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17년 쉬지 않고 달려온 아빠를 위한 막걸리 한 잔

중앙일보

입력 2022.04.21 08:00

업데이트 2022.04.22 10:21

이지민의〈전통주 테라피〉
전통주 전문가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의 ‘한국술 카운슬링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답답함은 해소하고 취향에 맞는 한잔 술까지 추천받을 수 있답니다. 우리 술을 ‘힙’하게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이 대표가 알려주는 전통주에 얽힌 ‘썰’과 술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은 덤입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에게 때론 맛있는 전통주가 위로가 된다. 사진 pexels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에게 때론 맛있는 전통주가 위로가 된다. 사진 pexels

세 아들을 둔 40대 중반의 아빠입니다. 대학 졸업 전부터 취직이 결정돼 지금까지 17년째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2년 전 막내아들이 태어나서 무척 기뻤으나, 큰아이들이 속을 많이 썩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육아에 회사 일, 그리고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여러모로 지친 상태인데, 가족을 위해 다시 힘낼 수 있는 술을 추천해주세요. 제가 주로 즐기는 술은 소주 아니면 소맥이지만, 간혹 저렴한 와인이나 막걸리를 마시기도 합니다.

일찌감치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가정을 위해 긴 세월 애써 오셨군요. 직장에 다니며 아이 셋을 키우기 쉽지 않은데, 여기에 코로나 시국까지 더해져 그 고충이 몇 배로 힘들게 느껴지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뒤늦게 딸을 얻어 엄마가 되었는데, 제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이 열린 느낌이네요. 아이를 볼 때마다 무한한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 동시에 육아의 어려움도 많이 느낍니다. 체력 저하로 허덕일 때도 많고요. 그러니 두 아이를 챙기는 동시에 늦둥이까지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솔루션을 제시하거나 조언을 드리기보다는 맛있는 술을 추천해 힐링하는 시간을 갖게 해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퇴 후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라고 자신을 쓰담쓰담하며 벌컥벌컥 들이켜기 좋은 막걸리와 육아로 지친 부부가 잠깐이나마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맛 좋은 막걸리를 골라보았습니다.

① 피곤한 나 자신을 쓰담쓰담해 줄 스파클링 막걸리 ‘얼떨결에’

강원도 영월에 있는 양조장 ‘동강주조’는 ‘음료 술’이라는 콘셉트 아래 일상생활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3종의 스파클링 막걸리 ‘얼떨결에’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동강주조의 방용준 대표는 “얼떨결에 이 막걸리를 꺼내 들더라도, 누구든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네요.

원래 대기업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방 대표는 발효 공학과 주조에 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제맥주 회사에서 7년을 근무하고 고향인 영월에 동강주조를 설립했습니다. 특징은 막걸리에 맥주(라거) 제조 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가벼운 바디감과 산미, 단맛이 어우러져 막걸리를 맥주처럼 꿀꺽꿀꺽 마실 수 있는 게 장점이죠.

‘얼떨결에’를 처음 맛보았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시중의 스파클링 막걸리들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탄산이었어요. 향을 발산시키기 위해 술잔을 빙빙 돌리는 스월링(Swirling)을 할 때마다 탄산이 차르르~ 소리를 내며 코를 간지럽히더군요. 입에 머금으면 마치 스파클링 음료를 마시듯 시원한 느낌을 주며, 빠르게 훌렁 넘어가는 목 넘김도 특징입니다. 막걸리이지만 속은 맥주 같은 아주 재미있는 막걸리이지요.

‘얼떨결에’는 쌀을 사용한 ‘얼떨결에 민트’, 캠벨 포도를 넣어 만든 ‘얼떨결에 퍼플’, 햅쌀‧옥수수‧좁쌀을 넣어 만든 ‘얼떨결에 옐로’ 총 3종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꿀맛 같은 밤의 휴식 시간에 차갑게 칠링한 막걸리를 냉장고에서 꺼내, 뚜껑을 딴 뒤 차르르~ 올라오는 경쾌한 기포 소리를 들으며 맥주잔에 따라 드셔 보세요.

