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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CEO출신 영부인도 탄생” 277만 女기업인 꿈틀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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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사진 여경협]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사진 여경협]

“여성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 부인이 처음으로 탄생했잖아요. 역시 여성 기업인 출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나왔고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여성 기업 주간 행사에는 대통령 부부도 모시려고 추진 중입니다.”

[인터뷰]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1988년 철재상 창업해 100억 기업으로 키워 #“여성 기업 수는 40%지만 매출 비중은 10% #적극적 기술창업 통해 ‘여자 잡스’ 배출해야”

지난 6일 이정한(61)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 회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277만 여성 기업의 대도약 원년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시점인 데다 지난해 말 ‘여성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오는 7월에는 ‘제1회 여성 기업 주간’도 치른다. 어느때보다 여성 기업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기회인 셈이다.

여경협은 1999년 여성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법정단체다. 전국에 17개 지회가 있다. 한국 기업(689만 개) 중 여성이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은 277만 개(40.2%)다. 이 중 5만7000여 개가 여경협의 회원 기업이다.

이 회장 또한 34년간 일터에 몸담아온 여성 기업인(비와이인더스트리 대표)이다. 생계를 위해 스물일곱 살이던 1988년 경기 안산 반월에 철재상을 차린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비와이인더스트리를 철판을 가공해 기계부품 등을 만드는 연 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며 겪은 어려움과 관련해 “아무래도 술도 잘 못 하다 보니 인맥보다는 제품 품질, 신뢰로 승부해야 했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 공장 일이 끝나면 어린 아들을 트럭에 태우고 거래처를 다니면서 수금한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임기 3년의 여경협 회장에 취임한 후엔 전국을 돌며 여성 기업인들을 만나고 있다. 이 회장은 여성 기업인들에 대해 “은행 돈을 떼먹지 않으려 안전 경영을 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라며 “강인한 어머니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이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여성 기업 수가 전체 기업의 40%를 차지하고 여성 기업인 3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 기업의 10%에 못 미쳐서인지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여성 기업 현황.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본통계]

여성 기업 현황.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본통계]

현재 한국 여성의 경제 참가율은 약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3위에 불과하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 18개 중 여성 기업은 마켓컬리 한 곳뿐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요새 2030세대 여성들이 기술 창업을 많이 한다. 작년에 창업경진대회를 열었는데 여성 기술창업자만 1300명이 왔다”고 말했다.

여경협은 기술·지식 중심의 여성 창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는 여성 창업 중 숙박·음식·부동산·도소매 등 서비스업 비중이 93.2%이고, 대부분 경력 단절 여성이거나 생존율이 낮은 생계형 창업이 많다는 점에서다. 이에 정부에 ▶여성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판로·자금 지원 ▶여성 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내 여성기업정책실 신설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직접 창업하고 성장시킨 경험을 가진 여성 경제인 출신으로서 열악한 여성 기업의 사정을 이해하고, 지원을 늘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국총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국총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경협은 올해 여성 기업 주간에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여성 기업인을 포상·격려하고, 여성 기업 제품 판촉전, 일자리 허브 매칭 대회 등 전국적으로 30여 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여성 기업의 활성화와 여성의 경제 활동 확대는 한국이 당면한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문제,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라며 “이제 한국에서 ‘여성 스티브 잡스’도 나올 수 있도록 여성 기업인들도 새로운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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