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기업인 사면·복권, 전향적 검토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성장률 하락, 쌍둥이 적자 등 위기 신호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나설 기회 줘야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다음 달 8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기업인들의 사면·복권을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최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한 ‘경제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다. 청원 대상자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경제단체들은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의 호소에는 강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각종 경제 지표는 이미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7%에 그치면서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올해 3%대 성장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과 재정에서 동시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 외환시장에선 원화 값이 달러당 1270원대까지 밀리면서 수입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한국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는 기업인들의 창의와 혁신이다. 하지만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조차 위기론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오는 7월 형기가 만료돼도 향후 5년간 취업 제한을 받는다. 신 회장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아직 집행유예 기간에 있다. 재계 1위와 5위 그룹의 총수가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격전을 벌이는 전쟁터에서 리더십의 부재는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는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 19곳을 백악관에 불러모아 반도체 가치 동맹을 역설하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에서 총수의 신속하면서 정확한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대 그룹과의 만남에서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기업인의 역할이 더욱 절박한 상황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인들이 전력을 다해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경제 5단체의 사면·복권 건의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기업인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게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