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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기업 주문대로 가르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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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북대와 ㈜만도의 맞춤형 교육 과정인 만도트랙 1기생들이 경기도 기흥의 만도 중앙연구소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신인섭 기자

"학생 때 가장 궁금한 것은 '졸업한 뒤 뭘 할까' '이 회사에 가면 난 뭘 하게 될까'인데, 3학년 때부터 회사를 다니며 교육받을 수 있었던 건 큰 혜택이지요."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의 경기도 기흥 중앙연구소에 다니는 신입사원 김광연(26)씨는 '만도트랙 1기생'으로 불린다. 만도트랙은 만도와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기계공학부가 2004년 초 만든 산학협동 과정이다.

만도는 경북대에 '자동차 섀시 및 차량 동력학' 등 5개 과목을 개설하고 서류전형.면접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 2년간 등록금(학기당 200만원대)과 생활비(월 50만원)를 지원했다. 김씨는 1기 수강생 15명 중 한 명이며, 휴학생 등을 제외한 9명이 올 1월 만도에 입사했다.

만도 인력개발팀 신종국 부장은 "만도트랙 사원들은 1년쯤 앞서 있어 신입사원 교육비를 절반쯤 줄일 수 있다. 애사심도 강해 회사 발전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이 잇따라 손잡고 있다. 이른바 '맞춤형 교육'을 통해서다. 대학은 기업의 지원을 받아 실용교육을 학문에 접목시킬 수 있고, 학생들은 안정적인 취업을 보장받는다. 기업은 졸업한 뒤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대학-학생-기업 모두에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수험생들도 높은 관심=홍익대 와우관 3층에 있는 '페이스(PACE:Partners for the Advancement of Collaborative Engineering Education) 센터'는 최첨단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컴퓨터실이다. 이 학교 기계.시스템 디자인 공학과 학생들은 이곳에서 공학.디자인 관련 고가의 프로그램을 다룬다. GM대우가 지난해 10월 2000억원 상당의 설비를 지원해준 덕택이다. 올 여름 GM대우에서 인턴실습을 거친 홍대 4학년생 8명 모두 GM대우에 취업이 예정돼 있다.

페이스센터 임현준(공대 교수) 소장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미리 다뤄볼 수 있어 취업 뒤 별도의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된다"며 "공대생과 미대생이 함께 자동차 모델을 설계하는 등 학문 간 융합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달 1일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운영하는 독립영화 전문상영관을 교내에 열었다. 영화제 기획 등 학생들에게 영화산업을 체험하도록 한다는 연대 측과 독립.예술 영화 발전에 기여해 보겠다는 CJ 측의 뜻이 맞아떨어져 생겼다. 연세대 영상대학원은 CJ와 함께 영화를 선정해 유료 상영하고 수익도 배분할 계획이다.

맞춤형 교육에 대해 대학 수험생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균관대가 올 초 삼성전자와 함께 개설한 반도체학과(학부과정)에는 수능성적 전국 상위 1% 안에 드는 수재들이 몰렸다고 한다. 올 7월 과학고 졸업자만을 대상으로 한 2007년 특별전형 경쟁률은 6.4 대 1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김문한 과장은 "대학의 한 학과, 혹은 3.4학년 과정에서 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몇 가지 이수해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 달라는 게 산업계의 요구"라고 전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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