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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사표로 진정성 보여라"…민주 '검수완박' 뜻밖의 부메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자 의도치 않게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김 총장이 지난 8일 일선 검사 등 검찰 구성원들의 ‘검수완박’에 대한 우려에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수사의 공정성·중립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김 총장 사퇴론으로 번지고 있다.

 4월 11일 김오수 검찰총장. 뉴스1

4월 11일 김오수 검찰총장. 뉴스1

김오수, 진짜 검수완박 반대하나…진정성 의심하는 검사들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수현(사법연수원 30기)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e프로스)을 통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 편 네 편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뭉개오던 일부 정치검사에 대한 경고장을 날리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정치인들의 허황된 주장에 부화뇌동하여 그 주장을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라는 미명으로 분식(粉飾)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지청장은 “(고검장) 회의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었다면 이런 불필요한 오해와 저처럼 무지에서 비롯된 오독을 막을 수 있었을 것 같다”라며 “오늘(11일) 오전 있을 검사장 회의 내용을 공개하여 주실 것을 요청한다”라고 썼다. 생중계 혹은 적어도 사후적으로라도 속기록의 형태로나마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게 김 지청장의 요구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 8일 두 차례에 걸쳐 대변인실을 통해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전국 고검장 회의를 개최한 뒤 낸 두 번째 입장문에서 불거졌다. 김 총장은 입장문 말미에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여 시행하기로 하였음”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러자 이복현(연수원 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도 10일 e프로스에서 지휘부를 공개 비판했다. 그는 “그 자리(전국 고검장 회의)에 모이신 분들이 ‘검찰개혁’이라는 간판을 걸고 무슨 일을 벌여오셨는지, 그로 인해 현재 검찰이 어떤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지를 지켜봤다”라며 “언어의 마술사들께서 이번에는 ‘수사의 공정성, 중립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무슨 짓을 하려나 불안감이 엄습해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게다가 그분들은 직접 지난 수년간 소위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셔서 현재의 개판인 상황을 초래하신 장본인들”이라며 “더하여 최근 검찰 수사의 중립성, 공정성 논란을 야기한 대부분의 사건에 관여하신 분들인데 그런 분들께서 그런 욕구를, 그런 말씀을 분출하셨다”라고 썼다.

또 이 부장검사는 김 총장 등을 두고 ‘철면피 스미스씨’라는 표현도 썼다. 일제시대 일부 조선인이 ‘나까무라’로 창씨개명을 했다가 해방 이후 미 군정 시대엔 ‘스미스’로 이름을 바꾸며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과 최근 검찰 지휘부의 움직임이 비슷하다는 취지다.

당초 김 총장은 검수완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데도 아무런 입장을 나타내지 않아 검사들의 원성을 사기 시작했다. 이복현 부장은 지난 8일 e프로스를 통해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라고 썼다.

이복현 검사. 뉴스1

이복현 검사. 뉴스1

내부 거취 압박 커지자 김오수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비판이 집중되자 김 총장은 11일 오전 10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선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직을 건 승부수를 던진 셈이지만, 전임 검찰총장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직을 걸었을 때에 비춰보면 선명성이 떨어진다. 2004년 6월 대선자금 수사 직후 당시 여권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하자 송광수(연수원 3기) 당시 검찰총장은 “먼저 내 목을 쳐라”라고 맞서, 중수부를 지켜냈다.

2021년 3월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현재의 검수완박 추진과 관련해 “검수완박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다”라며 비판하고선 검찰을 떠났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이제 김 총장 등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이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사표 제출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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