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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분양가상한제에 서울 1만가구 분양 묶이고 지방도 억대 부담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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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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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문재인 정부 주택 규제 풀리나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부담금(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그중 하나다.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발목을 잡고 있어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규제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해 예열을 거친 뒤 새 정부에서 위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 더뎌 #둔촌주공 5000가구 발목 잡혀 #수원·대전 재건축부담금 3억원 #"완화 늦어지면 주택공급 차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등 주로 도심에서 땅값·건축비로 가격을 책정하는 분양가 규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 기간 동안 평균 이상 오른 집값의 일부를 국가가 현금으로 환수한다.

 1만2000여 가구를 짓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분양가상한제와 줄다리기 하느라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까지 겹쳐 착공 2년이 지나도록 일반분양분 5000가구 정도를 분양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공정률이 50%가 넘은 둔촌주공 공사 현장. [연합뉴스]

1만2000여 가구를 짓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분양가상한제와 줄다리기 하느라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까지 겹쳐 착공 2년이 지나도록 일반분양분 5000가구 정도를 분양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공정률이 50%가 넘은 둔촌주공 공사 현장. [연합뉴스]

분양 늦추면 분양가 더 받아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건립 규모가 1만2000여 가구이고 조합원 몫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이 5000가구에 가깝다. 2019년 말 착공한 뒤 2년이 넘도록 아직 일반분양하지 못하고 있다. 2020~2021년 공사를 시작한 송파구 미성크로바·진주,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도 일반분양분 2000여 가구가 묶여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착공할 때 일반분양한다. 분양이 늦어지면 그만큼 사업비가 늘어난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을 늦추면 그사이 땅값과 건축비가 올라 분양가를 더 받을 수 있어 상한제 분양으로 나빠진 사업성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산정 기준은 표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땅값과 정부가 고시하는 기본형건축비로 매긴 건축비다. 상한제 적용을 받는 일반분양 가격이 조합원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고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여서 조합원들의 회의감도 크다.

지난해 3월 착공한 경기도 광명시 광명2구역이 지난해 11월 상한제 분양가 3.3㎡당 2000만원을 통보받고도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주변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4000만원 안팎이어서 조합원들이 "상한제 분양가가 터무니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착공해놓고 아직 일반분양하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1만 가구가 넘는다.

윤석열 당선인의 규제 완화도 상한제에 걸려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을 올리더라도 상한제에서는 분양수입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땅 크기는 그대로여서 택지비 수입이 고정돼 있고 건축비는 실비여서 별로 남는 게 없다.

팬데믹 이후 건설자재 등 건설원가가 급등하며 상한제 사업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사업비가 많이 늘어나는 데다 상한제 분양가가 공사비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건설공사비가 14% 뛰었지만 기본형건축비는 8% 올랐다.

공사비 급등 반영 못하는 분양가상한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사비 급등 반영 못하는 분양가상한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에서 착공 전 예상된 예정액을 훨씬 초과하는 억대 재건축부담금이 현실화하고 있다. 재건축부담금은 사업시행 인가 시점에 예정액을 산출하고 준공 후 최종 산정해 부과한다.

5억원까지 오른 재건축부담금

2018년 5월 조합원당 예정액 1억3500여만원이 통보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가 지난해 7월 준공돼 강남 첫 부과 대상이 됐다. 아직 부과금액이 산정되지 않았는데 업계는 예정액보다 훨씬 많은 2억~3억원으로 예상한다.

전국 60여개 단지에 통지된 예정액도 급증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장미 조합이 예상한 부담금 예정액이 5억원에 가깝다. 수원 영통2구역이 2억9500만원이다. 지방도 억대 재건축부담금이다. 대전시 용문 1·2·3구역이 2억7600만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서울 등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만 시행되지만 재건축부담금은 전국 재건축 사업장 대상이다.

지방에도 억대 재건축부담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방에도 억대 재건축부담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2018년 재건축부담금 부활 이후 집값이 더 뛰면서 부담금 공포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김기원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대표는 "상한제 로또를 분양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셈"며 "분양 로또만이 아니라 재건축보다 더 많이 오른 집도 많고 팔아서 이익을 본 것도 아닌데 수억 원을 내놓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폐지를 요구하지만 쉽지 않다. 상한제가 없어지면 분양가가 뛰어 집값 자극 우려가 나오고 주택 수요자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에 따라 주변 새 아파트 시세의 85% 이하다. 지난해 3.3㎡당 5600만원대까지 오른 강남 분양가가 3.3㎡당 1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용적률 상향이라는 사회적 산물인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필요성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여대야소와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서도 분양가상한제·재건축부담금을 완전히 폐지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정책에 관심 쏠려

윤 당선인도 이런 점을 의식해 폐지보다 완화 공약을 내세웠을 것이다. 시장은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상한제를 현실화하고 기준을 조정해 재건축부담금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부담금 규제 완화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 새 정부 주택공급 기조가 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단지들이 상한제와 재건축부담금 대상이기 때문에 이 단지들의 물꼬를 터줘야 도심 주택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속도 조절을 한다면 안전진단 등 사업 초기에 해당하는 규제는 늦게 풀어도 된다. 이명박 정부가 재건축부담금 폐지에 뜸을 들이느라 2013년 유예 전까지 준공한 4개 단지에 부담금이 부과됐다. 지금도 지난해 준공해 재건축부담금 부과 대상인 반포현대와 은평구 구산동 연희빌라가 구청에 부과 연기를 요청하고 새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 부과되면 이전처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