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뼈' 요리도 만든다…냉부 셰프 "냉장고 없다고 생각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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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2일 WFP(유엔세계식량계획)의 셰프 어드버킷으로 임명된 유현수 셰프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식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2일 WFP(유엔세계식량계획)의 셰프 어드버킷으로 임명된 유현수 셰프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식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식재료를 손질하면 당연히 버려지는 부분이 나옵니다. '어떻게 요리를 잘할까'만 생각하면 버리고 끝이죠. '왜 버릴까'를 고민하면 환경과 식량 문제까지 연결됩니다."

모던 한식 대표 셰프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현수(44)씨의 말이다. JTBC에서 방송됐던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로 얼굴을 알린 그는 2020년부터 음식쓰레기와 식량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던한식' 유현수 셰프, WFP 셰프 어드버킷 임명 #"버섯밑동·생선뼈도 활용 가능" 식재료 낭비 알려

22일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한국 셰프 어드버킷(기구 활동 홍보·지지 역할)으로 임명됐다. 전 세계 4명뿐인 자리로, 한국인으로선 처음이다. 셰프로서는 흔치 않게 요리 전과 후까지 생각하는 사회적 활동을 국제기구에 인정받은 것이다. 지구의 날인 이날 유 셰프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한편에 놓여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통. 편광현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한편에 놓여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통. 편광현 기자

유 셰프는 "버리는 식재료가 너무 아깝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엔 WFP와 함께 자신의 식당에서 직접 음식 낭비를 줄이는 실험에 나섰다. 대부분 식당에선 음식쓰레기를 줄인다고 하면 사후 조치인 '잔반 없애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그는 요리를 만들 때 나오는 식재료 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자투리 식재료 폐기 등에 신경 쓰면서 2개월간 음식쓰레기 배출량을 160ℓ 감축했다. 평소 배출량의 15%가 줄었다.

그는 "많은 식당이 쓸 부분만 손질하고 나머지 버리는 걸 당연하게 여기다 보니 100만원 어치 농산물을 사면 7만~10만원은 버린다"며 "요리 한 접시를 만드는데 얼마나 버려지는지 아는 것부터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유 셰프는 버리는 식재료를 줄이는 법을 남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올해 들어 버섯 밑동, 생선 뼈, 과일 껍질 등을 활용한 요리 레시피를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음식을 버리지 말라고만 하지 말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 식당 사장뿐 아니라 직원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유현수 셰프가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식당 주방에서 WFP(유엔세계식량계획) 로고가 박힌 앞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 김성룡 기자

유현수 셰프가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식당 주방에서 WFP(유엔세계식량계획) 로고가 박힌 앞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 김성룡 기자

음식쓰레기를 줄이면 비용 절감과 새로운 맛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손님이 동참하는 기부 캠페인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그는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으로 추가 지출 없이 그 비용으로 기부도 할 수 있으니 손님과 식당 모두 상생할 수 있다"라고 했다.

유현수 셰프의 노력은 이제 시작이다. 강원도 출신인 그는 "어릴때를 돌이켜보면 뭐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육수로까지 활용해 먹었다"며 "이렇게 다양하게 채소를 조리하는 법은 한식만한게 없다"고 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실천도 중요하다. 유 셰프는 각 가정에서 꼭 필요한 만큼 장을 보라고 강조했다. 한꺼번에 왕창 사놓으면 결국 먹지 않고 버려질 음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집집마다 냉동실에 얼린 재료가 너무 많다. 집에 냉장고가 없다고 가정하고 먹을 것만 사보라"고 했다. 스타들의 냉장고 속에 잠자던 식재료를 봐온 '냉부' 출연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윤선희 WFP 한국사무소장(왼쪽)이 22일 유현수 셰프에게 WFP 셰프 어드버킷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WFP

윤선희 WFP 한국사무소장(왼쪽)이 22일 유현수 셰프에게 WFP 셰프 어드버킷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WFP

유 셰프는 쓰레기 감축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왜 줄여야 하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줄여야 한다' 생각만 해도 외식할 때 반찬을 조금만 달라는 식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먹거리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어릴 때부터 식재료가 어디서 오고, 농작물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면 쉽게 버릴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마구 버려지는 음식은 크게 보면 식량 부족 문제와 연결된다. WFP 어드버킷이 된 유현수 셰프는 이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식량·환경 문제 해소에 나선다. "책임감이 커졌다"는 그는 아동 영양 문제까지 내다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발생한 식량 위기는 먼 외국의 일이 아니라는 걸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식량 자급도가 낮은 한국은 안전하지 않죠. 해외 셰프들과 힘을 합쳐 아동 식량 이슈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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