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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에 새 삶 주고…뇌전증 앓던 스무살 청년의 아름다운 이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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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을 앓던 장준엽씨가 지난 4월27일 충북대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 췌장, 신장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전증을 앓던 장준엽씨가 지난 4월27일 충북대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 췌장, 신장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어린 시절부터 뇌전증을 앓던 20대 청년이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뒤 영면했다.

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은 지난달 27일 충북대학교병원에서 고(故) 장준엽(20)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장, 간장(간 분할), 췌장, 신장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장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뇌전증을 앓아 학창 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먼저 나서서 발표하는 등 매사에 적극적이었고, 태권도 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태권도와 복싱도 배워 건강했다고 한다.

장씨는 오는 7월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수술이 예정돼 있어 최근 수술 전 검사도 받았다. 가족들은 수술이 잘 되면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내년에 대학에 입학할 준비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는데, 지난달 22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장씨의 아버지는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아들이 빨리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을 향해 “더 이상 아픔 없는 천국으로 가서 행복하게 잘 쉬라”면서 “뇌전증 탓에 생전에는 친구가 없었지만, 하늘에서는 좋은 친구들하고 즐겁게 지내고, 아빠도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찾으러 갈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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