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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뼈 어죽, 과일껍질 장아찌...음식물 쓰레기 맛있는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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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사용설명서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 다시 보면 보물이니"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그냥 버리는 과일껍질 등도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중앙포토

그냥 버리는 과일껍질 등도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중앙포토

된장찌개 하나 끓이는데도 대파 뿌리, 감자 껍질, 호박 꼭지 등 음식 쓰레기가 쏟아진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요리할 때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버려지는 게 '자투리 식재료'다.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버섯 밑동, 무 꼭지, 고구마 껍질 등은 고민 없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먹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쓰레기사용설명서]

하지만 '모던한식'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유현수 셰프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식재료들도 조금만 신경 써서 손질하면 쓰레기가 아니라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기자와 만난 그는 "일상 속 웬만한 식재료는 사실 다 조리가 가능하고 먹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음식 낭비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현수 셰프가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주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음식 낭비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현수 셰프가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주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새로운 맛도 살리고 환경도 보호하고 돈도 아낄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요리하는 사람이 새로운 '재미'와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유 셰프는 "음식쓰레기가 될 식재료를 써서 요리를 만들면 잔잔한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죠. 그 음식이 만족스럽게 나왔을 때의 재미가 분명히 있어요. 억지로 할 순 없으니 그런 감정이 중요한 거죠"라고 말한다.

유 셰프는 올해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함께 자투리 식재료 활용 레시피를 공유하는 캠페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음쓰가 음식으로 변하는 유현수표 레시피를 공개한다.

과일 껍질→장아찌

수박, 멜론 등 과일을 먹으면 껍질은 통째로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딱딱하고 질긴 외피만 벗겨내면 나머지 껍질은 충분히 장아찌 같은 요리로 만들 수 있다. 색다른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식재료.

▶재료
멜론껍질, 수박껍질, 한라봉 껍질, 고추장, 고춧가루, 매실액, 참기름
▶레시피
1. 수박·멜론 과육 손질 후 남은 껍질에서 가장 딱딱한 외피는 감자칼로 살짝 벗겨내 버린다.
2. 한라봉 껍질은 감자칼로 살짝 벗겨낸다.
3. 손질된 껍질들을 채썰기 한다.
4. 고추장 등 양념 소스를 취향껏 넣고 버무려주면, 매콤달콤한 장아찌가 완성된다.

생선 뼈→어죽

생선 뼈는 먹을 수 없지만 어죽 등으로 최대한 써먹을 수 있다. 머리와 뼈는 생선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니 알뜰히 활용해보자.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얼리는 게 생선 뼈를 오래 보관하고 요리할 때도 편한 방법.

▶재료
생선 뼈, 양파 껍질, 파 뿌리, 밥 한 공기, 애호박, 당근, 양파, 간장
▶레시피
1. 생선 머리와 뼈, 양파 껍질, 파 뿌리를 끓는 물에 넣고 육수를 우려낸다.
2. 건더기들을 체에 걸러 빼낸다.
3. 밥과 다진 애호박, 당근, 양파를 넣고, 은근한 불에 저어가며 오래 끓여준다.
4. 간장으로 어죽 간을 맞춘다.
5. 걸쭉한 어죽이 완성되면 볼에 담아준다.

무 꼭지·뿌리→무 김밥

무를 조리할 때는 뿌리, 꼭지나 껍질 등을 잘라서 버리곤 한다. 하지만 충분히 쓸 수 있기 때문에 요리 후 남은 무 덩어리들과 함께 보관하면 된다. 냉동시킨 뒤 얇게 썰어서 아삭한 무 김밥 요리로 만들면 된다는 게 유 셰프의 조언.

▶재료
얼린 무 윗동 2개, 브로콜리 1/2개, 밥 한 공기, 당근 1/2개, 우엉 1/2개, 단무지, 미나리 100g (밥 첨가용 소스) 참기름, 소금
▶레시피
1. 얼린 자투리 무를 해동해서 얇게 썰어준다.
2. 당근을 채 썰어 소금을 넣고 기름에 볶아준다.
3. 우엉을 채 썰고 간장에 살짝 볶아준다.
4. 미나리를 물에 데쳐 준비한다.
5. 무에 밥을 올리고 당근, 우엉, 단무지, 미나리를 올린 뒤 김발을 이용해 말아준다.
6. 먹기 좋게 썰어서 접시에 올려주면 완성된다.

버섯 밑동→볶쌈밥(볶음밥+쌈밥)

종류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버섯 밑동은 습관처럼 따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감이 좋아 찌개, 볶음 요리(볶쌈밥 등)에 쓰면 숨은 가치를 발한다. 오래 쓰려면 딱딱한 부분만 칼로 잘라내고, 결대로 찢은 뒤 냉동 보관하는 것이 팁.

▶재료
느타리버섯 밑동, 양송이버섯 밑동, 밥 한 공기, 근대 잎 5장 (양념 재료) 간장
▶레시피
1. 양송이버섯 밑동을 손으로 찢어준다.
2. 느타리버섯 밑동을 칼로 다진다.
3. 예열한 팬에 기름을 두르고 손질한 버섯 밑동과 밥을 볶는다.
4. 데친 근대 잎으로 밥공기 안에 꽃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볶음밥을 가득 채운다.
5. 접시를 올려 뒤집은 뒤, 반으로 잘라주면 건강한 볶쌈밥이 완성된다.

나물 줄기→샐러드 소스

나물 요리할 때 채소 잎 위주로 쓰고, 줄기는 '억세다'는 이유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굳이 줄기를 자르지 않아도, 간단한 방법을 통해 맛을 살려주는 레시피가 있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나물용 채소를 줄기까지 넣어 모두 데친다. 찬물에 바로 식혀서 보관하면 오랫동안 식감과 향이 살아 있고, 보관하기도 편하다는 게 유 셰프의 조언이다. 이렇게 데친 나물을 믹서기에 넣고 곱게 갈면 초록빛 샐러드 소스가 완성된다. 이 소스를 채소 샐러드 위에 뿌리면 나물 향이 나는 색다른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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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대파. 파 뿌리도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대파. 파 뿌리도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파, 감자·고구마, 옥수수도 잊지 마세요

감자·고구마는 감자칼로 껍질을 깎지 않고 그냥 흙을 털고 씻어서 같이 조리하면 된다. 껍질을 얇게 저며서 건조하면 '칩'처럼 된다. 이를 다른 요리에 활용하거나, 아이들 간식으로 차려줄 수도 있다.

노란 옥수수 알을 먹고 난 뒤에 남는 옥수숫대도 좋은 식재료가 된다. 옥수숫대로 국물을 우려내거나 차를 끓여 먹으면 풍미를 끌어낼 수 있다. 유 셰프는 "옥수수수염차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파 손질할 때 가장 먼저 잘라내는 뿌리도 아깝다. 파 뿌리를 거름망에 넣어서 육수를 내는 데 쓸 수 있다. 아니면 아예 다진 뒤 잘게 갈아서 다른 음식에 넣을 조미료로 쓸 수도 있다.

유 셰프가 제일 아까워하는 식재료는 무다. 무 껍질만 깎아도 양이 엄청난데, 이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감자칼로 하얀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깨끗하게 깎아내는 레시피가 대부분이니 일반인들은 이를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무 껍질을 깎지 않고 그냥 씻어서 통째로 요리한다. 무 껍질을 말려서 차로 우려먹거나, 바삭하게 갈아서 요리에 쓸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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