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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디시 네트워크서 1조원대 5G 장비 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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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21년 11월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함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앙포토]

2021년 11월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함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앙포토]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1조원대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다. 미국 내 5G 장비 수주 중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이동통신업체이자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시(DISH) 네트워크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 맺은 공급 계약(5년간 7조9000억원)에 이어 미국에서 따낸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다만 두 회사는 정확한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디시 네트워크는 1980년 위성방송 업체로 설립됐다. 그러다 지난 2020년 미국 전역에서 무선통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주파수 면허를 확보하면서 버라이즌·AT&T·T모바일 등이 과점한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올해 6월 말까지 5G 기지국 3만 개 이상을 구축하지 못하면 벌금 22억 달러(약 2조7900억원)를 무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삼성전자와 노키아·에릭슨 등이 치열하게 디시 측에 ‘구애’를 해왔다.

디시 네트워크는 삼성전자의 5G 가상화 기지국, 다중 입출력 기지국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5G 전국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디시 네트워크의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됨으로써 세계 최대 통신 시장인 미국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핵심 공급사로서 입지를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글로벌 상용화 역량이 집약된 5G 가상화 기지국은 통신 시장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이번 디시와 협력은 이런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존 스위랑가 디시 네트워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삼성전자의 5G 가상화 기지국과 차세대 통신 기술력은 디시의 5G 네트워크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4대 이동통신사 디시 네트워크의 찰리 에르겐 회장. [중앙포토]

미국 4대 이동통신사 디시 네트워크의 찰리 에르겐 회장. [중앙포토]

이번 공급 계약 성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말 방한한 찰리 에르겐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회장)와 북한산을 함께 오른 적이 있다. 에르겐 회장이 등산 애호가라는 사실을 알고, 이 부회장이 산행을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이 부회장은 직접 자동차를 몰고 에르겐 회장이 묵고 있던 숙소를 찾아가 북한산 입구로 이동한 후 단둘이 5시간가량 북한산을 등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신장비 사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약속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며 “디시와 5G 장비 공급 계약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과 에르겐 회장이 함께 산행하며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미국 버라이즌, 일본 NTT도코모·KDDI 등과 대규모 통신장비 계약 때 직접 협상을 하면서 사업 성과를 낸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의 통신장비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라며 “5G 장비 사업의 대형 계약 체결이나 신규 시장 진출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모바일 엑스퍼트는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규모를 약 1000억 달러(약 126조7200억원)로 추산했다. 에릭슨이 시장 점유율 26.9%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노키아(21.9%)와 화웨이(20.4%), ZTE(14.5%)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8%로 5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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