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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2배 뛰어도 김치전 2000원…"장사 아니라 봉사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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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노점상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과 관련한 안내판을 적어 놓고 장사를 하는 곽미향씨. 김민상 기자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노점상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과 관련한 안내판을 적어 놓고 장사를 하는 곽미향씨. 김민상 기자

지난 6일 오후 9시 서울시 관악구 지하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2001년부터 이 자리에서 2000원짜리 김치전을 팔아 온 곽미향(66)씨는 “요즘은 그냥 봉사하는 기분으로 장사를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가게 앞에는 ‘재료값 폭등으로 간장 추가시 개당 100원씩’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붙었다. 곽씨에 따르면 보통 2만8000원에 구입하던 18L 콩기름 한 통을 최근에는 4만6000원에 사야 한다. 납품 업체는 CJ와 오뚜기 상품을 번갈아 주면서 물량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곽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의 유명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는 같은 날 국내산 특대왕갈치가 한 마리에 6만8000원으로 표기돼 팔렸다. 제주 흑돈 삼겹살은 100g 당 8500원에 전복 5개는 3만원, 아포카도 1개에 4333원에 팔렸다. 지난해 대형마트 삼겹살은 100g 당 2980원, 아포카도는 1개에 1980원에 팔린 모습에 비하면 식탁 물가가 2~3배 가량 오른 셈이다. 이날 다른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는 호주산 와규가 212g에 1만6281원, 국내산 육우 부채살은 400g에 3만6800원에 팔렸다. 100g당 가격은 1500원 가량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수입 물가가 치솟다 보니 장벽이 높던 소고기마저 국내산과 가격이 비슷해졌다.

6일 서울 강남의 대형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된 왕갈치. 특대 1마리가 6만8000원이었다. 김민상 기자.

6일 서울 강남의 대형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된 왕갈치. 특대 1마리가 6만8000원이었다. 김민상 기자.

수입 소고기, 한우 가격에 근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이어지면서 농작물 가격 상승이 사료 가격에 영향을 줘 축산물 가격까지 부추기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시카고선물거래소(CBOT)를 통해 받은 세계 곡물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밀 1t당 가격은 375달러(약 45만7000원)로 2021년 4월(245달러)에 비해 53% 상승했다. 2년 전 2020년 4월(199달러)에 비하면 88% 올랐다. 콩기름 원료가 되는 대두 가격도 2년 전보다 90% 뛰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제는 수입 곡물 가격이 최근 6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를 원료로 하는 국내 식품이나 사료 등의 가격의 상승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작성한 ‘국제곡물 4월호’에 따르면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58.5과 사료용 163.1로 전 분기 대비 10.4%, 13.6%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밀 가격 급등으로 냉면·칼국수·자장면 등 밀가루를 사용하는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서울 지역 기준으로 칼국수의 경우 올해 2월 평균 가격이 7962원으로 1년 전(7308원)보다 8.9% 올랐다. 냉면은 9962원으로 10.7%, 자장면은 5769원으로 7.9% 각각 상승했다.

러시아 대게는 상하이 봉쇄로 절반 가격 폭락

유통업계는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에서 시작되는 도미노 물가 인상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마트는 창립 24주년을 맞아 이날부터 13일까지 애플리케이션 가입 회원 대상으로 돼지고기를 최대 40% 저렴하게 할인 판매한다. 국내산 일반 삼겹살·목심(각 100g·냉장·국내산)은 1488원에, 국내산 일반 앞다리(100g·냉장·국내산)는 1024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행사 기획은 최소한 3개월 이전부터 준비한다”며 “수입산 냉동 돼지고기는 컨테이너로 대량으로 미리 수입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날부터 13일까지 해양수산부와 연계해 광어와 민물장어, 멍게와 같은 수산물 가격을 20~40% 할인해 판매한다. 러시아산 대게 값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서방 제재로 수출이 어려워진데다 중국이 상하이를 봉쇄하면서 대게 물량 상당수가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라면·스낵 제조업체는 가격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더는 올릴 분위기가 아니다”면서도 “밀을 직접 수입하는 제분 업체에서 가격 압박이 클 수 있다”고 전했다.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전집에서 간장 가격 인상에 관한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김민상 기자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전집에서 간장 가격 인상에 관한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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