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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한 그릇 8000원 시대 개막…39개 외식품목 다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에서 칼국수 한 그릇 ‘8000원 시대’가 개막됐다. 냉면 가격도 '1만원 시대' 개막이 코앞이다.

10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칼국수 1인분의 평균가격은 8115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8000원대를 넘겼다. 1년 전(7462원)보다 8.8% 올랐다. 냉면 1인분의 가격은 1년 새 9.7% 오른 9962원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 주요 외식품목 1년새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지역 주요 외식품목 1년새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들 2개 품목 외에도 김치찌개 백반ㆍ비빔밥ㆍ삼겹살ㆍ자장면ㆍ삼계탕ㆍ김밥 등 다른 외식 품목도 모두 전년 대비 가격이 올랐다. 소비자원이 선정한 8대 대표 외식 품목 가운데 삼겹살ㆍ삼계탕을 제외한 6개 품목이 전년보다 5% 넘게 올랐다. 참가격에 표시되는 외식 물가는 도심뿐 아니라 외곽의 상대적으로 값싼 식당의 가격도 조사해 평균을 구한 값이라 직장인의 체감 물가보다는 가격이 낮게 나타난다.

이는 식자재 가격 급등과 최저임금에 따른 인건비 상승에다, 외식 수요까지 늘어난 게 종합적으로 외식물가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격 인상이 자제되다가 한 번에 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들어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서울 명동의 터줏대감으로 유명한 명동교자의 칼국수 가격은 지난 2월 1만원으로 올랐다. 2019년 2월 9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데 이어 3년 만에 1000원을 올린 것이다. 봉피양ㆍ필동면옥 등 서울 시내 유명 냉면집도 올해 들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각각 평양냉면 한 그릇에 1만5000원, 1만3000원이다.

외식물가 24년만에 최대 상승 

이 밖에도 통계청이 집계하는 다른 외식 품목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3월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6.6% 올랐는데, 1998년 4월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상승 폭이 컸다.

품목별로 보면 39개 외식 품목이 모두 올랐다. 갈비탕(11.7%)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죽(10.8%)·햄버거(10.4%)·생선회(10.0%)도 작년 같은 달보다 10% 이상 올랐다. 남녀노소 즐겨 찾는 짜장면(9.1%)·김밥(8.7%)·짬뽕(8.3%)·치킨(8.3%)·라면(8.2%)·설렁탕(8.1%)·떡볶이(8.0%)·칼국수(6.9%)·돈가스(6.6%) 등도 많이 올랐다. 고기류 상승률은 소고기(8.1%)·돼지갈비(7.8%)·삼겹살(6.6%)·불고기(6.1%)·스테이크(5.5%) 등이었다.

물가 상승률이 4%를 밑도는 외식 품목은 삼계탕(3.9%), 구내식당 식사비(3.3%), 맥주(3.2%), 해물찜ㆍ소주(각 2.8%), 기타 음료(2.4%) 등 6개에 불과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외식 수요가 늘었고, 식자재 가격 등 원가가 오른 것이 외식물가 상승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곡물 수입단가지수 동향 및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곡물 수입단가지수 동향 및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식 가격은 농축수산물 등과 달리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는 데다, 대내외적으로 추가 상승 요인도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수입 곡물 가격이 최근 6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를 원료로 하는 국내 식품이나 사료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작성한 '국제곡물 4월호'에 따르면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58.5, 사료용 163.1로 전 분기 대비 10.4%, 13.6%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지수는 주요 곡물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2015년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것이다. 농업관측센터는 2분기 상승세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세계 곡물 가격이 오르고 원ㆍ달러 환율과 해상운임 등도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천소라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방역 제한 완화도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서 외식 물가는 추가적인 상승 요인이 아직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식료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외식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재고 소진 후 새로 식자재를 구매할 때 부담이 클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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