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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되면 온라인 성묘나 할듯" 이은해 쫓는 검사의 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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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분을 위해 검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온라인 성묘’밖에 남지 않은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라온 글의 한 대목이다. 이 글의 작성자는 김창수(49·사법연수원 33기) 인천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다. 인천지검 형사2부는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공개 지명수배된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계곡 살인 사건 혐의로 공개 지명수배 중인 이은해(31·왼쪽)씨와 조현수(30)씨의 사진. 인천지검 제공.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 혐의로 공개 지명수배 중인 이은해(31·왼쪽)씨와 조현수(30)씨의 사진. 인천지검 제공. 연합뉴스

“구속은커녕 기소조차 담보 어려운 사건”

김 부장검사는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수사 경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높은 의혹 수준의 중요사건으로 볼 수 있는 이 사건은 ‘낮은 강도’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 가평경찰서는 지난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피해자인 이씨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 사건을 5개월 내사한 뒤 변사사건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장검사는 “기본적으로 내사종결 사건이다. 사건이 잘 안 될 것 같은 각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특별하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구속은커녕 기소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며 “이 사건 역시 ‘선수’의 냄새는 나지만, 그렇다고 증거도 없이 잡으러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사건을 받았을 땐 공조할 경찰서가 없었다. 수사지휘권은 폐지됐으므로 경찰의 협조는 은혜적인 것으로 남게 됐다”며 “이씨 등의 주민등록지를 관할하는 인천 소재 경찰서들 역시 1차 수사를 하지 않은 관서라서 적극적 협조 요청은 어려웠다”고 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우 따라선 검찰 직접 수사가 유일한 길”

김 부장검사는 “그래도 검찰이 직접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보완수사를 해 왔고, 수배 및 피의자들 추적도 직접 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개수사 역시 이례적으로 검찰이 직접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직접 수사가 유일한 길일 수도 있음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검사는 인천지검 형사2부가 30대가 넘는 휴대전화 등을 새로 압수한 뒤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 분석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산 서부서에서 압수해 송치한 디지털 자료는 물론 새롭게 압수한 디지털 자료를 2개월 반 동안 살펴 요증(要證) 범죄사실과의 관계를 따져 직접 증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씨 등의 새로운 살해 시도 정황도 밝힐 수 있었다는 게 김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계곡 살인 사건' 혐의로 공개 지명수배된 이은해씨가 도주 직전까지 살았던 인천의 한 빌라의 우편함에 세금 고지서와 수사기관 우편물 등이 다수 쌓여 있다. 뉴스1

'계곡 살인 사건' 혐의로 공개 지명수배된 이은해씨가 도주 직전까지 살았던 인천의 한 빌라의 우편함에 세금 고지서와 수사기관 우편물 등이 다수 쌓여 있다. 뉴스1

검수완박 국면 속 “반드시 범인 잡겠다”

김 부장검사는 최근 형사2부 검사들이 온라인으로 피해자 성묘를 했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을 언급했다. 그는 “검사 수사 전면 폐지 이후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영역들은 존경하는 어느 의원님 말씀처럼 ‘증발’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억울함을 풀고 진실을 밝히는 것도 계속 가능하면 좋겠다”고 적었다. 또 “할 수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진실을 밝히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 죗값을 받아내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부장검사는 2020년 재수사를 맡은 경기 일산서부서와 이 씨 등 추적에 나선 인천경찰청에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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