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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빠 찬스’ 의혹 김인철·정호영, 스스로 거취 정하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다른 학생 기회 빼앗았다면 교육 수장 자격 없어

딸·아들 의대 편입 논란 … 조국보다 나은 게 뭔가

여론의 시선이 ‘검수완박’ 논란에 쏠린 와중에 다소 가려졌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둘러싼 도덕성과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빠 찬스’ 의혹을 받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이해상충 시비가 단연 두드러진다. 능력을 중시해 인선했다지만, 이들 두 후보자는 능력은 차치하고 도덕성 측면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김 후보자는 온 가족이 한·미 정부 공동 출연으로 만든 한미교육위원단 풀브라이트의 장학금을 받은 게 적절했는지를 놓고 도마 위에 올랐다. 풀브라이트 재단 지원으로 김 후보자 본인은 1996년, 배우자는 2004년 각각 미국 대학에 초빙교수와 교환교수로 다녀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후보자가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장 또는 한미교육문화재단 감사이던 시절에 딸(2014년)과 아들(2016년)이 연이어 장학금 혜택을 누렸다.

김 후보자 측은 한미교육위원단의 장학생 선발은 내외부의 영향력이 철저히 차단된다고 해명했지만, 위원단에 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출신이 여럿 포함돼 있어 여전히 의혹을 불식하지 못하고 있다. 풀브라이트는 해외 거주 경험이 없는 학생에게 우선권을 주는데, 김 후보자 자녀는 해외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학비와 생활비 등 연간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김 후보자 자녀들이 받는 바람에 다른 학생들이 공부할 기회를 빼앗겼다면 교육부 수장으로서 결격사유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정호영 후보자는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누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딸이 의대 재학 중에 수강한 과목에 대해 아버지인 정 후보자가 시험 출제와 성적 부여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이런 사실을 학교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아들의 병역 판정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자 민간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으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두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설령 위법 사실이 없었더라도 김 후보자는 교육부 수장으로서, 정 후보자는 복지부 장관으로서 공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이해충돌을 빚었다. 김 후보자가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자녀에게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신청하도록 한 것 자체가 낯뜨거운 일이다. 정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공정의 잣대로 비춰볼 때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보다 나은 게 뭔가. 국민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이미 함량 미달로 판정난 김인철·정호영 후보자는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이제라도 깔끔하게 사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