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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대변인, 출입기자에 "멍청한 개X끼처럼 보이는 질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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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AFP=연합뉴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AFP=연합뉴스]

'그 방송국이 (기자에게) 시키는 질문은 그 누구라도 멍청이 개X끼(son of a bitch)처럼 보이게 한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특정 기자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면 기자를 욕한 것일까, 기자 자질 문제가 아니라고 감싼 것일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자신에게 종종 날 선 질문을 던지는 '야권' 성향 매체 폭스뉴스 소속 백악관 출입기자인 피터 두시를 지칭한 발언이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사키 대변인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저녁 팟캐스트 '팟 세이브 아메리카'에 출연해 사회자로부터 두시 기자 관련 질문을 받았다. 사회자가 "(두시 기자는) 개X끼인 거냐 아니면 TV에서만 개X끼인 척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사키 대변인은 "(두시 기자는) 누구든지 멍청한 개X끼처럼 보일 수 있는 질문을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피터 두시를 포함해 특정인을 겨냥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와 일부 매체에서는 사키 대변인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사키 대변인은 당일 저녁 곧바로 트위터에 "나는 그(두시 기자)나 폭스뉴스에 있는 다른 기자들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폭스뉴스의 편향된 주제선정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그는 자기 일을 하고, 나는 내 일을 한다. 우리는 논쟁한다. 의견이 다르기도 하다. 나는 그것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키 대변인이 오히려 두시 기자를 두둔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폭스뉴스가 두시 기자에게 이상한 질문을 짜서 물어보게 하는 것이지, 두시 기자 실력이나 준비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폭스뉴스는 기자에게 질문을 제공해준다는 사키 대변인 발언을 반박했다. 폭스뉴스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에 보낸 성명에서 "백악관 출입 기자로서 피터 두시의 역할은 미국 대중을 위해 권력으로부터 진실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그의 질문은 그 자신의 것이고, 그는 훌륭한 기자이며, 우리는 그의 업무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시 기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키 대변인에게 불편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리핑룸 맨 앞줄에 앉아 사키 대변인과 장시간 '스파링'하는 모습은 정례 브리핑 최대 묘미라고 WP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두시 기자가 인플레이션에 정치적 책임을 느끼느냐고 공개 질의하자 조롱하는 듯한 태도로 "(인플레이션은) 훌륭한 자산이다. 더 많은 인플레이션"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정말 멍청한 개X끼네"라고 혼잣말한 게 마이크에 잡혀 방송에 노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사과했으며, 두시 기자에게 전화 걸어 개인적으로도 사과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르면 다음 달 대변인직을 사임하고 MSNBC로 옮겨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직 백악관 대변인 신분으로 언론사와 프로그램 계약을 협상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뉴욕포스트 등 야권 성향 매체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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