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조금 마셔도 간염 덜컥…알코올 분해 아닌, 예상밖 유전자 탓[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2022.05.01 21:30

업데이트 2022.05.0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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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팀

남들보다 술을 적게 마시는데 알코올성 간 질환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특정 유전자 변이와 연관이 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 같은 유전적 특성은 기존에 알려진 간의 알코올 분해가 아닌 항산화 작용 능력치를 결정짓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팀은 한국유전체역학연구(KoGES) 대상자 2만1919명(40~79세)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알코올성 간염의 원인이 흔히 알려진 알코올 분해효소(공격인자)가 아닌, 간에서 항산화 작용(방어인자)이 약한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술을 마시면 몸에서는 간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전이 작용하는데, 이런 방어기전이 유전적으로 약하면 남들보다 술을 적게 마셔도 간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알코올성 간염이 있는 군과 없는 군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별로 평소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군 ^적정 음주군 ^중증 음주군 총 3개 군으로 다시 나눈 뒤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유전체의 단일염기변형(SNP)의 발현, 즉 각 환자군마다 유전자 변이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음주량과 상관없이 알코올성 간염 환자군에서 간 해독과 항산화 작용을 담당하는 효소인 ‘GGT(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유전자 변이’가 공통적으로 확인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또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적정 음주군 내에서도 알코올성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엔 HNF1A·ZNF827 유전자의 변이 및 발현이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즉 똑같이 술을 마셔도 누구는 간 질환에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 것이 유전적으로 타고난 부분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러한 강한 방어인자도 지나친 음주를 할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만 믿고 과도하게 음주할 경우 결국 간염·간경변 등의 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택 교수는 “그동안 알코올성 간염이 공격인자(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자기 몸을 보호하는 방어인자인 HNF1A·ZNF827 유전자의 변이 및 억제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음주 다음 날 콩나물이나 황태 해장국이 좋은 것은 알코올 분해보다 글루타치온 등 항산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로 보면 숙취를 위해 항산화 효과가 더 좋은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알코올성 간 질환의 새로운 원인 규명으로 인정받아 올해 2월 간 연구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간장학(Hepatolog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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