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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30] 미국, 중국의 ‘우주 굴기’에 또 한 번 충격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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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했다. 위성에 부착된 4개 안테나에서 ‘삐 삐 삐 삐’ 소리를 전송하자 미국 조야는 쇼크에 빠졌다. 인공위성은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기술과 우주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각인됐다.

#.초영간미(超英赶美). 1958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로 대약진운동을 벌였다. 철을 생산하기 위해 전국 마을마다 용광로가 들어섰다. 하지만 생산량을 과시하기 위한 전시행정과 흉년이 겹치며 운동은 대실패로 끝났다.

2022년 중국은 패권국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을 벌이는 나라로 성장했다.

예전 대약진운동 때처럼 경제와 군사 등 각 부문에서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으려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영역이 과거 미·소가 경쟁했던 우주 영역이다. 한 국가의 과학기술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나를 가늠할 기준이 우주 개척에 있다.

지난 1월 중국광업기술대학 연구진이 인공 달을 만들었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이고 대기가 없으며 기온이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실제 달 탐사에서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실제 달에서 3D 프린팅 같은 기술을 활용해 건물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어떤 국가도 확인하지 못한 달 표면 아래 물의 존재를 탐색하려 한다. 이 프로젝트를 지휘한 리루이린 박사는 “이런 종류의 시설은 세계 최초”라며 “달 환경 실험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자평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화성 표면에 로버(착륙선) 주룽(祝融)을 착륙시켰다. 러시아가 번번이 실패했고 미국도 절반은 성공하지 못한 화성 착륙을 중국은 단번에 성공했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이상이 우주에서 실현된 셈이다.

중국국가우주국(CNSA)이 공개한 착륙 플랫폼과 중국의 첫 번째 화성 탐사로봇 '주룽(祝融)'의 사진 [사진 신화통신]

중국국가우주국(CNSA)이 공개한 착륙 플랫폼과 중국의 첫 번째 화성 탐사로봇 '주룽(祝融)'의 사진 [사진 신화통신]

중국은 1970년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를 처음으로 쏘아 올렸다. 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5번째였다. 미국과 소련 양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겠다는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폭탄, 수소폭탄과 인공위성) 정책의 일환이었다.

주룽이 촬영한 길이 약 40m, 폭 약 8m, 높이 약 0.6m의 화성 모래 언덕 사진 [사진 신화통신]

주룽이 촬영한 길이 약 40m, 폭 약 8m, 높이 약 0.6m의 화성 모래 언덕 사진 [사진 신화통신]

이후 본격적으로 우주 시대를 연 것은 21세기에 접어들어서였다. 국가항천국(CNSA)이 2003년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를 발사하며 달 탐사 프로그램인 창어(嫦娥)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창어는 중국 고서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전설상 인물로 남편이 가져온 불사약을 혼자 먹고 달로 도망가서 두꺼비가 되었다고 한다. 2007년 창어 1호를 발사해 달 전체의 3D 지도를 만들었고 2013년 창어 3호가 달 앞면 착륙에 성공했다. 2019년엔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창어 5호의 로버 위투(玉兎·옥토끼) 2호는 현재 달에서 토양 분석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화성에 톈원(天問) 1호를 보내 주룽을 착륙시켰다. 중국은 지난해 55차례 발사체를 우주에 쏘아 올려 미국과 러시아를 뛰어넘었다.

2020년 12월 3일 달 표면 위를 비행하는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의 상승기를 베이징우주통제센터(BACC)에서 촬영했다 [사진 신화통신]

2020년 12월 3일 달 표면 위를 비행하는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의 상승기를 베이징우주통제센터(BACC)에서 촬영했다 [사진 신화통신]

중국의 우주 계획은 원대하다. 국가항천국이 올해 초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최초의 소행성 탐사선 정허(鄭和)가 발사된다.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준위성 '카모 오알레와'(Kamo`oalewa)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하고 심우주로 나가 혜성 '311P/PANSTARRS'을 탐사한다.

사람이 상주하는 달 연구 기지도 건설할 계획이다. 2030년 이후 발사될 창어 8호가 그 임무를 맡을 것이다. 화성에 착륙한 주룽은 화성의 토양과 암석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고 2029년쯤엔 목성과 그 위성들을 탐사하는 우주선을 보낸다. 허블 우주망원경처럼 자외선과 가시광선, 적외선 영역에서 우주를 관측할 우주망원경 쉰톈(巡天)을 제작해 2024년께 발사할 예정이다. 중국이 건설 중인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 정기적으로 도킹해 연료 공급과 정비를 받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2030년대 초반엔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중력파를 관측하는 위성도 발사할 계획이다. 21세기에 중국이 실현 중인 ‘우주 굴기’는 괄목상대(刮目相對)란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미국에 또다시 ‘스푸트니크 쇼크’를 안길지 관심거리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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