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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 부패범죄 숨겨줄 '검수완박'…해외통계가 말해준다 [Law談 스페셜 김재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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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검찰로부터 직접 수사권과 수사 지휘권을 박탈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것이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경찰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영장 청구와 더불어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 유지하는 기능에 권한을 한정하자는 주장이다.

전국 부장 검사들이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대한 검찰 측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중앙지검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전국 부장 검사들이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대한 검찰 측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중앙지검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이러한 주장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것을 ‘시험을 보는 자가 시험도 보고 채점도 하는 경우’라고 비유하는데, 수사와 기소는 시험을 보고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채점은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수완박’ 주장은 검찰의 영장 청구 및 기소에 대한 법원의 견제 기능을 무시한 것이고, 수사 과정을 전담하게 될 경찰에 대한 검찰의 견제 기능도 박탈하는 것으로 인권 보호가 아닌 인권 침해 증가 가능성을 무시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법 집행기관은 권력기관으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항상 부패할 가능성, 즉 권력에 영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견제와 독립성의 균형이 자유민주국가의 숙제이다. 행정부에 소속된 경찰은 국가마다 큰 차이가 없지만, 검찰의 업무와 기능에 대한 법적 배경은 국가마다 상당히 다르다. 특히 검찰이 얼마나 독립적이냐, 수사권을 얼마나 갖느냐에 따라 집권 세력의 부패를 수사하거나 기소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프랑스의 경우 검사는 기소만 하고 수사를 하지 않는다. 더욱이 행정부는 사법경찰을 통제하고 검사에 대한 해임 권한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당과 집권 세력의 부패는 얼마든지 은폐가 가능하다. 그런 프랑스도 권력자의 대형 부패 스캔들이 잇따르자 2013년 이를 전담 수사·기소하는 국가금융검찰(PNF)을 신설했다. 반면 독일의 검사는 준 사법관으로 수사 및 기소 권한을 행사한다. 여당과 집권 세력이 사법 경찰을 통제하더라도 경찰이 사건을 종결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부패 범죄를 은폐하기 쉽지 않다.

영미법계에서는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게 있고 검사는 소추 기관의 역할을 한다. 영국의 경우 경찰이 수사 주체이며, 수사 종결권도 가지고 있다. 다만 중대 사건과 기타 특수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경찰에 대해 수사를 지휘하게 되어 있다. 미국 연방이나 각 주의 검사는 다른 기관이 적절하게 취급하지 못할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조직·환경·경제 범죄 등)에 대해서만 수사를 한다. 따라서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중대 사건이 아니라면 집권 세력이 경찰을 통제함으로써 여당과 집권 세력의 부패를 상당 부분 은폐할 수 있다.

종합하면 집권 세력이 부패를 은폐할 수 있는 정도는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 프랑스, 검찰이 중대 사건에만 수사권을 갖는 영국 및 미국, 그리고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는 독일의 순이고 부패가 통제되는 정도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형사사법 체계의 경로 의존성에 따라, 이러한 부패 수준의 차이는 프랑스식 대륙법계, 영미법계, 독일식 대륙법계 국가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법체계별 직권남용 기소, 정부기능, 법치주의, 부패, 자유권적 기본적 수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법체계별 직권남용 기소, 정부기능, 법치주의, 부패, 자유권적 기본적 수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표와 같이,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는 독일법계는 부패 사건의 전제가 되는 직권남용에 대한 기소는 가장 높고(63.9%), 그다음으로 영미법계(40.6%), 그리고 프랑스법계(35%)가 가장 낮다. 직권남용에 대한 기소가 많을수록 부패는 감소하고(27.3→41.1→57.8%), 이에 따라 정부기능(70.8→58.3→38.7%)과 법치주의(68.8→45.7→37.4%)도 함께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검수완박’하면 잘 보장될 것이라는 자유권적 기본권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하고 있는 독일법계가 가장 잘 보장하고 있고(82.5%),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 프랑스법계가 최하위이다(41.5%).

따라서 ‘검수완박’의 근거는 허상이다. 올바른 검찰개혁의 방향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있지 않고, 검찰의 독립성 보장과 그에 상응한 견제와 책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있어야 한다. 일례로 검찰총장의 임기를 최소한 대통령의 임기에 맞춰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검찰의 위법한 기소와 불기소 혹은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는 검찰을 가장 잘 아는 법원이 사법 심사를 통해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권력, 사법권력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것과 같이 입법 권력 또한 국민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은 자유민주공화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위임된 권력의 사적 이익을 위한 사용을 부패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입법권력을 개인이나 정당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이는 부패 행위이며, 더 나아가 ‘검수완박’은 사법방해가 된다 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부의 부패행위는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반드시 사법부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심판돼야 할 것이다.

로담(Law談) 스페셜 기고

다양한 경력의 전문가가 법조 관련 주요 사안을 알기 쉽고 깊이 있게 다루는 기고 시리즈입니다. 중앙일보 ‘로담(Law談) 칼럼’은 열려 있습니다. 연재 필진 이외 각 분야 전문가 분들이 현안에 대한 법률가적 시각을 소개하겠습니다. 법이 국민에 바르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반론(反論)과 토론도 환영합니다.

김재훈 KDI 선임연구위원

김재훈 KDI 선임연구위원

※김재훈 박사. KDI 선임연구위원/로체스터대 정치학/공직임용제도와 부패, 대학구조개혁, 공천제도, 공공투자사업의 정치경제, 기업지배구조, 금융감독체계, 국회의사결정과정, 반부패기구(공수처) 효과성 등 정치경제적 문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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