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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이나 증시 입성 실패한 中 오디오 플랫폼, 또 도전?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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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온라인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히말라야(喜马拉雅)가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증시와 같은 해 9월 홍콩 증시 상장에서 미끄러진 이후 세 번째 도전이다.

[사진 CFP]

[사진 CFP]

“어쩜 홍콩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자본시장 진출 희망 놓지 못하는 히말라야

히말라야는 지난해 5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또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F-1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디디추싱의 해외 상장 이후, 중국 당국이 해외 상장 추진하는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상장 신청서를 철회했다.

히말라야는 이후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 같은 해 9월 홍콩 증권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당국의 상장 심사가 늦어지면서 제출했던 신청서가 지난 3월 초 만료됐다. 이에 히말라야는 관련 재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다시 한 번 더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이처럼 히말라야가 끊임없이 자본시장 진출에 욕심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들어 시장에서 히말라야의 인기가 사그라지며 투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2012년 설립된 히말라야는 이미 9차례의 자금 조달을 마쳤다. 텐센트, 샤오미, 징둥 등 유수의 인터넷 기업이 투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현재 히말라야의 기업가치는 200억 위안(3조 8044억 원)을 넘는다.

[사진 视觉中国]

[사진 视觉中国]

한때 최고의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히말라야는 최근 수년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9억 달러(1조 885억 5000만 원) 규모의 시리즈 E 유치 이후 새로운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 상황도 악화됐다. 중국 오디오 플랫폼 칭팅FM(蜻蜓FM)은 2019~2020년 겨우 한 차례의 자금을 융통했다. 한동안 자금줄을 찾지 못했던 칭팅FM은 지난해 하반기 자본 시장이 완화되어서야 새로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한때 오디오 플랫폼 시장 ‘매기’로 통하던 란런팅수(懒人听书)는 지난해 1월 텐센트에 20억 위안(5137억 8300만 원)에 매각되었으며 이전까지 2년가량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중국 IT쥐쯔(IT桔子)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오디오 콘텐츠 산업 투자 규모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 2018년 82억 8000만 위안(1조 5753억 5280만 원)이었던 투자 규모는 2020년 4억 위안(761억 28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 2억 7000만 명 육박 V.S. 연간 9703억 원 적자

[사진 钛媒体]

[사진 钛媒体]

중국 가치연구소(价值研究所)는 히말라야가 구독, 광고, 라이브 스트리밍 등의 매력적인 수익모델을 갖췄지만, 실제 상장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고 분석했다. 이용자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적자 역시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히말라야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2억 6800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4.4% 증가했다. 히말라야의 주력 사업이 유료 구독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이는 히말라야 미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광고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각각 14억 9000만 위안(2837억 8540만 원), 10억 위안(1904억 6000만 원)의 수익을 내는 동안 구독 부문에서 29억 9000만 위안(5694억 754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독 사업 매출 증가율도 2020년 동기 대비 49%로 뛰며 세 가지 수익모델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칭팅FM이나 리즈(荔枝) 등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히말라야의 가장 큰 장점은 유료 이용자 규모와 결제율이다. 히말라야의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히말라야의 이동 단말기 월 평균 활성 유료 이용자 수는 1490만 명, 이동 단말기 이용자의 결제율은 12.9%까지 올랐다. 그 중 유료 회원 수는 1440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52% 늘었다. 리즈(2021년 월 평균 활성 이용자 수는 48만 8000명)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사진 machbbs]

[사진 machbbs]

문제는 적자도 늘었다는 점이다. 2021년 히말라야는 전년보다 77% 증가한 51억 위안(9711억 4200만 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주로 운영 비용에 큰 지출을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년간 히말라야의 운영 비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5.2%, 41.9%, 44.9%로 나타났다.

히말라야의 운영비용은 2019년 14억 9700만 위안(2850억 4377만 원)에서 26억 9400만 위안(5130억 7230만 원)으로 치솟았으며 그만큼 비용에 대한 압박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가치연구소는 히말라야가 운영 비용에 대거 투자하는 단기 전략으로 이용자를 수를 빠르게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속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团)과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취했던 전략이기도 하다.

다만 이들 기업의 전략은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장 환경 속 모두 성공했지만 히말라야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투자한 데 비해 이익이 너무 적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이익은 늘리지 않고 매출만 늘리는 '오디오 경제'의 악순환을 끊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 ‘최초 온라인 오디오 주식’ 타이틀을 획득한 리즈다. 나스닥에 상장한 리즈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90% 가까이 폭락했으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는 리즈의 적자 탈출 실패 원인을 높은 운영 비용에서 찾았다. 히말라야 역시 리즈와 비슷한 모델을 취하고 있다. 이에 히말라야 역시 홍콩 증시에 입성한다 하더라도 재무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진 ZCOOL]

[사진 ZCOOL]

중국 가치연구소는 유료 구독과 광고에서 오는 매출에 과하게 의존하며 현금 창출 루트가 단일한 점을 히말라야의 약점으로 꼽았다. 히말라야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구독 모델의 매출은 주로 회원 구독과 프로그램당 돈을 지급하는 페이퍼뷰 채널에서 나온다. 전자의 경우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용자 규모에 대부분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트래픽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비용 지출 증가-손실 확대’ 등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체 매출에 대한 기여도 역시 전자에 못 미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히말라야의 유료 페이퍼뷰 채널을 통한 수익은 10억 5700만 위안(2013억 5850만 원)으로 전체 수익의 18.1%를 차지했다. 회원 구독 수익은 19억 3400만 위안(3685억 2370만 원)으로 전체 수익의 33%에 달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히말라야가 수익 모델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상장 이후에도 성장세로 돌아서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정책 연구 기관 판구즈쿠(盘古智库·Pangoal Institution) 관계자는 ”현재 히말라야의 회원 모델과 광고 모델이 비교적 안정적일지라도 수익 모델 문제에 있어 자본 시장에서 매력적인 기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콰이서우(快手), 더우인(抖音), 왕이(网易) 등 각종 인터넷 기업이 오디오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도 히말라야의 미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히말라야의 투자처 중 하나인 CCV(ChinaCreationVentures·创世伙伴) 관계자는 “(히말라야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적자에도 상장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관건은 이용자의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플랫폼 이용자에게 대안이 별로 많지 않을 경우 해당 플랫폼의 이익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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