얼떨결에 민트, 퍼플, 옐로. 도수 6%, 용량 935mL, 각 8000원대. 사진 이지민

얼떨결에 민트, 퍼플, 옐로. 도수 6%, 용량 935mL, 각 8000원대. 사진 이지민

푸드페어링
‘얼떨결에’는 안주 없이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맥주잔에 따라서 바로 드시면 됩니다. 만약 안주를 곁들인다면 가벼운 스낵이나 나초, 양념치킨, 씬 피자와 함께 즐겨보세요. 평소 맥주 안주로 즐겨 먹는 음식이 있다면 꺼내서 함께 드셔도 좋습니다.

② 아내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이색 막걸리 '연희 시리즈'

일과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부부가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갖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서로를 토닥이며 “고생했다” 격려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술이 빠질 수 없죠.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을 아주 맛있는 술 말입니다.
최우택 대표의 ‘같이’ 양조장은 요즘 아주 핫한 곳입니다. 연희동에서 합정동으로 확장‧이전해 서울 도심 속 양조장으로 거듭나고 있죠. 이 양조장의 막걸리는 수제로 한정 생산되고, 찾는 곳들이 많아 항상 물량이 부족합니다. 당연히 맛도 뛰어난데, 최 대표의 술 빚기 내공 덕분입니다. 그는 3곳의 양조 전문 교육기관에서 양조를 배우고, 양조 공방을 운영하며 다양한 제법과 술 빚는 노하우를 섭렵했습니다. 각종 술 빚기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업계의 기린아로 주목받은 적 있죠.

‘같이’ 양조장의 ‘연희 시리즈’는 세계의 유명한,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술을 전통주로 재해석한 막걸리입니다. 민트‧매화‧유자‧팔각‧홍차‧멜론‧샤인머스캣‧귤 등의 재료를 쓴 이색 막걸리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 제품인 ‘연희민트’와 봄에 즐기기 좋은 ‘연희유자’를 추천합니다. ‘연희민트’는 칵테일 모히토를 재해석한 막걸리입니다. 민트를 부재료로 한 부의주(밥알이 동동 뜨는 맑은 찹쌀술) 제법으로 만들었고, 단맛과 산미가 어우러지는 동시에 민트의 스파이시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희유자’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쓴맛과 아로마 향이 특징인 IPA 맥주를 재해석했습니다. 그리고 호산춘(찹쌀과 멥쌀로 두 번 빚은 약주) 제조법을 바탕으로 하죠. 달지 않고 드라이한 맛에 유자의 과즙이 시트러스한 맛을 더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희민트 9천 원(도수 9%, 용량 375mL), 연희유자 1만원(도수 10%, 용량 375mL). 사진 이지민

연희민트 9천 원(도수 9%, 용량 375mL), 연희유자 1만원(도수 10%, 용량 375mL). 사진 이지민

푸드페어링  
‘연희민트’는 싱그러운 봄에 즐기기 좋은 막걸리입니다. 아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산뜻한 페어링으로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추천합니다. 역시나 봄을 느끼기에 딱 좋은 요리죠. 만드는 법도 간단합니다. 면만 삶아서 페스토와 버무리면 되고, 포슬포슬한 감자나 토마토, 아삭한 줄기콩 등을 곁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DRINK TIP 스파클링 막걸리 오픈 시 주의사항
탄산은 온도가 높아지면 불안정해지는 성질이 있어 우선 냉장 보관을 통해 칠링을 해주는 게 좋습니다. 마시기 전에는 병을 흔들거나 섞지 않고 조심스레 다룹니다. 병뚜껑도 한 번에 오픈하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만 열어서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보이면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합니다. 자연 탄산으로 인해 지게미와 맑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탄산이 빠져나간 뒤 타이밍을 보고 조심스레 오픈하면 됩니다.

이지민의 〈전통주 테라피〉에서는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술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고민이 채택되신 분께는 술 추천과 함께 기사에 소개된 전통주 중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이지민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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