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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석학 미어샤이머 "러의 우크라 외교정책, 미국 정책과 같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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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미어샤이머(75)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존 미어샤이머(75)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존 미어샤이머(75) 미국 시카고대 석좌 교수는 지난 18일 공개된 중국국제TV(CGTN)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외교 정책은 미국이 서반구(The Western Hemisphere·주로 남북 아메리카 지역에 해당)에 적용하는 외교 정책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미국 등에 본질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서방 진영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날 인터뷰는 앞선 논란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부연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국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지난 2008년 부쿠레슈티 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함으로써 러시아를 궁지로 몰았으며,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부터 이런 주장을 했으며, 러시아의 군사 행동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날 미어샤이머 교수는 ‘자신의 관점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서구의 주류 언론들은 (다른) 어떤 논쟁도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언론들은) 이번 위기를 촉발한 나토와 서방 국가들을 비판하기보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할 명백한 이유를 찾길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1823년 미국의 ‘먼로 독트린’을 언급하며,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은 서반구 국가들이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펼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먼로 독트린은 제임스 먼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유럽 열강과 러시아의 영향력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선언했던 미국의 외교 노선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에 빗대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 우리(미국은)는 쿠바가 소련의 미사일을 자국에 설치할 권리가 없다고 믿었다”며 “미국이 서반구에 하는 외교정책은 오늘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또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다”며 “중요한 것은 푸틴의 생각”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에 끼치는 실제 영향과 상관없이 푸틴과 그의 관료들이 그것을 ‘실존적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를 다룰 때 주의해야 한다”며 “그는 1만기 이상의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미어샤이머 교수는 이번 전쟁을 끝낼 수 있 있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데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면서다. 그는 “양쪽 다 이길 수 없다”며 “(해결) 방법이 어디 있겠나,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정치학·국제관계학 석학이다. 국제관계학에서 현실주의 이론을 발전시킨 것으로 인물로 평가받으며, 대표적으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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