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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경제는 진짜 전두환 벤치마킹" 이런 말 나오는 결정적 이유

중앙일보

입력

# 2021년 10월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를 등용하겠다”는 발언을 하기에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왜 그러느냐? 전문가에게 맡겼기 때문”이라고 했고, 바로 논란이 됐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이튿날 페이스북에 “전두환 독재 시절,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했던 걸 상기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2년 4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정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 전문가이면서 정무 감각을 겸비한 적임자”라고 소개했고, 김대기 내정자는 자신의 인선 배경에 대해 “당선인이 경제 쪽을 아주 중요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내정으로 ‘한덕수 국무총리-추경호 경제부총리-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까지 핵심 경제라인이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전북 지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동 경로상에 위치한 새만금 지역 일대를 살피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전북 지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동 경로상에 위치한 새만금 지역 일대를 살피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실]

진용을 갖춘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을 두고 요즘 정치권에선 “윤 당선인이 경제만큼은 진짜 전두환 정권을 벤치마킹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국정운영의 방점을 ‘경제 안정’에 둔 것부터, 이를 위해 경제 전문가를 중용해 전권을 주는 것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3월 31일 당 초선 의원 7명과 오찬을 하면서도 “정권 초 물가가 많이 오르면 민심이 이반한다”며 전두환 정권을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전두환 정권이 물가는 잘 잡았다.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이 주변의 반대에도 대규모 토목사업을 하지 않아 시중에 돈을 풀지 않으면서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 고물가·저성장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전두환 정권의 경제 참모였던 김재익 전 경제수석의 힘이 컸다는 게 윤 당선인의 인식이다.

이같은 인식은 새 정부 인선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특히 ‘김대기 비서실장 카드’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에선 친박계 좌장인 허태열 전 의원을, 문재인 정부는 ‘586 운동권 세대’인 임종석 전 의원을 첫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특히 초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과 용인술의 바로미터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경제전문가 ‘투톱’ 체제로 시작하는 건 함의하는 바가 크다.

윤 당선인은 26년 검사 외길을 걷다가 지난해 정치에 입문해 대선 승리를 이뤘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이는 군인이었다가 바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 케이스’와도 닮았다”며 “윤 당선인 역시 경제 실무 경험 등이 없는 까닭에 관련 전문가에게 전권을 주고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광주시 국가 인공지능(AI) 집적단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광주시 국가 인공지능(AI) 집적단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평소 윤 당선인은 “내각에 전권을 주되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포항 영일만 대교 건설 현장을 찾아 현황 브리핑을 들은 뒤 “일이 성사가 안 되면 추경호 장관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것도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전문관료 우대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관료들은 속성상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분야엔 외부인사 영입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선인이 너무 탈정치를 강조하며, 관료 출신만 중용하다 보면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을 할 수도 있다”며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임기 후반 ‘우리 경제의 펀더맨털은 튼튼하다’는 경제 관료의 보고를 철석같이 믿다가 외환위기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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