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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서 사라지는 일회용…'옥수수 빨대' 친환경이 아니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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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사용설명서 

일회용 플라스틱 성분의 빨대가 포장된 채 꽂혀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일회용 플라스틱 성분의 빨대가 포장된 채 꽂혀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쓰레기사용설명서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 다시 보면 보물이니"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플라스틱 빨대가 거북이 콧구멍에 꽂혀 있던 영상을 본 게 시작이었죠."

김인수(30)씨는 식물성 빨대를 판매하는 기업 '비어스'의 대표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그는 2020년부터 농가에서 버려지는 보리·밀·갈대 등을 빨대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빨대 사업에 나선 계기는 2015년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 영상이었다. 수백년간 썩지 않는 플라스틱 대신 새로운 빨대가 필요하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바다거북 코에 꽂힌 플라스틱 빨대. 사진 마린터틀뉴스레터

바다거북 코에 꽂힌 플라스틱 빨대. 사진 마린터틀뉴스레터

빨대에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은 '제로웨이스트' 세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일부 카페들도 그런 흐름에 동참해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있다. 앞으로는 제도적으로 친환경 빨대가 더 우리 곁으로 가까이 온다. 불과 7달 뒤인 11월 24일부터 카페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스타벅스처럼 모든 카페가 친환경 빨대를 써야 한다.

친환경 빨대는 종이·옥수수·실리콘·스테인리스·유리·대나무 등 소재가 다양하다. 과연 이 중에서 어떤 빨대가 더 친환경적일까. 중앙일보가 각각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곧 다가올 '친환경 빨대 시대'를 맞아 나에게 적합한 빨대를 찾아보자.

옥수수, 종이 제쳤지만…카페선 못 쓴다

옥수수 소재로 만든 빨대. 편광현 기자

옥수수 소재로 만든 빨대. 편광현 기자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친환경 빨대는 옥수수 소재다. '플라스틱이 아니에요'(I'M NOT PLASTIC)란 문구로 유명한 옥수수 빨대 상품은 종이 빨대 판매량을 앞지를 정도다.

옥수수 빨대를 처음 손에 들어보면 일회용 플라스틱 소재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촉감이 비슷하다. 내구성도 빨대 기능을 하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강하다. 옥수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적절한 조건을 갖춘 땅 속에서 180일 안에 모두 생분해돼 플라스틱보다 환경을 덜 해친다.

하지만 옥수수 빨대가 그리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에서 팔리는 옥수수 빨대는 대부분 다른 물질과 섞인 PLA(Poly Lactic Acid) 수지로 만들어졌다. 전문 퇴비화 시설을 갖춘 외국과 달리 한국에선 자연스레 분해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옥수수 빨대를 오는 11월부터 카페에서 사용할 수 없는 품목에 포함했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PLA가 일반 플라스틱보다 낫지만, 그 외 친환경 빨대보단 못하다. 다른 생분해성 수지보다 분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에 판매중인 종이 빨대 제품. 인터넷 캡처

시중에 판매중인 종이 빨대 제품. 인터넷 캡처

불편하고 맛도 안좋은데…종이 빨대가 최선?

스타벅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종이 빨대는 생산성과 환경성을 두루 갖췄다. 개당 가격이 10원 미만으로 저렴하고, 매립시 2~5개월 안에 분해된다. 종이 맛이 강하게 나고 수분 내구성이 약하단 지적이 있지만, 품질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종이 소재도 친환경 '만점'은 아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만드는 데 나무를 사용해야 하고 소각 시 메탄을 많이 배출한다. 모든 종이 빨대가 재활용되지 않는 한, 결국 계속해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쌀·밀·보리 떠오르지만 '가격' 한계 

보리 소재로 만든 식물성 빨대. 인터넷 캡처

보리 소재로 만든 식물성 빨대. 인터넷 캡처

현재 환경적으로 가장 완벽한 빨대는 식물성 생분해 빨대다. PLA와 달리 온전히 식물성 소재로만 만들어졌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쌀·밀 빨대는 사용 후 바로 씹어먹거나 떡볶이 등으로 요리해 먹을 수도 있다. 시중엔 보리나 갈대 등 다양한 식물로 만든 빨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빨대에서 식물 맛이 나고, 쉽게 부러지는 단점이 있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진 못했다. 대부분 업체가 수작업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개당 가격이 70원 수준으로 비싸기도 하다. 자영업자에겐 부담이 적지 않다.

세척 자신 있다면 다회용 빨대 선택 가능

스테인리스 빨대와 알루미늄 빨대. 색상도 다양하다. 편광현 기자

스테인리스 빨대와 알루미늄 빨대. 색상도 다양하다. 편광현 기자

매장이 아닌 소비자 개개인의 선택지는 좀 더 넓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대신 다회용 빨대를 선택할 수 있어서다. 이 중 대표 상품은 스테인리스·알루미늄 소재다.

무게가 가볍고 튼튼해 케이스에 담아 휴대하기 편리하다. 음료 맛을 그대로 전달하고, 차가워진 빨대가 청량감을 더한다. 플라스틱보다 단단해 오래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다양한 색상을 고를 수 있는데다, 자신의 이름을 각인해주는 상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세척솔로 매번 설거지해야 하는 단점은 감안해야 한다.

다회용 빨대 중 인터넷 판매량이 가장 높은 건 실리콘 소재다. 개방이 가능해 다회용 빨대 중 세척이 그나마 간편하고, 파손 우려도 없다. 다만 소재 특성상 빨대가 흐물거리고 먼지가 잘 쌓인다는 한계도 뚜렷하다. 특유의 실리콘 맛이 난다는 후기도 있어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리는 상품이기도 하다.

"친환경=면죄부 아냐, 다회용은 오래 써야"

서울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판매중인 대체소재 빨대들. 김정연 기자

서울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판매중인 대체소재 빨대들. 김정연 기자

결국 친환경 빨대는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세척에 자신있다면 스테인리스·알루미늄 빨대를, 맛보단 편리함이 중요하다면 실리콘 빨대나 일회용 빨대를 고르면 된다. 또한 청결을 신경쓰는 사람은 유리 빨대를, 가벼운 무게를 중시하는 사람은 대나무 빨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빨대를 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경미 지구별가게 대표는 "다회용 빨대를 100회 이상 쓰지 않고 버릴 거라면 차라리 일회용 빨대를 쓰는 게 낫다. 아예 먹어버릴 수 있는 식물성 빨대를 쓰거나, 다회용 빨대를 최대한 오래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친환경이란 말이 일회용 빨대를 언제든 사용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다. 결국 일회용품은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쓰고, 최대한 줄이는 게 진짜 친환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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