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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 아파트 매물 8% 늘었다…특히 '노·도·강'서 많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새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물이 대선 전과 비교해 8%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달 11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양도세 중과 배제가 시행되면 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일부 다주택자들이 미리 집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4168건으로 대선이 치러진 3월9일(5만131건)보다 4037건(8.1%) 증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공식화한 지난달 31일과 비교하면 매물이 5.11%(2631건)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양도세 중과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우선 추진을 약속했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결국 매물 잠김 등 시장 왜곡을 가져왔고,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주택 시장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강력한 양도세 중과 제도를 시행했다.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10%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P를 기본세율에 각각 가산하는 양도세 중과 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 7·10 대책에서는 2주택자는 20%P, 3주택 이상자는 30%P를 기본세율에 더하는 것으로 폭을 넓혔다. 이에 지난해부터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중과되는 세율까지 더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양도 차익 10억 원 초과 시 최고 세율 82.5%가 부과됐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커도 양도세 때문에 매각 대신 증여 등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배제 유예 기간 동안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최고 30%포인트에 달하는 중과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3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장기보유 특별공제까지 더 받을 수 있다. 실제 신한은행에 따르면 2주택자가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 아파트를 5년 전에 8억원에 구매해 19억원에 팔아 총 11억원 차익 남겼다면 원래는 6억1761만1225원(지방세 포함)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중과세율 배제하면 총 납부세액은 4억3589만2941원으로 1억8161만8284원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6월 1일 전 다주택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하고 1주택자가 되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경감해주기로 하면서 매각 유인이 더 커졌다. 서울만 보면 강남·서초 등 핵심지보다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 매물 증가세가 뚜렷하다.

핵심지역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가속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외곽 지역 매물 등을 정리하고 강남·서초 등 인기지역으로의 이동을 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실에 따르면 실제 강남구는 대선 이후 매물이 2.4%(4121→4220건), 서초구는 2.0%(3861→3938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강북구 15.1%(945→1088건), 노원구 8.3%(3999→4332건), 도봉구 7.3%(1732→1859건) 등의 매물은 서울 평균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아파트 매각 여부를 고민해 온 다주택자 중 일부가 양도세 중과 배제 소식을 듣고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새 정부가 기대한 것처럼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대거 출회하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배제 시행일(5월11일)과 보유세 기산일(6월1일) 사이의 기간이 20일가량으로 짧아 양도세와 보유세 절감을 함께 노린 매물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 정부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는 있지만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거래가 여전히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이유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새 정부가 공약한 규제 완화책 등이 시장의 기대만큼 신속하게 추진되지 않으면서 매수 대기 수요가 관망하는 분위기도 관측된다"며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 등으로 최근 매물이 증가했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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