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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5년의 징비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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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호 21면

혼돈의 시대, 명쾌한 이코노믹스

혼돈의 시대, 명쾌한 이코노믹스

혼돈의 시대, 명쾌한 이코노믹스
박영범 외 24인 지음
박영사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험은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사실상 실패가 공식화했다. 간발의 차이지만, 국민이 정권심판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문 정부가 재벌 개혁과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국민의 기대는 컸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국정수행 지지율이 80%를 넘어섰다.

안타깝게도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장경제를 거스르고 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반(反)시장·반기업적 정책실험이 강행되면서다. 집권 5년 만에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빈부격차 확대와 함께 비정규직 사상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 큰 문제 없던 부동산시장이 폭등하면서 청년과 무주택자는 하루아침에 ‘벼락거지’로 전락했다.

저자들은 지난 5년 이 대형 경제 참사를 일으킨 문 정부의 경제정책을 기록했다. 처음부터 기록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최저임금·비정규직부터 재정·국가채무까지 궤도를 이탈한 정책실험을 비판하고 하나씩 대안을 제시한 게 쌓이고 모여 지난 5년의 기록이 됐다. 실패의 과정과 대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기 때문에 문 정부 정책실패의 징비록이라고 할 만하다.

저자들은 최저임금·비정규직 등 정책적 비판과 대안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연합뉴스]

저자들은 최저임금·비정규직 등 정책적 비판과 대안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연합뉴스]

이 책에는 국내의 기라성 같은 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중앙일보 오피니언 코너 이코노믹스의 새로운 시도 덕분이었다. 이 코너는 독자들이 깊이 있게 경제 현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 칼럼보다 분량을 배로 늘렸다. 그 덕분에 전문가 모임에서 논의될 만한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고, 재정·통상부터 고용·연금·교육·4차 산업혁명, 부동산·주식·노후대비, 원자력과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직면한 거의 모든 경제 현안을 망라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매주 화요일 연재를 통해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주장과 이론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건설적인 비판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현미경처럼 문제를 분석하면서 이론적 배경과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장기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문 정부의 마이웨이가 계속되긴 했지만, 반향은 적지 않았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멈추고 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탈원전은 에너지전환이라는 말로 바뀌었고, 부동산에 대해서도 공급 방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시장을 왜곡하고 경제논리를 외면하는 정치논리의 문제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저자들 상당수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살아 있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국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라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김세직·안동현 서울대 교수, 박영범 한성대 교수 등은 경제성장·재정·금융·고용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다.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과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역시 통상 분야의 구루들이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과 이경태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도 각각 플랫폼 경제와 양극화 해법에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다짐대로 문 정부의 실패 속에서 계승할 것이 있는지 나침반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엄중한 현실과 풀어나갈 과제가 망라된 것도 이 책의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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