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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비정규직·빈부격차…문 정부 5년의 경제정책 징비록[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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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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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명쾌한 이코노믹스

박영범 외 24인 지음

박영사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험은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사실상 실패가 공식화했다. 간발의 차이지만, 국민이 정권심판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문 정부가 재벌 개혁과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국민의 기대는 컸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국정수행 지지율이 80%를 넘어섰다.

안타깝게도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장경제를 거스르고 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반(反)시장ㆍ반기업적 정책실험이 강행되면서다. 집권 5년 만에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빈부격차 확대와 함께 비정규직 사상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 큰 문제 없던 부동산시장이 폭등하면서 청년과 무주택자는 하루아침에 ‘벼락거지’로 전락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전국의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20%(5분위) 배율이 5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8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상위 5분위 평균 매매가격은 12억4198만원으로, 하위 20%(1분위)는 1억2311만원으로 나타났다. 고가 아파트 1채를 팔면 저가 아파트 10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은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2.3.29/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전국의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20%(5분위) 배율이 5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8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상위 5분위 평균 매매가격은 12억4198만원으로, 하위 20%(1분위)는 1억2311만원으로 나타났다. 고가 아파트 1채를 팔면 저가 아파트 10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은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2.3.29/뉴스1

저자들은 지난 5년 이 대형 경제 참사를 일으킨 문 정부의 경제정책을 기록했다. 처음부터 기록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최저임금ㆍ비정규직부터 재정ㆍ국가채무까지 궤도를 이탈한 정책실험을 비판하고 하나씩 대안을 제시한 게 쌓이고 모여 지난 5년의 기록이 됐다. 실패의 과정과 대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기 때문에 문 정부 정책실패의 징비록이라고 할 만하다.

이 책에는 국내의 기라성 같은 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중앙일보 오피니언 코너 이코노믹스의 새로운 시도 덕분이었다. 이 코너는 독자들이 깊이 있게 경제 현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 칼럼보다 분량을 배로 늘렸다. 그 덕분에 전문가 모임에서 논의될 만한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고, 재정ㆍ통상부터 고용ㆍ연금ㆍ교육ㆍ4차 산업혁명, 부동산ㆍ주식ㆍ노후대비, 원자력과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직면한 거의 모든 경제 현안을 망라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매주 화요일 연재를 통해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주장과 이론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건설적인 비판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현미경처럼 문제를 분석하면서 이론적 배경과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장기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최저 임금은 9천160원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3일 오후 서울 반포대교 인근 도로 전광판에 올해 최저임금이 표시돼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급 9천160원이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고용형태나 국적과 관계없이 모두 적용된다. 2022.1.3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해 최저 임금은 9천160원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3일 오후 서울 반포대교 인근 도로 전광판에 올해 최저임금이 표시돼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급 9천160원이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고용형태나 국적과 관계없이 모두 적용된다. 2022.1.3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안타깝게도 문 정부의 마이웨이가 계속되긴 했지만, 반향은 적지 않았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멈추고 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탈원전은 에너지전환이라는 말로 바뀌었고, 부동산에 대해서도 공급 방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시장을 왜곡하고 경제논리를 외면하는 정치논리의 문제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저자들 상당수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살아 있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국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라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김세직ㆍ안동현 서울대 교수, 박영범 한성대 교수 등은 경제성장ㆍ재정ㆍ금융ㆍ고용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다.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과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역시 통상 분야의 구루들이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과 이경태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도 각각 플랫폼 경제와 양극화 해법에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다짐대로 문 정부의 실패 속에서 계승할 것이 있는지 나침반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엄중한 현실과 풀어나갈 과제가 망라된 것도 이 책의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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