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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부품난, 코로나 ‘삼중고’에 집나간 기업이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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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 허난성에 위치한 성림첨단산업 상추(商丘) 공장. 성림첨단산업은 대구 달성에 짓고 있는 현풍 공장이 완공되면 상추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사진 성림첨단산업]

중국 허난성에 위치한 성림첨단산업 상추(商丘) 공장. 성림첨단산업은 대구 달성에 짓고 있는 현풍 공장이 완공되면 상추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사진 성림첨단산업]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희토류 영구자석을 만드는 성림첨단산업은 이곳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새 공장을 짓는 중이다. 이 회사 공군승 대표는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공정률은 70%로 오는 7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중 갈등에 코로나 겹쳐 한국行”

성림첨단산업의 생산제품. [사진 성림첨단산업]

성림첨단산업의 생산제품. [사진 성림첨단산업]

1994년 경상북도 영천에서 창업한 성림첨단산업은 99년 중국 허난성 상추(商丘)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현지에서 가공(소결)된 원재료를 공급받아 후공정 위주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전동모터의 핵심 소재로 국내 사용량의 90%가 중국에서 들어온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다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겹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공 대표는 “안정적인 작업 환경 조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에서 직접 원재료 가공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지금은 호주 기업과 접촉해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달성군 현풍 공장의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중국 상추 생산라인을 축소해 원료 공급부터 탈(脫)중국할 방침이다.

시큰둥했던 대기업도 변화 움직임

해외 진출 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해외 진출 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도시 봉쇄로 인해 공급망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해외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원료 수급, 시장 확보를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지었던 기업들이 현지 고정비 급상승과 물류난을 겪자 한국으로 ‘유턴’을 고민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긴 ‘유턴기업’은 26곳이다. 최근 5년 새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도표 참조〉

다만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4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최대치지만 이 중에 대기업은 한 곳도 없다. 지난해까지 8년간법적 요건을 충족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대기업은 현대모비스(2019년)가 유일하다.

올해 1월 LG화학이 대기업 2호 유턴기업으로 선정됐지만, 이는 개정된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이 적용됐기에 가능했다. LG화학은 내년 말까지 충청남도 서산에 연산 5만t 규모의 플라스틱 바이오(PBAT)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산업부에 국내 복귀 기업으로 선정 신청했다. 지난 2020년 말 개정된 해외진출기업복귀법에 따르면 첨단기술 사업의 경우 해외사업장 청산·축소 의무가 면제된다.

기업 57% “리쇼어링 검토 또는 고려”

국내 복귀기업 업종별 분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복귀기업 업종별 분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만큼 리쇼어링에 시큰둥했던 기업 사이에서 최근 변화 움직임이 뚜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월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리쇼어링을 검토 중(27.8%)이거나 향후 검토할 수 있다(29.2%)고 답변했다.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지난 2020년 5월(3%)과 비교해 9배가 됐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진출했던 한 중소 설비업체의 경우 지난해 충청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이 회사 김모 상무는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규모가 컸는데 이들이 중국 생산을 줄이자 회사의 현지 매출도 줄었다”며 “현지 기업의 경우 6개월 어음을 발행하는 등 결제 조건이 좋지 않아 국내 유턴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공급망 재편으로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들이 복귀를 고민할 여지가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국내 복귀를 결정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상승하고, 현지 매출이 줄거나 규제가 강화돼 유턴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유턴기업 덕분에 국내 경제가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경련은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를 바탕으로 “유턴을 원하는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1조4000억원 증가하고, 일자리 8만6000개가 신규 창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턴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은 미국과 유럽에서 더 적극적이다. 미국은 중국과 패권 갈등, 대표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서 반도체 부품난을 겪으면서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520억 달러(약 62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미국산 물품 구매 의무를 강화하고 공급망 개선을 위해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등 자국 기업의 유턴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유럽 내 반도체 공급을 확대하고 미국·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대 약 500억 유로(약 67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산학연 공동연구로 제조업 혁신 계기 삼아야”

국내 복귀 전 기업별 진출 국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복귀 전 기업별 진출 국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리쇼어링뿐 아니라 생산기지를 자국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니어쇼어링’도 확산하고 있다. 주로 글로벌 기업이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선택한다.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은 올해 말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던 물량을 50%로 줄이고 크로아티아·터키·북아프리카에 이를 대체할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생산원가가 20%가량 늘어나지만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 휴고보스도 유럽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4차산업혁명을 선도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을수록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보조금 혜택 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제조공정 도입, 산·학·연 연계를 통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제조업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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