 8만 9000원). 남궁 대표가 '2년 내 주가 15만원'을 약속하며 11만 원 선까지 회복됐던 주가는 4월 이후 다시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6월 최고가(17만 3000원) 대비 48.6% 하락. 이날 남궁 대표는 “카카오톡 서비스 개편과 글로벌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주가 15만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믿고 있다”고 했다.

● 카카오는 당분간 수익성 강화보단 글로벌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카카오 측은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수준을 유지하며, 성장과 투자를 균형있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와 블록체인 같은 신사업의 글로벌 확장도 본격 추진된다. 카카오T는 여행 수요 회복에 맞춰 2분기 120개국의 현지 이동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로밍을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카카오게임즈를 중심으로 ‘보라2.0’ 생태계를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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