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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검수완박 직접 공포, MB사면 접는다…"끝까지 내편 챙기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직접 의결할 예정이라고 여권의 고위 인사가 전했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의 단독처리 작업을 끝내면 문 대통령이 이를 즉시 법률로 공포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산림총회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산림총회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일단 3일 오전 10시 국무회의 일정을 공지했지만, 이 여권 인사는 "국무회의는 국회의 입법 상황에 따라 오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어떤 경우든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모두 공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검수완박 관련법인 법안 2개 가운데 검찰청법을 통과시켰고, 3일 오전 10시 전후로 또다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한다. 민주당은 국회 상황에 따라 국무회의 개회 시간을 조정할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고, 반면 의석수에서 밀려 검수완박법 통과를 막을 방법이 없는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대통령 면담 및 거부권 행사요구 릴레이 피켓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대통령 면담 및 거부권 행사요구 릴레이 피켓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가 검수완박법의 ‘당일 공포’ 계획을 굳히면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과 함께 최대 이슈였던 석가탄신일(8일) 계기의 대규모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단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까지 사면을 결정하려면 사전에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찬반 표결을 해야하는 등을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문 대통령이 이날까지 사면에 대한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물리적으로 임기 내에 특별사면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정계ㆍ종교계ㆍ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사면 요청을 받고 고심을 이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엔 ‘MB 사면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면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2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부겸 국무총리가 6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주재하고, 사면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관측이 총리실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을 거치며 결국 사면을 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 이날 참모회의 등을 통해 이같은 입장이 참모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6일 김부겸 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 소집 가능성 등을 비롯해 여권 일각에선 "극적인 사면 단행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전직 대통령 사면과 같은 중대사를 총리에게 맡길 가능성은 작다는 측면에서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3일 본인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검수완박법을 직접 처리하기로 한 것은 9일로 만료되는 자신의 임기 내에는 추가 임시국무회의를 열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동시에 임시국무회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 자체가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국회로 출발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국회로 출발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뉴시스

문 대통령이 사면을 접은 배경과 관련해 여권의 핵심 인사는 “MB에 대한 사면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지지층 내에서 이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계속 표출돼 왔다”며 “여기에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켜야한다는 상황과, 김 전 지사 등에 대한 패키지 사면 가능성에 대해 중도층까지 강한 반발 기류를 보이면서 문 대통령이 결국 사면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 의견은 51.7%로 집계됐다. 김 전 지사(56.9%), 정 전 교수(57.2%) 등에 대한 사면 반대 의견도 절반을 훌쩍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국민청원 답변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것은 지난 4주년 특별답변(2021.8.19.) 이후 두 번째이며, 287번째 청원 답변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국민청원 답변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것은 지난 4주년 특별답변(2021.8.19.) 이후 두 번째이며, 287번째 청원 답변이다. 연합뉴스

 야당에선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고, MB 사면을 접은 것 모두 자신의 지지층의 여론에만 끝까지 충실하겠다는 맥락"이라며 "5년동안 이어져온 지지층 챙기기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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