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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로비 폭로 협박에 100억 줬나" "네"…박영수 인척 증언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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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대장동 사업비를 폭로하겠다’고 해 지난 2019년 4월 천화동인 1호에서 100억을 수표로 받아서 나모씨에게 줬는가”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더감 대표 이모씨 = “네”

대체 무슨 ‘폭로 협박’을 하면 100억원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지난 11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재판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먼 인척인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토목업체 대표인 나씨에게 줬다는 것이 답의 요지인데요. 재판을 좀 더 들여다보시겠습니다.

국정농단 특검팀을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 [뉴스1]

국정농단 특검팀을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 [뉴스1]

‘전부 다 매장시키겠다’는 으름장에 내놓은 100억…왜?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씨 등 5명의 21차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우선 천화동인 1호가 김만배씨에게 빌려준 돈은 490억원이 넘습니다. 이 중 일부는 갚았는데, 또 그중 일부는 이날 재판에 나온 박영수 전 특검의 먼 인척 관계인 이씨 통장으로 갔습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무렵 박영수 특검(당시 변호사) 사무실에 인사를 하러 갔다가 김만배씨를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박 전 특검이 김씨를 친한 법조 기자라며 소개해줬고 이후 가끔 식사하며 인연을 이어갔다네요. 2013년에는 건설업계 사람들의 모임에서 남욱 변호사를 처음 알게 됐고요. 이씨의 분양대행업체는 화천대유가 확보한 대장동 부지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권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씨가 김만배씨로부터 받은 돈이 다시 토목업체 대표 나모씨에게 흘러갔다는 점입니다. 이씨는 ‘로비 폭로 협박’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나씨는대장동 민간사업자성남도공결탁을 문제 삼았습니다. 지난 2014년 연말 대장동 사업 주체인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성남도공에 입사한 정민용 변호사가 함께한 식사 자리 때문이었죠.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와 같은 ‘서강대 라인’으로 성남도공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을 맡아 성남도공 내에서 대장동 프로젝트를 조력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입니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씨를 향해 “나씨가 ‘정민용 변호사 만난 것 가지고 (로비) 이야기를 알게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나씨가 ‘20억은 쌈싸먹은걸로 생각하고 안 받을 테니 너희도 한번 죽어보라. 김만배 남욱 전부 다 매장시키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확인했고 이씨도 수긍했습니다. 이씨는 당시 식사 자리에서 정 변호사에 대해 “앞으로 큰 일을 같이할 친구”라고 소개받았다고 기억했죠.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이씨는 “사업 자체를 못하게 하면 저도 연달아서 사업이 붕괴되기 때문에 저로서는 나씨의 압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건설사 바닥이 좁은데 토목사업권 20억원을 사기 쳤다고 하면서 저를 매장시키겠다고 한 그런 부분이 컸다”라고도 했습니다.

2014년 쯤 나씨가 대장동 토목사업권을 따내려고 이씨에게 20억원을 줬는데도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자 으름장을 놨고 결국 원금의 5배에 달하는 100억원을 돌려주게 된 셈입니다. 수사팀은 나씨가 이씨에게 20억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심지어 유례없이 5배가 넘는 금액을 돌려받은 배경에 정 변호사의 ‘보증’ 과 유착 관계 때문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나씨의 으름장이 사실이라면 민간사업자들이 정 변호사 등 성남도공 내부 인사들과 사전에 결탁해 이익을 민간사업자에게 몰아주고 그만큼 성남도공에는 손해, 즉 배임을 끼친 정황 증거가 되는 셈이죠.

이에 수사팀은 “김만배씨가 인허가 로비 폭로에 대한 협박 사실이 없다고 하면 100억을 부담할 이유 없는 것 아니냐”고 적극적으로 압박했지만 이씨는 “김만배가 (나씨에게) 직접 협박받지는 않았다. 일면식이 없어서”라고 에둘러 부인했죠.

나씨 역시 “정민용씨와 검사님이 자꾸 연결하려고 하는데 저는 민간업자”라며 정 변호사 등 대장동팀 모두를 모른다는 취지로 항변했습니다. 유착관계 폭로 얘기는 “최근에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면서 미디어 보고 알게 된 내용”이라고 했죠.

정영학 녹취록 30시간, 법정서 공개된다…재생 결정

말들이 묘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인 증거),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의 정체를 드디어 알 수 있겠습니다. 오는 25일부터 법정에서 녹취록이 재생됩니다. 김만배씨 등은 “녹취 파일 속 대화와 분위기에는 허언이 있어서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죠. 언론 보도 말고 법정에서 녹취록이 재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만배씨가 2020년 4월 정영학 회계사에 ″돈은 이미 벌어있고 그냥 만배 하나 여차하면 집행유예받으면 되는 거야″라고 발언한 대장동 녹취록 내용.[JTBC 뉴스룸 캡처]

김만배씨가 2020년 4월 정영학 회계사에 ″돈은 이미 벌어있고 그냥 만배 하나 여차하면 집행유예받으면 되는 거야″라고 발언한 대장동 녹취록 내용.[JTBC 뉴스룸 캡처]

구속 기한이 다 되가는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더 구속돼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도 오는 18일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10월 3일 대장동 의혹 1호로 구속돼 같은 달 21일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은 오는 20일 구속 기한이 만료됩니다. 그는 최근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주거지 압수수색 직전 지인에게 연락해 미리 맡겨놓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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