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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나가""술먹고 행패"…한밤 법사위 '검수완박 난장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27일, 국회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안건조정위원회 개최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민주당은 26일 오후 9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었고, 같은 날 오후 11시 34분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안건조정위 야당 몫 위원으로 참석하기 위해 ‘위장 탈당’ 했다는 논란을 빚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들어서자 회의장에 전운이 감돌았다.

초반 비공개로 진행됐던 안건 조정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를 언론에 공개하자”고 회의장 문을 열어젖히면서 혼란 상태로 접어들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언론이 제발 좀 찍어주세요”라고 외쳤고, 민주당 측에서는 “카메라는 나가달라”거나 “안건조정위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맞섰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뭐가 무서워서 취재를 허용하지 않느냐”, “민주당의 독재를 언론이 똑똑히 기록해달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취재진과 국민의힘 의원을 막으면서 몸싸움도 발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디서 사람을 미냐”고 거칠게 항의했고, 법사위 사무실 가림막 등 기물이 일부 파손되는 등 대혼란이 일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 시키자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부터 항의받고 있다. 뉴스1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 시키자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부터 항의받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독박 죄인대박’, ‘검수완박 헌법파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위원장석 주변에 몰려들었다. 안건조정위원장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회의 시작 20여 분만에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사봉을 급하게 두드렸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민 의원은 위장 탈당을 해서 안건조정위를 망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진표 의원은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지친 듯 작은 목소리로 “2건 다 의결됐다”고 취재진에게 알렸다.

이후 심야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광온 법사위원장의 착석을 막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도 격하게 반응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국민의힘 의원님 중에 약주를 드시고 온 분들이 많다”며 “술 먹고 와서 행패를 부려도 되는 거냐”고 소리쳤다. 진성준 의원도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얼굴이 다 빨개져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누가 술을 마시나. 아무 말이나 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그 사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뚫고 의사봉을 가져와 법사위원장석에 놓았다. 주무장관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앉아 충돌을 지켜봤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른바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26일 국회 본청에서 개의한 법사위 전체회의장에 입장하여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른바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26일 국회 본청에서 개의한 법사위 전체회의장에 입장하여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기립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기립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전체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지만,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27일 0시 4분쯤 전체회의를 개회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0시가 넘었으니 차수 변경을 해서 회의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소리쳤고, 이용 의원은 위원장석 주변을 둘러싼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뒤로 빠지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적인 회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두 개정안을 차례로 상정한 뒤 “찬성하는 의원들은 일어서달라”고 말했고, 민주당 의원들과 무소속인 민형배 의원 등 11명이 일어섰다. 전체회의 개의 8분여 만에 기립표결로 통과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천 무효”를 외치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을 빠르게 전체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입법 반대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입법 반대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뉴시스

검수완박 중재안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7일 본회의 소집을 요청할 방침이다. 5월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을 공포하기 위해 이번 주 내로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민주당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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