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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에 맞설 무기, 한국에 있다"…韓 지원거부에 호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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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비행기, 탱크 등 여러 가지 군사 장비를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실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있다. 김상선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있다. 김상선 기자

1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화상 연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말한 내용이다. 자신의 상징이 된 카키색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화면에 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하지만 러시아와 싸워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탱크, 배,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 저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에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이런 무기를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국과 슬로바키아, 체코 등 나토 회원국들이 대전차·대공 미사일과 장갑차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에도 무기 지원을 공식 요청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 말미에 전쟁의 참상이 담긴 영상도 상영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완전히 초토화했다. 최소 몇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도 1950년대에 전쟁을 겪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한국은 이겨냈다”며“그때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경제 제재에 대해선 “수많은 제재에도 러시아는 멈출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한 뒤, “다른 국가 기업들은 러시아와 협력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 러시아 은행들은 국제 은행 시스템과 협력이 완전히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연설은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켜봤다. 오른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앉아 있다. 김상선 기자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연설은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켜봤다. 오른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앉아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연설은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요청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위원장 이광재)가 주최했다. 여야 지도부는 연설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국회도 한마음으로 함께 하겠다”(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국제 사회와 한목소리 내고 함께 하겠다. 조속한 평화 간절히 기도하겠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인도주의적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무기 지원을 요구하자 주최 측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회 외통위의 한 의원은 “군사적인 부분은 아주 신중해야 할 문제”라며 “기업 협력 중단 문제도 우리는 러시아에 많은 기업이 활동하고 있어 (서방과) 처지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연설에 앞서 국방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측의 대공 무기 지원 요청을 거절한 사실을 공개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께서 가능하면 대공 무기체계 등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며 “서욱 장관은 우리의 안보 상황과 군의 군사대비태세의 영향성 등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체계 지원은 제한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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